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개혁·6자회담재개·남북대화 노력
정창현 국민대 겸임교수 |
북한은 지난 19일 "오늘 우리 혁명의 진두에는 김정은 동지께서 서 계신다"며 "김정은 동지의 영도 따라 슬픔을 힘과 용기로 바꾸어 오늘의 난국을 이겨내야 한다"고 강조해 '김정은 영도체제'를 기정사실화했다.
북한이 장례위원을 발표하면서 김정은 부위원장을 첫 번째로 호명한 것과 '계승자 김정은'이라고 표현한 것도 향후 북한의 체제가 김정은 부위원장 중심으로 급속히 개편될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러한 방향은 이미 2010년 당 대표자회를 통해 향후 김정은 중심의 당과 국가 운영이라는 큰 틀이 결정되어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특히 북한 매체들이 "존경하는 김정은 동지의 사상은 곧 경애하는 장군님의 사상과 의도"라고 강조한 점이 주목된다. 1994년 김일성 주석 사후 김정일 위원장이 '유훈통치'를 내세웠던 것처럼 김 부위원장도 김 위원장이 지난 2년 동안 제시한 정책방향을 그대로 답습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정은 체제의 안정성 여부와 별개로 북한의 향후 정책방향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김 위원장인 남긴 '유훈'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북한은 2009년 이후 김 위원장의 활동을 김일성 주석의 유훈 관철과 연결시켜 선전함으로써 김 위원장의 노선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또 지난해 9월 28일 열린 당 대표자회에서 김정은을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함과 동시에 향후 대내외 노선을 확정했다.
북한은 "당대표자회를 계기로 '김일성동지의 당'은 수령의 유훈을 강령적 지침으로 해 모든 활동을 벌인다"면서 "강성대국 건설과 조선반도 비핵화, 조국통일은 모두 주석님의 유훈"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은 시대 북한의 대내외 노선은 이미 지난해 당 대표자회를 통해 기본방향이 정해져 있었고,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으로 이 노선이 '유훈'으로 남게 된 셈이다.
◆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의 대문을 여는 해”
북한은 2012년을 '강성대국 건설의 대문을 여는 해'로 만들기 위해 모든 힘을 쏟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대외환경 조성과 남북관계의 개선 등이 담보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 재일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지난해 10월 당 대표자회의 의미를 해설하면서 북한이 2012년에 '강성대국' 달성을 천명한 사실을 거론하며 "오늘의 국제정세 하에서 나라(북)의 경제부흥과 조선반도의 평화보장, 북남관계의 개선은 서로 연계돼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계획경제의 정비, 중국과의 협력을 통한 대외개방, 6자회담 재개, 남북대화 복원 노력을 동시에 진행하겠다는 정책방향을 시사한 것이다.
2009년부터 부쩍 늘어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현지지도, 세 차례 북중 정상회담 개최, 미국을 향한 평화협정 체결 제안, 남쪽을 향한 남북정상회담 제안 등은 이를 위한 적극적 행보로 평가된다. 특히 김정일 위원장은 지난 2년 동안 '경제재건'과 '국제화' 강조했었다. 따라서 김정은 체제는 당분간 지난 김정일 위원장 때의 노선을 그대로 계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첫째, 북한은 경제 활성화를 통해 김정은 체제에 대한 민심 확보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몇 년간 북한은 인민경제 향상을 '주공전선'으로 설정해 평양과 지방 주요도시의 현대화, 지방공업 재건에 노력해 왔다. 이를 위해 북한 당국은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과 관련 "비통한 심정을 건설현장의 성과로 보답하자"는 식으로 선전하면서 희천발전소 건설, 평양 만수대거리 초고층아파트 건설사업, 2․8비날론연합기업소 등 주요 전략기업의 정상화 작업을 내년 4월까지 끝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 중국, 남한의 식량 등 경제지원을 확보해 주민들에 대한 식량배급 정상화에도 나설 것이다.
둘째, 북한은 6자회담 재개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미국은 지난 15~16일 베이징에서 실무접촉을 갖고 북핵 6자회담 재개와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중단,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수용, 경수로 지원, 평화협정 논의 일정 등에 의견접근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 사안은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 전 승인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북한이 '애도기간'이 끝나는 대로 다시 북미대화에 나오는데 큰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미국도 '북한의 안정적 권력이행을 원한다'라는 입장을 표명한 직후 19일(현지시간) 뉴욕채널을 통해 실무접촉을 했다. 미국으로선 한반도의 돌발 상황을 막기 위해 관망하기보다 북한을 적극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내년 1월쯤 3차 북미고위급회담이 열리고, 상반기 안에 6자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셋째, 북한은 남북비핵화회담 등 남북대화에도 응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6자회담이 재개될 경우 남한이나 북한이나 내부적으로 남북대화의 수요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과 관련하여 북한 주민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한다"는 표현으로 '조의 표명'을 하고, 민간 차원의 조의문 발송을 허가한 것도 남북대화 재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물론 비료지원, 금강산관광 재개 등 북한이 요청하고 있는 사안들을 이명박 정부가 수용할 수 있을지가 변수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넷째, 북한은 지난 세 차례 북중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북중 간 전략적 협력관계를 다방면에서 걸쳐 확대해 나갈 것이다. 중국도 '정부 지원'에서 '정부 주도'로 입장을 변경하며 대북한 경제협력에 나설 의향을 밝혔고, 김정은 체제의 조속한 안정을 바라고 있기 때문에 북한과의 협력관계 강화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중국 당․정․군 지도부는 김정일 위원장 사후 신속하게 조전을 보내 김정은 영도 체제를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중국이 과도기의 북한에 믿을만한 지지 국가가 돼야 하며 외풍을 막아줘야 한다"면서 "북중 우호관계를 공고하게 유지하는 게 중국으로선 동북아는 물론 동아시아 전체에서 전략적 주도권을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따라서 애도기간이 끝나면 북중 간 고위대표단의 상호방문이 활발해 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여러 차례 김정은 부위원장을 초청했기 때문에 김 부위원장이 올해 적절한 시점에 방중할 가능성도 있다.
◆ 김정일 노선계승으로 체제 안정 후 김정은 독자적 정책 펼 듯
단기적으로 보면 북한은 김정은 체제 출범 초기에는 김정일 위원장의 노선을 '계승'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적절한 시점에 노동당 총서기, 당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 최고사령관 등의 직책도 승계할 것이다. 지난해 당 대표자회를 통해 '친김정은 인사'들로 인적교체가 이뤄졌기 때문에 대대적인 인사이동은 없을 가능성이 크다.
장기적으로 보면 6자회담에서 평화협정 논의가 합의에 도달하고, 중국과의 경제협력이 본궤도에 오르는 시점에 김정은 부위원장의 성향을 보여주는 '독자적인 정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정창현 국민대 교양과정부 겸임교수·<민족21>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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