- 주민들 "정치보다 지역경제 살릴 후보 뽑겠다"
총선 13일을 앞둔 29일 본격적인 선거 유세가 시작됐다. 뉴스핌이 19대 총선 격전지 중 제일 먼저 찾은 서울 종로구는 우리나라 정치1번지로 꼽히며 후보로 등록된 인원만 10명이다. 정치 1번지라는 상징성 때문인지 원내 교선답체는 물론 진보, 보수를 따지지 않고 많은 후보들이 후보 등록을 마쳤다.
종로구가 정치1번지로 불리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통령만 3명을 배출한 지역구라는 사실이 큰역할을 했다. 고(故) 윤보선 전 대통령은 종로에서 3선에 성공했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도 종로에서 지역구 의원을 지냈다.
종로는 1985년 12대 총선 당시 신민당 이민우 총재의 당선 이후 1998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보궐선거 승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보수당 후보가 뽑혔던 곳이다.
보수당이 여러 해 집권한 종로구는 행정구역만 96곳, 투표와 개표가 진행되는 단위 동은 18개동으로 당에 대한 지지성향과 후보에 대한 투표성향도 여러 가지 양상을 띠고 있다. 또 각 당에서 거물급 중진 인사들을 배치해 판세 가늠도 쉽지 않다.
▲ 종로구 <사진=최주은 기자> |
◆ 여야 중진 홍사덕 vs 정세균 격돌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종로구를 전략지역으로 정하고 6선 중진인 친박계(친박근혜) 홍사덕 후보를 공천했다. 민주통합당도 산업자원부 장관과 민주당 대표를 역임한 4선 중진의 정세균 후보를 공천했다. 두 후보 모두 각각 당의 텃밭인 대구와 전북의 지역구를 내놓고 ‘배수진’을 쳤다는 점에서는 시작이 대동소이하다.
하지만 이들이 속한 당이 여야를 대표하는 정당인 만큼 주민들의 후보에 대한 판단도 당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종로구는 이전부터 고급빌라들이 밀집해 있고 노년층이 많이 사는 부촌인 평창동은 보수성향을, 낙산공원 비탈 아래 서민주거지역이 펼쳐진 창신동과 대학생들이 많이 사는 명륜3가동은 진보성향을 보여왔다.
또 젊은 세대일수록 ‘한번 바꿔보자’는 진보성향을 보였고,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은 ‘이대로가 좋다’는 보수성향을 나타냈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9일 이른 아침 홍사덕·정세균 두 후보를 찾아나섰다.
◆정세균 “이명박 정부 역주행 심판하는 데 모든 노력 기울일 것”
▲정세균 후보 <사진=최주은 기자>
“이번 이번 이번에는 2번입니다~
이번 이번 이번에는 2번 찍어봐요~
이번 이번 이번에는 꼭 찍어요”
공식적인 선거운동이 허용된 29일 오전 7시 종로구 숭인동 지하철1호선 동묘앞역 부근 정세균 후보의 선거유세 차량에서 울려 퍼지는 선거 로고송이다. 지하철역 앞에는 정 후보를 비롯한 다른 후보의 선거 도우미들이 후보를 알리기에 여념이 없다.
3월 말이지만 계속된 꽃샘추위에 다소 걱정을 했는데 선거 유세가 시작된 29일 오전은 다행히 날씨가 많이 풀려 포근했다.
정세균 후보는 이날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 함께 출근하는 시민들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해 일찌감치 채비를 하고 나왔다. 민주당을 상징하는 노란색 점퍼를 맞춰 입고 한 사람에게라도 더 인사를 나누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정 후보는 악수를 청하는 시민이 있으면 저 멀리서도 뛰어와 서슴없이 두 손을 내미는 소탈함을 보이기도 했다.
일부 주민들은 정 후보와 인사를 나누면서 즉각적으로 민생 불만에 대해 토로했다.
