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P&A불구 고용 대부분 승계...안정화 전략"
- 국민, "인력 구조조정 최대..전권 갖고 업그레이드"
- 신한, "부실자산 확실히 정리...인력조정 적당히"
- 하나, "뒤늦은 출발속 구조조정 향방 주목"
[뉴스핌=홍승훈 기자] "썩은 사과 한개가 사과박스 전체를 못쓰게 해선 안되죠"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한 대부분 시중은행들이 기존 저축은행의 부실 여수신 정리에 주력하고 있다. 썩은 사과를 골라내 자산 건전성을 높이는 전략이다. 자칫 썩은 사과 일부가 박스 전체를 썩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한저축은행(옛 토마토저축은행)의 경우 7조원이 넘는 여수신 잔액을 2조원 안팎으로 크게 줄이는 등 시중은행이 인수한 저축은행의 부실자산이 급감추세다.
다만 인력 구조조정에 대해선 은행별로 사뭇 다른 경영관이 드러난다.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해 많게는 직원 60% 이상을 줄인 곳이 있는가 하면 기존 저축은행 직원을 대부분 승계한 곳도 있다. KB금융과 신한지주가 인력구조조정에 상당부분 주력했다면 우리금융은 기존 인력을 대부분 가져가는 방식을 택한 케이스다.
야전사령관으로 파견된 대표이사 겸 저축은행장급 역시 부행장급에서 부장급까지 은행별로 선구안이 달랐다. 다만 소위 갈 곳 없는 '퇴물급'이 아닌 은행내 핵심인력에 준하는 인사를 저축은행 경영진에 보냈다는 점은 과거 관행과 큰 차이다.
(금감원 집계 : 삼화는 2010년 12월 기준, 나머지는 2011년 6월말 기준) |
◆ 시중은행 인수 저축은행들 "살 쏙 뺐다"
금감원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우리, 신한, KB, 하나금융 등 시중은행들이 인수한 부실 저축은행이 부실 대출과 예금을 쳐내며 다이어트에 주력, 가시적인 성과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초 은행권에서 가장 먼저 저축은행(삼화)을 인수한 우리금융이 사명을 바꾸고 영업을 개시한 지 9개월인 현재, 1조8000억원에 달하던 대출잔액을 6000억원 수준으로 70% 가까이 쳐냈다. 예금 역시 2700억원을 빼 1조원 수준으로 낮췄다. 반면 인력 구조조정은 거의 하지 않았다.
(금감원 집계 : 우리금융저축은행은 2011년 3월25일부터, 신한저축은행 KB저축은행 하나저축은행은 각각 2012년 1월 10일, 1월 18일, 2월 17일 영업개시 기준) |
지난해 저축은행 사태이후 은행권의 저축은행 인수가 부실채권을 제외한 우량한 자산과 부채만을 인수하는 P&A방식이어서 고용승계에 대한 의무가 없음에도 우리금융은 금융당국과 사회적 여론 등을 감안해 모두를 떠안았던 것이다.
김 대표는 "신용상 1금융권이 어려운 서민들에 진정 도움이 될 수 있는 서민금융에 주력하고 있다"며 "다만 서민들이 경기에 민감한 만큼 향후 경기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이와는 달리 지난 1월 영업을 시작해 이제 한달 남짓된 신한저축은행(옛 토마토저축은행)과 KB저축은행(옛 제일저축은행)은 과감한 인력구조조정을 단행한 케이스. 신한저축은행은 영업정지전 220여명에 달하던 직원이 154명으로 감소했고, KB저축은행은 기존 260여명에 달하던 직원을 100명 안팎으로 크게 줄였다.
물론 가장 많은 군살을 뺀 KB저축은행의 경우 기존 인력이 자가건물에 따른 건물관리인력, 비서, 기사 등을 포함한 숫자인 만큼 실제 조정인력에는 다소 차이가 날 수 있다.
여수신 잔액 역시 신한은 7조2000억원에 달하던 것을 2조원 남짓으로, KB는 6조원 남짓이던 것을 2조원 남짓으로 떨어뜨렸다.
이정호 KB저축은행 대표는 "부실자산을 많이 떨어냈는데 향후 자산이 늘면 인력을 더 뽑을 예정"이라며 "은행과 달리 저축은행 고객의 여수신 규모가 작아 시중은행 인력대비 자산 규모와 단순비교하긴 불가하다"고 강조했다.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늦게 영업을 재개한 하나저축은행은 여타 저축은행대비 여수신 규모는 크게 줄었지만 인력 조정은 최소화하는 분위기다. 영업정지 이전 4조원 남짓이던 총여신규모는 현재 1조6000억원 수준으로 줄인 가운데 임직원 수는 160여명에서 120여명 수준으로 약 25%가량 감축에 그쳤다.
또 시중은행에 인수되며 직원들 고용형태가 정규직에서 계약직으로 대부분 바뀐 상태인데 이 가운데 가장 먼저 영업을 재개한 우리금융저축은행은 계약직 전환자들을 대부분 정규직으로 되돌린 상태다.
반면 지난달 영업을 재개한 KB저축은행과 하나저축은행은 향후 6개월내 정규직 전환을 계획하고 있으며 신한저축은행은 큰 사고 없는 직원들에 한해 1년뒤 정규직으로 바꾼다는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 "퇴물 낙하산 인사관행도 사라져"
부실 저축은행을 떠안은 시중은행들의 저축은행 경영관도 과거와 사뭇 달라지고 있다. 소위 은행에서 퇴물급으로 전전하던 인사를 저축은행 경영진으로 보내던 관행이 일소된 것.
신한은행에서 은행내 중소기업부장과 검사부장, 본부장 등을 역임한 이상기씨를 신한저축은행 대표이사로 보냈다. 신한저축은행 이철원, 김형진 부사장 역시 신한은행에서 영업추진본부장을 지낸 영업통이다.
우리금융 역시 우리은행에서 중소기업부행장을 역임해온 김하중씨를 우리금융저축은행 대표이사로 발령했다. 우리은행에서 여신과 영업관련 업무를 30여년 해온 베테랑이다.
KB금융의 경우 발탁인사가 두드러진다. 국민은행 영업기획부장 출신인 이정호씨를 KB저축은행 대표이사에 발탁한 것. 이 대표는 과거 실적을 내기 어렵던 지역에서 탁월한 영업성과를 낸 바 있는 인물로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 비서실장을 지내기도 했다.
하나금융 역시 핵심지역 지점장을 거쳐 리테일그룹 부행장을 역임한 최임걸씨를 하나저축은행으로 보내며 저축은행 경영에 정성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과거 시중은행들이 부실저축은행을 인수했을땐 퇴물 인사들이 주로 갔는데 이번엔 대부분 본사의 핵심인력들을 배치하며 세심한 신경을 쓰는 모습"이라며 "이에 감독당국 역시 조금은 발을 뻗고 편하게 지켜볼 수 있는 게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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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