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트워크구축 및 대관업무용…실세는 비서실장·재무통
[뉴스핌=이영태·노종빈·함지현 기자] 대한민국은 로비공화국이다. 음성적인 접대문화와 정·관·재계 간 고착화된 비리가 만연한 우리나라에서 기업이나 조직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는 데 로비는 필수요소다. 우리나라 기업과 국회, 행정부 등 모든 경제주체가 ‘밥로비’부터 ‘돈로비’의 대상이자 주체로 칡넝쿨처럼 얽혀있다. 한국 사회를 병들게 하는 온갖 부정부패의 고리도 로비에서 시작해 로비로 끝난다. 뉴스핌은 2012년 화두(話頭)로 삼은 [대안을 찾아서] 연중기획의 하나로 우리나라에서 이뤄지고 있는 로비의 실태와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시리즈를 마련했다.<편집자주>
삼성과 현대차, LG, SK, 포스코 등 국내 5대그룹 상장사가 3795명의 등기임원 중 사외이사 등으로 외부에서 영입한 임원은 363명으로 전체의 9.56%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핌이 2012년 1월 현재 국내 대기업들의 정·관·재·학계 네트워크와 대외협력 업무담당자를 파악하기 위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www.dart.fss.or.kr)에 등록된 54개 5대그룹 상장사의 임원명단을 전수 분석한 결과다. 외부인사는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해당임원의 주요경력을 토대로 그룹 계열사가 아닌 외부에서 충원됐으며 이직 후 만 5년이 되지 않은 사람을 기준으로 삼았다.
5대그룹 상장사 임원 중 외부인사 비중과 담당업무. |
◆ 5대그룹 상장사 외부임원 363명 중 182명이 사외이사
SK그룹의 외부인사 비중이 22.29%로 가장 컸는데 이는 삼성그룹의 6.29%와 비교해 거의 3~4배 많은 규모다. 이는 SK가 사외이사 외에도 관계와 법조계, 타기업, 학계(연구소) 등으로부터 외부인사를 많이 영입한 결과로 분석된다. 5대그룹의 외부출신 임원 363명 중에는 사외이사가 182명으로 5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핌이 5대그룹 상장사 임원 중 외부인사 비중을 조사한 이유는 이들이 자신들의 출신배경인 정부 부처와 검찰, 국회, 학계 등의 국내외 네트워크를 통해 기업의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들을 해결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국내 100대 기업의 사외이사와 임원 중 법조인 출신이 76명으로 나타난 결과다. 이 가운데 차관급 이상 법조계 최고위직 출신만 19명이다.
SK건설의 경우 지난달 16일 박철 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사법연수원 22기)를 윤리경영총괄(전무급)로 영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로써 SK그룹에는 검사와 판사 등 법조계 출신이 모두 6명이 됐다. 재계와 법조계에서는 계열사 자금 횡령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최태원 회장이 소송관련 업무에 필요한 법조계 인맥강화를 통해 법조계 출신들을 영입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 대기업 임원은 최근 대기업의 법조계 인력강화에 대해 “대기업마다 윤리경영 등을 강화하기 위해 준법감시인을 둬야 하는 측면도 있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회사경영상 법률쪽 수요가 점차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기업에선 매매계약 초기단계부터 사내변호사가 따라가도록 하고 있는 추세다. 아울러 그룹총수가 기소된 SK의 경우 당장 소송관련 업무부터 법조계 출신들의 도움을 받을 일이 많기 때문에 법조계 출신 인사 영입에 공을 들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국내 대기업들은 국회나 정부관련 업무를 대관업무라고 총칭한다. 회사마다 담당조직의 이름은 다르다. 공공기관의 경우 주로 대외협력 등의 명칭을 사용한다.
삼성 같은 일부 대기업의 경우엔 아예 명함에 대외협력 등의 부서명을 적지 않고 다니는 경우도 많다. 대외협력 등의 명칭이 상대방에게 로비 등을 연상케 하는 불필요한 선입견을 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HR(HUMAN RELATION)이란 명칭을 쓰는 기업도 있다. 외국기업들은 CR(CORPORATE RELATIONSHIP)이나 GA(GOVERNMENT AFFAIRS), GP(GOVERNMENT PROGRAMS) 등의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물론 대기업의 핵심 대관업무는 외부인사보다는 내부에서 오너들이 믿을 수 있는 재무통 출신 임원들이나 비서실장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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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