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내용은 로이터 브레이킹뷰스 칼럼니스트 마틴 허친슨의 개인 견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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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2012년 월드뱅크의 총재로 옮겨가기 원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백악관과 국무부가 즉각 부인하고 나섰다.
힐러리를 월드뱅크(WB)의 사령탑에 앉히는 것은 좋은 생각이 못된다.
이번 해프닝이 여론의 반응을 떠보기 위한 '조기 관측용 풍선(trial balloon)'이라 해도 현재 공석인 국제통화기금(IMF)의 총재직을 둘러싼 자리다툼이 어느정도인지를 여실히 드러내 보여준다.
미국 국무부차관과 미국무역대표를 역임한 로버트 졸릭이 차지하고 있는 WB 총재직은 막중한 자리다.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다자개발기구인 WB는 새로운 보스가 추가로 보태주지 않는다 해도 이미 버거울 정도로 많은 문제를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2007년 폴 월포위츠 당시 총재가 강압에 밀려 사임한 것은 표면적으로는 그의 윤리성에 대한 조사 결과에 위한 것이지만 당시 그가 WB 주변의 부패척결작업을 시도하고 있었다는 점과 무관치 않다.
이는 부분적으로 WB가 필요로 하는 개혁에 내부 저항이 따른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연임이 가능하긴 하지만 졸릭의 임기는 일단 내년에 끝난다. 만약 그가 교체된다해도 힐러리는 그의 후임으로 적합한 후보가 아니다.
힐러리의 경우 외교적 전문성은 갖췄지만 WB수장이 반드시 지녀야할 금융부문의 경험은 전무하다.
또 2016년 대선출마의사를 공개적으로 부인했지만 나중에라도 혹시 마음이 바뀐다면 상당한 업무차질을 빚게 된다.
미국의 유력 정치인이라는 위치도 WB의 187개 회원국들을 대표하는 자리와 어울리지 않는다.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국제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이해상충이 일어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졸릭의 교체에 대해 말을 꺼내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
WB의 쌍동이 형제인 IMF는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총재의 빈자리를 채우려는 인선작업을 벌이고 있다.
전통적으로 IMF 총재는 유럽에서, WB총재는 미국에서 선출됐지만 이 같은 구태의연한 나눠먹기는 신흥경제국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따라서 크리스틴 라가드르 프랑스 재무장관을 IMF 총재로 밀어주는데 대한 댓가가 필요하다는 신호로 미국이 WB 차기총재로 미국인의 이름을 흘린 것임을 쉽게 알수 있다.
이와 같은 교환거래는 어쩌면 불가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는 IMF와 WB 모두 70년간 이어져온 임무를 제대로 이행할 수 있는 능력이 침해당할 정도로 심하게 정치화되어 있음을 상기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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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Pim] 이강규 기자 (kang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