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삼성의 황태자, 비운의 인물로 무대 퇴장
[뉴스핌=이강혁 강필성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친형이자 삼성가 맏형인 이맹희 씨에게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벌가 형제간 소송'이라는 재계에서도 흔치 않은 사건의 주인공이 됐기 때문이다.
14일 재계와 삼성가 등에 따르면 이 씨가 이 회장에게 주식인도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은 바로 차명계좌였던 주식에 대한 상속권을 주장하기 위해서다. 이 씨는 소장을 통해 “삼성생명 주식 824만주와 삼성전자 주식 20주 및 1억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1987년 이병철 회장 별세 당시 이 씨가 이렇다 할 기업을 물려받지 못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소송은 삼성가에서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사실 이 씨에게 이 회장으로의 삼성 경영권 상속은 비극적인 사건이다. 때문에 재계에서도 그를 일컬어 ‘비운의 황태자’로 칭하기도 한다.
이 씨는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장남임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커녕 아무런 기업의 경영권도 물려받지 못했다.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3남인 이 회장에게 상속됐고, 다른 남매가 각 기업 계열사를 상속받는 과정에서도 그는 아예 배제됐다. 오히려 이 씨의 아들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제일제당(현 CJ제일제당)을 물려받았을 정도다.
그는 이후 기업활동은 고사하고 가족과도 교류 없이 세계를 유랑해왔다. 1931년생인 그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의 거취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심지어 이재현 회장의 딸이자 직계손녀인 경후씨의 결혼식에도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그가 이렇게 ‘비운의 황태자’가 된 것은 196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까지 중앙일보, 삼성전자 부사장 등을 거쳐왔던 그는 1966년 9월에는 이병철 창업주가 ‘한국비료 밀수 사건’에 연류되면서 삼성그룹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자 사실상 그룹 경영을 진두지휘했다.
세간에서는 차기 삼성그룹 총수로 이씨를 지목했고 실제 그룹 내에서 삼성전자, 삼성물산, 제일제당, 중앙일보, 성균관대 등 총 17개 직책을 맡았던 실세였다.
하지만 그가 차기 총수로 일컬어지는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1971년 이병철 창업주의 눈 밖에 나면서 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야 했던 것이다.
당시 이병철 창업주는 경영복귀와 함께 그동안 이씨가 이끌어온 경영에 대해 강하게 분노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이병철 창업주와 이 씨의 관계는 끝까지 회복되지 못했다. 이병철 창업주는 1976년 후계자로 이건희 회장을 염두하고 있다고 가족들에게 처음 알렸고, 이 발표는 1987년 임종의 순간까지 번복되지 않았다.
이 씨가 이후 스스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 소송이 사실상 처음이다. 혼외 자식 문제로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던 것이 전부일 정도다.
그가 동생인 이 회장에게 소송을 제기한 표면적인 이유는 소장 내용에 미뤄 짐작되지만 형제들과의 사전교감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한편, 이 씨는 최근 수년간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을 오가며 외국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구 인근에서 이 씨가 살고 있다는 후문도 전해져 온다.
다만 그는 CJ그룹 경영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고 있다. 아들인 이재현 회장이나 부인인 손복남 CJ그룹 고문과도 연락하지 않는다는 게 CJ 내부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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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