숭인동 일대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 주부(57)는 “밤이 되면 아파트 주변이 매우 시끄럽다. 소음에 대한 대책 마련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같이 있던 주부(58)는 “동묘앞역 인근 대 도로변의 교통체증이 심각한 수준이다. 도로를 넓히든 교통 통제를 하든 무슨 수가 필요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에 정 후보는 “최선을 다 하겠다”며 “믿고 한번 맡겨 달라”는 지지 호소로 답변을 대신했다.
출근길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유세차에 오른 정 후보는 “종로는 대한민국의 중심입니다. 중심인 종로가 살아야 대한민국이 삽니다. 경제파탄을 지키지 못한 게 늘 걱정이었습니다. 새누리당과 이명박 정권을 확실히 심판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나라당 시절 난립했던 뉴타운 문제를 전면 재검토할 것이며, 모든 정책의 중심에 주민의견을 반영하겠습니다. 서민경제, 중산층경제의 봄을 만들기 위해 앞장서겠습니다. 4월 11일 총선에 투표하시고 압도적으로 지지해 주십시오”라고 촉구했다.
유세차 연설을 마치고 내려오는 정 후보에게 공식적인 선거일정이 시작된 데 대한 각오를 물어보니 “지난 4년간 이명박 정부의 역주행 때문에 너무나도 힘이 들었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역주행을 심판하고자 하는데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다부진 결의가 돌아왔다.
◆홍사덕 “제2의 그리스 막아야 한다”
▲홍사덕 후보 <사진=최주은 기자>
새누리당 홍사덕 후보를 만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종로구민들을 만나는 모습을 담고 싶다는 기자의 요청에 분단위로 쪼개어 놓은 그의 스케줄이 복병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30분 단위로 몇 차례 통화 이후 창신시장에서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는 그를 만날 수 있었다.
홍 후보와 참모진들은 빨간색 점퍼를 맞춰 입고 창신시장 구석구석을 돌며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일에 귀를 기울였다. 홍 후보는 우리나라가 제2의 그리스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시민들에게 몸을 낮췄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선거운동에 임하는 각오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홍 후보는 “어떻게 해서든지 종로 승리를 견인해 새누리당이 제1당이 되도록 만들겠다”며 “박근혜 위원장의 온전한 시대를 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선거를 통해 ‘나라의 운이 갈린다’는 점을 분명히 설명드려 구민들이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따로 공약을 하지 않겠다. 문화재, 고궁이 많은 지역인 종로‧중구를 관광특별구역으로 만드는 등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데 주력하겠다”고 다짐했다.
◆ 종로구구민들 "정치1번지 당선보다 공약준수가 중요"
두 후보를 만난 기자는 종로구민들의 바람도 들어봤다.
창신시장에서 전자제품 대리점을 운영하는 서용대(가명‧62)씨는 경제가 팍팍하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곳에서 장사만 30년을 넘게 했다. 세월이 흐를수록 대리점의 규모를 줄어야했다. 요즘은 물건 한 두 개 파는 것도 힘들다. 시장에서 장사하는 상인들은 경제가 힘들다는 것을 바로바로 느낀다. 다른 건 모르겠고 경제 살리는 데 주력하는 국회의원을 뽑겠다.”
문구점을 운영하는 김창석(가명‧44)씨는 이 동네의 가장 큰 문제는 계획성 없는 뉴타운 공약이라고 꼬집었다. “단독, 다가구 할 것 없이 뉴타운 개발 계획에 외지인들이 많이 들어왔다. 때문에 지분가만 한껏 올려놔 현재는 매수세가 없어 사지도 팔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원주민들이 정착할 수 있는 방안으로 개발을 진행하든, 뉴타운 발표 이전으로 돌려놓든 대안이 절실하다.”
통신사 대리점에서 일하는 이숙자(가명‧38)씨는 “종로는 말로만 정치 1번지이지, 제대로 된 공약을 하는 후보도, 공약을 제대로 지키는 인사도 보지 못했다”며 “정치하는 사람들은 표심을 의식해 이도 저도 못하고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식”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1번지 종로에서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나선 후보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지적들이라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 몸을 싣고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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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최주은 기자 (jun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