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방통위 압박수위 높여, 통신사 좌불안석
[뉴스핌=배군득 기자] 정부 압박정책이 서민 물가안정 대책으로 내놓은 기름값 인하에 효과를 거두자 다음 타깃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다음 인하정책에서 가장 유력시되는 이동통신사업자들은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압박감에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이통사에서는 이번 기름값 인하에서 나타난 정부 압박수위가 생각보다 강경하고 몇 달간에 걸쳐 정유사 숨통을 죄여 온 만큼 통신비 인하도 정부와 업계간 치열한 줄다리기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의 통신비 인하에 대한 의지는 올해 초부터 감지됐다. 지난 2월 기획재정부 윤증현 장관이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통신비 인하를 위해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가격인가 방식을 재검토 해야 한다”고 제안하면서 이통사 반발을 샀다.
윤 장관은 이날 통신비가 가계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8%로 상당하다고 지적하며 통신비의 추가 인하, 통신시장 재편,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가격인가 방식 재검토 등 3가지 사안을 주문했다.
지난달에는 방송통신위원회 최시중 위원장이 상임위원회 2기 출범식과 함께 통신비 인하를 화두로 꺼냈다.
최 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상임위 2기 출범식에서 “기업들이 투자활력을 잃지 않는 선에서 지속적으로 통신 요금의 인하를 추진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이동전화 가입비와 기본료 인하를 추진하고 음성·데이터·문자별로 가입하는 이용패턴형, 노인과 청소년 등 이용계층형을 포함해 다양한 스마트 요금제 출시를 유도해 국민 통신비 부담을 덜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8일에는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휴대전화 개념이 복합문화 기기로 변하고 있는 만큼 통신 요금에 대한 개념도 재정립돼야 한다”며 “휴대전화 안에 홈쇼핑, 의료, 교육 등 만물상 기능을 하는 만큼 통신요금은 문화비용으로 분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 같은 발언을 토대로 스마트폰 출고가 현실화, 음성과 데이터, 문자 사용량을 사용자가 설정하는 모듈형 요금제, 기본료 인하안까지 전면적인 검토를 추진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통신비 인하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자 이통사도 ‘현재 통신비는 내릴만큼 내린 것’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우선 사용자가 선택권을 가지는 모듈형 요금제는 이미 기본료에 문자나 데이터를 별도로 추가할 수 있는 요금제가 시행 중이다. 더구나 음성과 문자, 데이터 서비스 원가가 모두 다르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정부와 이통사간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는 기본료 인하도 이통 3사 모두 반대하는 부분이다. 이통 3사는 ‘기본료는 시설에 재투자하는 자본’이기 때문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특히 이통 3사는 지난 2009년 9월에도 통신요금 인하방안을 발표했고 지난해도 1월부터 매달 이통사 사업에 제동을 걸고 나선 마당에 정부가 통신사 요금에 관여하는게 지나치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지난해 3월 SK텔레콤이 시행한 초당과금제의 경우 8개월간 방통위 압박이 거세지면서 KT와 LG유플러스가 결국 백기를 들었다. 사업자 판단에 따른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방통위가 성과를 내기위한 단적인 사례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정부 규제가 성과를 내기위한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며 실제 현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조치라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강경 정책이 당장 효과를 발휘 하더라도 단기적 미봉책에 불과한 만큼 근본적인 통신시장 생태계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도 내비쳤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현 정부 초기 통신시장 규제 완화에 중점을 둔 상황에서 과도한 경쟁체제가 형성된 것은 사실이지만 세부적인 사업전략까지 간섭하는 것은 월권행위”라며 “통신요금 인하는 장기적 계획과 함께 기업 재투자 등에 소요되는 비용이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기름값 인하 이후 통신비 인하는 정부의 수순일 것”이라며 “이통사도 요금인하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