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동훈 차장] 올해로 개통 7주년을 맞은 KTX가 최근 심상치 않다. 지난해 11월 2단계 개통에 따라 서울과 부산이 2시간 생활권으로 단축되는 '경사'를 맞았음에도 잇단 차량 고장으로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올들어서만 석달도 채 안된 사이 9차례나 발생한 KTX사고는 진위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는 허준영 사장의 "사고는 무슨 사고입니까. 사람이 죽었나요?"라는 말처럼 그다지 놀라울 것 없는 작은 해프닝일 수 있다. 실제로 광명역에서의 탈선 사고를 제외하면 인명 사고가 걱정될 정도의 큰 사고는 없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2단계 개통 이후 KTX 운행시간이 대폭 확대되면서 올해 들어서만 벌써 9차례나 사고가 났다는 점이다. 이 정도면 열흘에 한번씩 사고가 나고 있는 셈이다.
철도사고라는 단어를 생각한다면 국민들은 멀리는 지난 1977년 11월의 이리역(현 익산역) 폭발사고나 짧게는 1993년 3월 발생했던 구포역 열차사고 전복 사고를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이리역 사고는 59명이 사망하고 1158명의 부상자를 만들었으며, 구포역 사고에서는 78명이 사망하고 198명이 부상당하는 끔찍한 사고로 기록되고 있다.
이처럼 열차 사고는 빈도는 낮지만 한번 발생했다하면 대규모 참사로 이어지는 만큼 열차사고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이 불안한 것은 당연하다. 허 사장과 코레일이 '작은 고장'이라고 무시하려도 KTX를 타려는 승객들에겐 덮어질 일이 아니다. 더욱이 KTX는 경쟁자도 없는 독점사업이며, 판매 수익이 아닌 국민 혈세로 운영된다는 점도 고려해야한다.
무엇보다 KTX 사고가 운행 확대 이후 발생했다는 점은 허 사장이 깊게 되새겨야할 부분이다. 당초 KTX는 철저하게 운행 횟수를 준수했다. 이에 대해 불편을 느낀 국민들의 불만 제기가 잇따르기도 했다. 여기에 코레일 전임 사장들은 "KTX는 어떤 열차보다 정비가 잘 따라줘야 하는 만큼 KTX가 운행되지 않는 시간에도 꾸준히 정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장 취임 이후 운행시간 확대를 주도했던 허 사장은 정비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신경을 썼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KTX사고는 정비인력 감축 때문이라는 철도노조의 주장에 공감이 가는 국민이 더 많은 것이다. 경찰청장 출신으로 코레일의 사장이 되면서 낙하산 논란이 있었다는 점에서 허 사장은 지나치게 '뭔가를 보여주겠다'는 생각이 컸던 것은 아닌지 스스로 자문해야한다.
비단 'KTX의 위기'는 9차례 사고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승객들이 느끼기에 KTX는 과거보다 많은 면에서 불편해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화장실이 과거보다 지저분해졌고, 좌석의 청소상태도 과거보다 좋지 않다는 지적을 나오고 있다.
한 승객은 운행 중이던 KTX의 좌석 외부 유리창이 순식간에 깨져버리는 일을 겪었다. 이에 대한 코레일 직원의 답은 "가끔 그런 일이 있으니 놀라지 말라"는 것이었다는 게 이 승객의 이야기다.
즉 허준영 사장은 지난해 2단계 개통 이후 요구되던 시스템 변환시기를 제대로 지휘하지 못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제 KTX의 문제는 코레일과 허준영 사장이 해결할 수 있는 범위는 넘어섰다. 그렇다면 아예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것은 어떨까?
이 대통령은 과거 서울시장 재임시절인 2003년 3월 잦은 고장이 잇따라 발생하던 서울 지하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달 동안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며 직접 지하철을 챙긴 바 있다.
이 일정이 전시효과든 아니든 이 대통령의 지하철 출퇴근 이후 서울 지하철의 잦은 고장이 거짓말 처럼 자취를 감췄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울 지하철 문제를 '고용사장'인 지하철 공사 사장이 해결하지 못하고 '오너'인 서울시장이 해결한 것처럼 철도 문제도 허준영 사장이 해결하지 못한다면 이제 대통령 밖에 해결할 사람이 없다. 대통령이 지방 행사를 갈때 마다 차량이나 비행기가 아닌 KTX를 타고 이동할 것을 권한다. 아마도 KTX의 사고도 흔적없이 사라질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코레일과 허 사장이 공기업으로서 '신이 내린 직장'에 만족한다면 KTX 문제는 '오너'인 대통령이 아니고선 해결할 수 없다.
▶글로벌 투자시대의 프리미엄 마켓정보 “뉴스핌 골드 클럽”
▶수익률대회 1위 전문가 3인이 진행하는 고수익 증권방송!
▶검증된 전문가들의 실시간 증권방송 `와이즈핌`
[뉴스핌 Newspim]이동훈 기자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