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올해 미국 경제가 더블딥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았으나 이와 달리 회복에 대한 기대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4분기 GDP 성장률이 3.0%로 상향 조정됐고, 고용지표 역시 개선 조짐이 뚜렷하다. 내주 발표되는 비농업 부문 일자리 창출이 최소한 20만 건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는 예상하고 있다.
지표가 청신호를 보내는 사이 주가는 강하게 랠리했다. 지난해 10월 초 저점 대비 S&P500 지수는 25%에 이르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장밋빛 기대와 달리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는 2일(현지시간) 침체 리스크가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는 잿빛 전망을 내놓았다.
BOA는 GDP 성장을 주도한 하위 항목 지표가 실망스러웠다고 지적하고, 올해 1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1.8%로 내렸다.
4분기 성장을 이끈 것은 온화한 겨울철 기온과 은행권 주택 압류 연기, 쓰나미 충격 후 일본 제조업의 반등, 아랍권 충격의 희석 등에 따른 것으로 하반기 성장이 우려스럽다는 지적이다.
주식시장이 예상치를 웃도는 경제 지표를 호재로 급등하고 있지만 상승 동력이 점차 약화도고 있고, 여기에 긴축이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으면서 역풍이 예상된다고 BOA는 강조했다.
경고음은 유럽에 대해서도 나왔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유동성 잔치로 투자심리가 뚜렷하게 개선되고 있지만 착시현상일 뿐이라고 스피로 소버린 스트래티지의 니콜라스 스피로 매니징 디렉터가 지적했다.
유로존 경제가 침체로 접어들었고, 그리스는 오는 20일 디폴트를 모면한다 하더라도 이미 붕괴되기 시작했다고 그는 주장했다. EU 정책자들이 이른바 방화벽 구축에 나섰지만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결코 안전지대 아니라는 얘기다.
현재 국채 수익률 움직임과 투자자 동향은 경제 펀더멘털과 이질적이라고 스피로는 강조했다. ECB의 과감한 유동성 공급을 재료로 한 랠리일 뿐이라는 것. ECB의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이 이른바 캐리 트레이드를 조장,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 시장으로 자금이 밀물을 이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같은 투자심리와 펀더멘털의 괴리가 갈수록 크게 벌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탈리아는 지난해 재정흑자를 냈지만 기술적으로 경기 침체에 빠진 상태이며, 부채 만기를 앞두고 발행해야 할 국채 물량이 상당 규모에 이른다.
스페인은 이보다 더 우려스러운 상태다. 지난해 재정적자가 GDP의 8.5% 달했고, 민간 부채는 공공 부채보다 더 심각하다.
그는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최근 5% 아래로 떨어지는 등 금융시장에 펀더멘털은 찾을 수 없고 인공적인 유동성의 힘이 평정한 상태”라며 주의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