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는 기회' 삼성·현대차는 간다
-주요그룹 투자계획 여전히 안갯속
-'위기는 기회'..삼성·현대차는 간다
[뉴스핌=이강혁 기자] '임진년' 새해를 열흘 남짓 남겨뒀지만 재계 주요그룹의 내년 투자계획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투자계획 확정을 상반기 중으로 미뤄놓은 곳이 여럿이다.
국내외 경제 상황이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여기에 갑작스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은 기업 입장에서 불확실성을 더욱 높이는 요소다. 대북 리스크에 따라 환율 등 주요 지표의 기준선을 설정하기도 어렵다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또 내년 총선과 대선 등 정치 변수도 기업 입장에서는 적극적인 사업계획 수립을 망설이게 만든다. 최선의 전략이 '보수적 접근'이라는 등호를 형성하는 분위기다.
20일 재계 한 고위관계자는 "기준 환율 등 대내외 변수가 너무 많고, 경제 상황 역시 하루가 다르게 냉각되는 분위기여서 적극적인 전략을 수립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안정적인 기조를 유지하면서 최대한 보수적 투자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재계에 따르면 이 같은 움직임은 대부분의 기업들이 공감하는 부분이다. 사실상 올해대비 투자액을 큰 폭으로 늘리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섣부른 투자 확대보다는 내부유보를 늘리면서 자금여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놓는게 현 시점에서는 최선의 전략 아니겠냐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단적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주요그룹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내년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응답은 27%에 불과했다.
또 한국경영자총협회의 252개 기업 CEO 대상 내년 경제전망에서도 '긴축경영'과 '현상유지' 의견이 전체응답자의 70%를 넘어섰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재계의 투자확대를 요구하는 등 경제살리기를 주요 정책기조로 유지하고 있어 자칫 갈등을 불러올 가능성도 높아 보이는 부분이다.
한 그룹사 관계자는 "계열사 별로 어느 정도의 투자계획은 그려져 있는 상태지만 그러한 분위기는 예년과 비교해 완전히 다르다"면서 "중장기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는 예정대로 진행되지만 새로운 투자를 늘리기는 어렵다는 게 경영진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다만 재계 1,2위의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은 올해보다 내년 투자액을 더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수성의 위치에서 정부 정책에 부응하는 것과 동시에 '위기가 곧 기회'라는 전략적 선택이 배경에 깔려 있다.
삼성은 올해 43조원보다 늘어난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희 회장은 최근 "더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는 확고한 투자 확대 의지를 나타낸 바 있다.
이에 따라 주력계열사인 삼성전자는 내년에 사상최대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21조6000억원, 올해 23조원 규모로 투자를 늘렸던 만큼 내년에는 30조원 이상의 투자를 점치는 시각도 나온다.
현대차그룹도 투자 확대 의지는 크다. 공식적으로 '미확정'의 제스처를 취하고 있지만 자동차와 철강, 건설 등 주요사업에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10조5000억원, 올해 11조8000억원으로 투자 규모를 매년 늘려왔다"면서 "아직 공식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지만 축소보다는 확대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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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