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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금융위기가 촉발됐던 2008년보다 투자 결정을 내리기 더 어렵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미국 경제가 GDP 지표상 침체를 벗어나지도 전에 이미 증시는 상승 기염을 토했고, 이 때문에 적정 가치보다 저평가된 종목을 찾기 어려워진 탓이다. 워런 버핏의 말을 빌자면 탐욕으로 전율을 일으키게 하는 종목이 지극히 드물다.
펀드 평가업체 모닝스타는 향후 펼쳐질 3가지 경제 트렌드를 제시하고, 각 시나리오에 걸맞는 유망주를 제시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2차 양적완화(QE)로 인한 인플레이션과 거시경제 및 부동산 시장 침체로 상당한 압박에 시달렸던 금융업종의 회생, 거시경제에서 개별 기업의 실적과 밸류에이션으로 투자자 시선 이동이 세 가지 트렌드로 꼽혔다.
최근까지도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제한적이었다. 실업률이 여전히 10%에 육박하는 데다 임금 인상도 가시화되지 않는 상황이고, 유동성 공급 통로인 은행 대출 역시 여전히 사상 최저 수준을 탈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연준의 발언에서 인플레이션을 이끌어내려는 강한 의지가 엿보였다는 것이 모닝스타의 판단이다. 2차 양적완화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오지 못할 경우 3차, 4차 유동성 공급에 나설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얘기다.
이머징마켓과 유럽에 상륙한 인플레이션이 미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에 대비, 물가 상승에도 자산 가치를 지켜줄 수 있는 종목에 우선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부동산 자산을 보유했거나 원가 상승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는 기업이 여기에 속한다.
상당수의 부동산 투자 신탁(리츠)가 고평가되거나 펀더멘털 측면에서 취약한 데 반해 헬스케어리츠(HCN)은 차별성을 보인다. 주로 노년층 거주 및 의료업계 건물에 투자하는 헬스케어리츠는 단기 부채가 거의 없을 정도로 재무건전성이 뛰어나다. 세입자에게서 받는 임대료 수입이 세금과 보험, 그 밖에 부동산 유지비를 모두 충당할 정도로 높고, 배당수익률이 6%에 이르는 것도 투자 매력이다.
마젤란 미드스트림 파트너스(MMP)는 미국 대형 정제유 송유관을 운영하며, 몇 가지 측면에서 인플레이션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가령, 경기가 살아날 때 원유 및 석유 제품 수요가 높아질 수 있고, 이는 마젤란의 송유관 수요 및 이용료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보트 연구소(ABT)는 인플레이션이 가시화돼도 원가 상승분을 매출 감소 없이 소비자에게 전할 수 있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매출액의 40%를 의료 장비 부문에서 창출, 주요 제약사와 달리 특허 만료에 따른 리스크가 크지 않고, 올해 예상 실적 대비 주가수익률(PER)이 10배로 밸류에이션 부담도 낮다. 배당수익률은 3.7%로 집계됐다.
과거 경험상 경기가 회복되는 단계에 가장 강한 랠리를 보이는 것이 금융주다. 이번에도 같은 흐름이 되풀이될 것이라고 모닝스타는 전망했다. 미국 경제가 공식적으로 침체를 벗어난 이후에도 부실 여신과 압류 문제 등으로 금융주의 주가 수익률이 부진했지만 자본건전성이 뛰어나고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은 종목을 중심으로 강한 반등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다.
웰스 파고(WFC)는 경쟁사에 비해 대출을 엄격하게 제한, 서브프라임 사태 당시 부실 여신에 따른 손실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와코비아를 저가에 인수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 월가 애널리스트는 인수합병(M&A)이 상당한 이익 창출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내다봤다. 2011년 실적 기준 PER은 10배 내외로 밸류에이션 부담도 낮다.
뱅크 오브 뉴욕 멜론(BK)은 수수료를 근간으로 한 금융 서비스에 주력하며, 지난해 3분기 수수료 수입은 8억3200만달러로 전년 동기 6억달러에서 큰 폭으로 늘어났다. 2011년 실적 기준 PER은 11배 내외다.
은행주 투자가 불안하다면 비자(V)가 대안으로 꼽힌다. 비자는 직접적인 대출 없이 이른바
‘통행료’ 비즈니스 구조를 갖춘 금융주다. 비자의 수익성은 60%에 이르는 영업이익률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경기 회복이 좀더 본격화되고 소비 지출이 살아날수록 높은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상당 부분 희석된 데 따라 기존의 ‘탑다운’ 방식에서 ‘바텀업’ 방식으로 접근하는 투자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때 투자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종목 중 하나가 건설업체 NVR(NVR)이다. 부동산 시장이 여전히 고전하고 있어 투자자들 사이에 건설주 인기가 미지근하지만 철저하게 바텀업 방식으로 접근, 기업 자체에 시선을 좁히면 생각이 달라진다고 모닝스타는 강조했다. NVR은 개발업체와 옵션 배정 방식으로 건설 부지를 매입하기 때문에 부동산 침체가 발생하더라도 손실액이 초기 계약금으로 제한된다. 이 같은 독특한 비즈니스 구조 덕분에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NVR이 손실을 기록한 것은 단 한 분기에 그쳤다.
NVR은 건설업계에서 드물게 재무건전성이 상당히 높고, 보유한 현금 자산만 10억달러를 웃돈다. 특히 최근 들어 풍부한 현금 자산을 자사주 매입에 투입하면서 투자 매력을 높아고 있다는 평가다.
운송업체 랜드스타 시스템(LSTR)은 연간 매출액이 24억달러에 불과하지만 막강한 경제적 해자를 갖췄다는 평가다. 주력 사업은 배송 업체와 트럭 업자를 연결하는 것으로 지극히 단순해 보이지만 1300개 에이전트와 2만700개 배송업체, 8000개 운수 업체 등 대규모 네트워크가 경쟁력의 원동력이다. PER은 17배로 저평가된 상태가 아니지만 경제적 해자와 성장성을 감안할 때 25% 가량 저평가됐다고 모닝스타는 진단했다.
마지막으로 반도체 업체 AMD(AMD)는 경제적 해자 관점에서 볼 때 투자 매력이 낮다. 하지만 AMD는 서버 시장에 새로운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출시할 예정이며, 인텔 제품보다 대기업 데이터 센터의 선호도가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
또 서버 시장에서 점유율을 10%포인트만 확보해도 매출액이 10억달러 급증할 수 있는 구조인 만큼 AMD를 향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기업 가치 대비 50% 가량 저평가된 밸류에이션은 부정하기 힘든 투자 매력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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