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경은 기자] 방통위가 와이브로(Wibro) 주파수 대역 재할당 안건을 의결한 것을 두고 방통위의 위험한 도박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기존 사업자에게 와이브로 대역을 큰 조건없이 재할당한 것을 두고 방통위 스스로 와이브로 활성화를 포기한 것이라는 말도 돈다.
16일 방통위는 오는 29일로 이용기간이 만료되는 SK텔레콤과 KT의 와이브로용 2.3기가헤르쯔(GHz) 주파수 재할당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두 이통사는 앞으로 7년 간 KT 193억· SKT 173억 원의 사용료를 내고 주파수를 이용하게 된다.
국내 토종 4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와이브로는 7년 전 1100억 원에 할당할 당시보다 무려 80% 이상 가치가 떨어졌다. 지난해 주파수경매를 통해 롱텀에볼루션(LTE) 주파수 대역이 1조원 가까이 치솟았던 것의 0.0002%에 못미치는 금액이다. 이용기간이 3년 짧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몸 값 차이가 어마어마하게 난다.
이렇게 와이브로 주파수 대역 가치가 하락한 이유는 주파수를 할당한 이동통신사에 대한 방통위의 감시가 미흡했기 때문이라는 데 대해 업계는 의견을 같이 한다. KT는 지난 7년간 74만 명 가량의 와이브로 가입자를 확보하며 와이브로 활성화 의지를 보이는 모양새라도 취했지만, SK텔레콤은 6만 명의 가입자만 유치하며 통신사업자 1위답지 않은 초라한 성적만 내놓았다.
SK텔레콤이 와이브로 가입자를 할당하는데 전력투구하지 못한데에는 여러 환경적 요인이 있다. SK텔레콤은 일부 와이브로를 보조망으로 사용하고 있어서다.
다시 말해 우리가 인식하는 와이파이(WiFi)는 이를 지지하는 백콜망이 필요한데, SK텔레콤은 전체 와이파이 중 30% 가량의 백콜망으로 와이브로를 활용하고 있다. 즉, 순수하게 와이브로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와이브로를 와이파이의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이는 사업자 입장에서 보면 저렴한 가격으로 넘치는 트래픽을 분산시키기는 데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방통위 역시 국내 기술인 와이브로를 외면한 것이다.
실제 방통위 일부 상임위원도 현실을 직시하고 사업자처럼 활용하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며 손드는 입장을 취하기도 한다. 와이브로 정책 방향으로 3G나 LTE 트래픽 분산 용도로 활용하라며 오히려 부추기기까지 한다.
전체회의에서 김충식 상임위원은 와이브로 기술을 서울명동에서는 중심식품이 되지 않는 '춘천 닭갈비'에 비유하며, "세계시장은 LTE 대세로 가고 있고, 와이브로 투자도 우리 욕심만큼 안되고 있다. 트래픽 분산에 유용하게 쓰이는 만큼 재할당이 맞다"고 밝혔다. 현실을 인정하고 고육지책으로 이런 결정을 내리는게 옳다고 욕심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에 대해 신용섭 상임위원은 '계륵'이라는 표현은 옳지 않다며 "사업자를 한번 더 믿고 3년차·5년차에 중간점검을 확실히 하겠다는걸 환기시킨 뒤, 1000억원 가량의 와이브로 투자를 약속받고 할당해주자"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전에 재할당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예상했던 바다. 하지만 할당에 조건을 내걸거나 사업계획서를 보다 구체화하는 등, 방통위의 강력한 주문이 작용할 줄 알았지만 의외였다"며 "7년 전에 비해 몸값이 얼마가 떨어졌는지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국내 훌륭한 기술방식인 와이브로를 방통위 스스로 조연으로 치부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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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노경은 기자 (now21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