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홍승훈 기자] "예전엔 어깻죽지에 하나은행 뱃지 달고 나가면 술집 삐끼(호객꾼)들이 그냥 놔주질 않았는데..."
지나가며 툭 내뱉은 말이지만 하나은행에 다니는 뱅커들의 달라진 위상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1990년대 중반을 지나 2000년대초까지만 해도 시중은행 중에 최고 수준을 자랑하던 하나은행 연봉이 이제는 한참 밑으로 내려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시중은행 직원들의 평균 연봉 수준은 지난 3/4분기(1~9월) 누적 기준으로 외환은행이 5170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신한(4900만원), 국민(4800만원), 우리(4450만원), 하나(3800만원) 순으로 집계됐다. 하나은행의 경우 우리은행은 물론이고 기업은행(4100만원) 보다도 낮은 상황.
성과급과 복리후생, 연차휴가보상금 등이 제외된 3/4분기 누적 금액이긴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은행간 순위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하나은행이 외환은행 인수에 성공하자, 하나은행 내부에선 외환은행과의 연봉 격차에 대한 볼멘소리가 조금씩 흘러나온다. 인수주체인 하나은행 연봉이 외환은행 대비 크게 떨어지는데다 여타 시중은행에 비해서도 연봉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여타 제조업에 비해선 금융권 임금이 높다지만 어차피 연봉이란 게 동종업계간 비교를 하다보니 뱅커들의 업무의욕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나은행 한 관계자는 "과거 내가 입사할 때만 하더라도 시중은행 중 하나은행 연봉이 톱 클래스에 속했다"며 "하지만 그간 여타 은행 직원들의 연봉이 오를때 하나은행만 제자리를 걷고 있어 답답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더욱이 최근 인수에 성공한 외환은행 직원들의 평균 연봉이 업계 최고 수준이다보니 하나은행 직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해진다.
시중은행 평균 연봉에서도 연간으로 2000만원 안팎이 떨어지는데다 예금보험공사와의 MOU약정에 발목 잡힌 우리은행, 모든 예산과 비용을 정부가 관여하는 기업은행보다도 못한 것에 대해 자존심이 상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평균연봉의 지지부진한 상승은 하나은행의 M&A 성장사가 주된 요인으로 풀이된다. 충청은행, 보람은행, 서울은행 등을 합병하는 과정에서 하나금융 조직 자체는 급성장을 하며 4대금융지주로서 어깨를 나란히 했지만 그 속에서 직원들의 희생이 일정부분 따랐다는 얘기다.
하나은행 한 관계자는 "연봉을 못 올린게 아니라 안 올린것으로 봐야한다"며 "합병을 하기 위해선 이익을 크게 내야하고 그러다보니 직원들에게 인내를 요구한 결과인데 언제나 나아질런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최근 외환은행 인수에 따른 연봉 기대감이 크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다. 하나은행 다른 관계자는 "합병비용 문제 때문에 당분간 급여 인상은 없을 것이란 공감대가 퍼져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일각에선 하나은행이 여타 은행대비 여직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전체적인 직원 연령대가 낮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남자 정규직의 임금수준이 여타 시중은행대비 특별히 낮은 것도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 주식투자로 돈좀 벌고 계십니까?
▶ 글로벌 투자시대의 프리미엄 마켓정보 “뉴스핌 골드 클럽”
[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