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드 분사∙임원 인사 목적, 민영화 위한 이 회장 전략
- 자회사 힘 빼고 지주사 강화… 투자 모집 등에 유리
[뉴스핌=한기진, 박예슬 기자] 우리은행 임원 인사를 결정키 위해 지난 1일 이사회가 열렸을 때, 은행내 기류 변화에 민감한 일부 간부들은 우리금융지주 김승규 상무가 인사와 경영기획부서 중 어느 곳으로 이동할지 촉각을 세웠었다. 김 상무의 부행장 선임은 기정 사실이 됐었는데, 그가 인사 책임자가 되면 은행의 핵심 권한이 지주사로 넘어간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은행의 마지막 보루인 인사권까지 지주사가 가져가나”라는 경계심리가 이날 팽배했다. 이 같은 분위기가 자리잡게 된 이유는 최근 조직, 인사, 사업구조 등 다방면에서 지주사 즉 이팔성 회장을 중심으로 개편되고 있어서다.
‘이팔성(사진) 회장의 2기 체제’ 시작으로 힘의 추(錘)가 이 회장 쪽으로 완전히 기울고 있다. 이 회장이 모든 것을 걸고 있는 민영화 완성이라는 목표 아래 이런 기류가 빠르게 흐르고 있는 것이다.
이 회장은 김양진 수석부행장을 선임하면서 지주사 전무직도 겸하도록 했지만 등기임원 자리는 주지 않았다. 원래라면 수석부행장은 은행장, 감사위원과 같이 3명으로 구성된 등기임원에 포함된다. 얼마 전까지 수석부행장이었던 이순우 행장도 등기임원이었다.
등기임원은 임기 3년이 보장되기 때문에 은행 경영에 대해 자기 목소리를 내는데 꺼릴 게 없다. 언제든 인사 조치될 수 있는 다른 임원들과는 전혀 다른 위치다. 해임하기 위해서는 이사회를 열어 심의해야 돼 중대한 잘못이 아니면 강제로 내보낼 수 없다. 또 은행의 주요 현안을 결정하는 이사회의 구성원으로 의사표시를 할 수 있다. 신규사업 진출이나 BC카드 지분 매각과 같은 자산 매각 등 중요한 현안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런 권한을 제외하되 자리는 준 것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팔성 회장이 민영화에 거의 모든 것을 걸고 있는데 이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지주사 중심으로 그룹이 움직여야 한다고 보는 듯하다”며 “임원 인사 배경에 민영화가 작용했지만 마음대로 하기 어려워 폭이 약간 축소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은행의 ‘힘’을 상징하는 자산에도 지주사가 손을 뻗었다. 카드사업을 분사시켜 지주사 산하의 계열사로 편입시키는 계획이 진행중인 것이다. 지주사내 특별팀에 카드사업 분사를 실현시키기 위한 권한과 책임이 주어줬다. 우리은행 카드사업의 작년 매출액은 37조원, 직원수는 1388명이다. 분사되면 이만큼 자산과 직원이 은행에서 빠진다. 은행 입장에서 반길 리 없다.
카드분사는 이 회장이 민영화를 위한 목적으로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카드나 하나-SK카드처럼 은행에서 분리돼 독립 법인이 되면, 계열사가 늘어나게 된다. 그룹의 사세와 가치가 커진다는 의미다. 독립경영에 따른 수익성 향상도 기대된다. “분사 첫해 순이익을 두배 늘리는 정도는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부에서 나온다.
이렇게 된다면 우리금융의 가치는 현재보다 높아지고, 민영화를 위해 투자자를 모집하는 데 유리해진다. 이 회장은 투자자 모집에 여유를 가질 수 있고 다양한 카드를 구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주사 한 임원은 “(카드)분사가 불가피하다는 건 오케이다”면서도 “특별팀은 있지만 추진위원회 같은 조직이 구성돼 있지 않아 언제 독립 카드사가 출범한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우리금융그룹 내부에서는 “정보가 없다”는 이야기들이 자주 들린다. 인사는 물론 조직 개편 등 과거에는 발표 전에 미리 단서쯤은 나왔는데, 최근에는 당일에서야 알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 원인으로 이 회장을 지목한다. 과거와 달리 측근들에게 조차 속내를 잘 비추지 않으니 정보가 생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이 회장이 민영화에 비장한 각오로 임하면서 쉽게 입을 열지 않는다”고 했다.
민영화를 향한 이 회장의 의지가 강력한 만큼, 향후 카드분사 말고도 어떤 전략들을 쏟아낼지 관심이다.
▶글로벌 투자시대의 프리미엄 마켓정보 “뉴스핌 골드 클럽”
▶수익률대회 1위 전문가 3인이 진행하는 고수익 증권방송!
▶검증된 전문가들의 실시간 증권방송 `와이즈핌`
[뉴스핌 Newspim]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