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남성적 문화에 새로운 바람 형성
[뉴스핌=이강혁 강필성 기자] 유통업계에도 여풍(女風)이 불고 있다. 아직까지는 오너 일가가 그 중심이지만 높아진 여성의 사회적 지위 만큼 우먼파워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조용하지만 속내들 들여보다는 힘을 받고 있는 여성 인재론. 재계에서 가장 남성적 문화를 고수하고 있는 유통업계의 새로운 바람이 주목된다.
◆ 보수문화 타파..갈길이 멀다
"여성이 임원으로 끝나면 자신의 역량을 다 펼치지 못할 수도 있다. 여성이 사장까지 될 수 있게 해야 한다."
재계의 맏형격인 이건희 삼성 회장이 최근 강조한 말이다.
그는 여성 임원들과 오찬을 함께하면서 여성의 중요성과 어려움에 대한 소회를 직접 들으며 여성 CEO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최근 재계에서 여성 인력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감성 리더십이 기존 남성 중심의 기업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활력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들이 남성들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는 전문성 영역을 확대하면서 여성인력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이제 그 기업의 경쟁력과도 맞닿게 됐다.
하지만 높아진 사회적 지위에 비해 여성 인재론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승진을 가로막는 '유리 천장'이 있어왔던 것도 사실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직원 1000명 이상의 대기업 임원급 직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4.7%에 불과하다.
3년 전인 2007년 말 1.5%에 비하면 2배 이상 늘었지만, 선진국 기준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대기업의 여성 대표의 비율은 평균 2.1% 수준이다. 금융업에서는 4.2%로 비교적 높지만, 제조업과 사업지원 분야에서는 각각 2.4%, 1.4%에 그치고 있다.
![]() |
-현재 유통업계 근무하는 인력은 대부분이 여성이지만 실제 임원까지 승진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사진은 이미지로 특정 기업과 무관함. |
기업 승진 과정에서 여성이 차별받는다는 인식은 상당수 남성들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단적으로 통계청의 한 조사에서는 여성의 31.5%가 승진이나 승급에서 차별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근무성적평가와 같은 인사고과에서 차별받은 적이 있다는 여성도 20.3%나 됐다.
이런 경향이 특히 강한 곳은 바로 유통업계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유통업계에서 여성임원은 산업계를 통틀어서도 가장 적은 수준이었다.
◆ 여성 중요성 대두..변화는 시작됐다
최근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여성임원 승진이 이어지기도 하지만 아직 여타 산업계와 비교하면 유통업계는 그 규모나 숫자가 크게 모자란 실정이다.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유통업계는 아직까지 보수적인 색이 짙은 업종 중 하나"라며 "하위직의 여성인력 비중은 크게 높아졌지만 임원까지 올라가는 사례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고 말했다.
예컨대, 유통업계에서 여성 CEO의 탄생은 아직까지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최근 유통업계도 여성 인력의 중요성이 내부적으로 조용히 강화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유통업계 대표기업인 S사 관계자는 "최근 오너 일가의 여성들이 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면서 여성 임원에 대한 거부감도 많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며 "급격하지는 않더라도 조용히 유통업계도 변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전했다.
단적으로 홈플러스는 지난 2009년 업계 최초로 여성 지역본부장 김인숙 이사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지역본부장을 여성에게 맡긴 사례는 유통업계에서 홈플러스가 유일하다. 김 이사는 문화서비스팀장을 맡으며 홈플러스 문화센터의 기초를 닦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직은 첫 걸음에 불과하지만 유통업계가 변하고 있다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미 유통업계는 저마다 보육시설과 수유시설, 여성 휴게실을 갖추는 등 물밑에서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
오은진 여성정책연구원 여성인재정책센터장은 "최근 직장 여성 시설을 늘리는 것은 여성의 기업활동을 유지하는 것에는 도움 주는 것이 사실"이라며 "여성 직장인에게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변화하면 여성이 장기적으로 일하는데 도움이 된다"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투자시대의 프리미엄 마켓정보 “뉴스핌 골드 클럽”
▶[인기기사] 주식투자 3개월만에 `20억아파트` 샀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강필성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