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기자] 국내 재계 1,2위인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아주 좋은 실적 행진에도 불구하고 유난히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단적으로 두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 모두 최근 실적 발표에서 '사상 최대'라는 표현을 극도로 자제하는 모습니다. 2010년도 실적 발표에서 역대 최대 실적을 강조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 165조17억원, 영업이익은 16조249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역대 최대였던 2010년 154조원을 뛰어넘는 사상 최대 규모다.
현대차와 기아차도 지난해 양사를 합쳐 매출 120조9800억원, 영업이익 11조6000억원을 기록,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현대차의 매출은 77조8000억원, 영업이익은 8조755억원이다. 기아차는 매출 43조1909억원, 영업이익 3조5351억원이다.
증권가 등 시장에서는 이들의 이 같은 지난해 호실적 행진에 떠들썩하다. 올해 실적도 대규모 투자와 제품경쟁력 등을 바탕으로 '장미빛'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삼성과 현대차 내부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가 부담스럽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사상 최대라는 표현이 반갑지 않다"고 했고, 현대차의 한 관계자도 "들떠서 만세를 부를 상황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유는 올해 글로벌 경영환경이 만만치 않다는 점 때문이다. 지난해 실적이야 연말 인사나 성과급 배분 등으로 이미 반영된 과거일 뿐이고, 올해 경영이 중요한 시점이라는 것.
여기에 각종 대내외 경제지표가 불안한 상황이고, 글로벌 경쟁사의 견제도 심상치 않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재계에서는 다른 시선도 나온다. 기업간 양극화 문제나 최악으로 치닫는 서민경제를 놓고 볼 때, 실적 잔치가 정치권의 재벌개혁 바람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성장은 이어가되, 후폭풍은 피해가자는 숨죽인 속내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재계 자산순위 50위권의 한 그룹사 관계자는 "삼성과 현대차 등 몇몇 주요기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기업들의 지난해 실적이 썩 좋지는 않았다"면서 "정책이 핵심 대기업 위주로 진행되면서 기업간 양극화는 더 커지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서민경제는 우려감이 더 높다. 단적으로 생계형 가계대출은 지난해 연말 250조를 돌파했다.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다. 올해 서민경제는 이 보다 훨씬 더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는 관련 정부 기관들의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한 소속사 고위 간부는 "삼성과 현대차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는 동안 협력사들은 얼마나 성장했는지 들여다봐야 한다"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균형 성장이 계층간 빈부격차의 원인이 되고 있는 마당에 주요 대기업들도 양적성장보다는 질적성장에 동참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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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