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국 기대와 달리 현장에서는 "글쎄"
[뉴스핌=홍승훈 기자] 대형IB(투자은행) 조건이 자기자본 3조원으로 정해졌다. 현재로선 이를 충족시키는 국내 증권사는 없다. 다만 삼성증권 등 빅5사들은 일부 증자나 이익잉여금으로 정부 가이드라인을 맞출 수 있어 상대적으로 반가운 소식일 수 있다. 주식시장도 이같은 기대감을 반영해 삼성증권,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등 대형사들 주가가 오랜만에 시원한 상승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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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만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이 지난 26일 금융감독원에서 '우리나라 금융의 미래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 추진방안'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김학선 기자> |
이를 통해 결국 현재 주인이 없는 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의 합종연횡, 혹은 누군가 이들 회사를 인수할 수 있게 물꼬를 튼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당장은 어렵겠지만 갈수록 어려워지는 증권사 영업환경에서 향후 2~3년내 대기업 계열 중소 증권사들간의 합종연횡을 염두에 둔 측면도 있다. 최근 콜거래 제한 등 증권사 영업 환경을 바짝 조여매는 당국의 의도도 이같은 맥락이다. 때문에 현재 대형 증권사 외에 굵직한 모회사를 둔 KB투자증권, 동양증권, SK증권, 한화증권, HMC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등의 향후 M&A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번 금융당국의 취지가 당장 반영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반응이다. 4년여 전의 한국판 골드만삭스 추진때와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일단 2조원대 중후반의 자기자본 규모를 유지하는 대우증권, 삼성증권, 현대증권,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증권 '빅5'는 주로 이익잉여금을 활용하거나 일부 증자를 적극 검토중이다. 대형사간 M&A는 계획하지도,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는 입장이다. 대우와 삼성은 내부 이익잉여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나머지 회사들은 이에 더해 일부 증자방안을 고려중이다.
또한 삼성증권의 경우 그룹의 보수적인 틀에 맞춰 헤지펀드 등 IB와 트레이딩부문은 되도록 소극적으로 가고, 자산영업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 현대증권도 당장 헤지펀드와 프라임브로커 업무를 본격화하긴 어렵다. 결국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한 대형IB 탄생을 당분간 보긴 어려운 상황이다.
대형사 한 고위임원은 "이번 개정안으로 인해 현재 매물 가능성이 있는 우투와 대우증권간 합병 가능성은 아주 낮다고 본다"며 "우투의 M&A 프리미엄만 올라가는 상황이 될 것 같다"고 풀이했다.
또 다른 대형사 한 관계자는 "수십년 증권업계 역사에서 망한 곳은 동서증권과 고려증권 정도고, 스스로 회사를 접은 증권사는 건설증권이 유일하다"며 "영업환경이 지금보다 더 힘들때도 각자의 수익모델을 갖고 흑자를 내며 살아온 곳이 증권업계"라며 자발적인 합종연횡 가능성을 낮게 봤다.
결국 금융당국의 주문과 의도에 자발적으로 움직일 중대형 증권사가 현재로선 보이지 않는다. 대우, 우리, 한국, 신한, 하나대투, KB투자증권 등은 지주회사 계열 증권사들과 삼성, 현대, 동양, HMC, 하이, SK 투자증권 등 대기업 계열 증권사의 경우 자체적으로 적극적인 M&A 전략을 펴긴 어려운 게 현실이다.
다만 당장은 어렵지만 중장기로는 합종연횡 가능성이 어느정도 열려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최근 콜시장 제한책 등 종합증권사로서 업무를 수행하는데 일정규모 이상의 요건을 갖추도록 금융당국이 꾸준히 유도해 나가면 늦어도 2~3년내에는 업계내 합종연횡이 불가피해질 것이란 것이다.
여기에 더해 대우와 우투 등 일부 회사가 합병을 통해 초대형급으로 덩치를 키워 시장을 잠식해 나갈 경우 경쟁사들간의 합종연횡이 빨라질 수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자기자본을 5조원이 아닌 3조원으로 정한 것은 향후 대형사간 M&A 외에도 중소형사와의 합종연횡을 고려한 포석"이라며 "합쳐서 덩치를 키우거나 특화전략을 펼치지 않는 이상 증권사로서 살아가기 어려운 환경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같다"고 귀띔했다.
한편 그동안 헤지펀드 및 프라임브로커 업무를 상당부분 준비해 온 미래에셋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등은 자기자본 규모가 1조원 이상 부족, 시장초기 관련사업 진입은 불가한 것으로 내부 입장을 정리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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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