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뉴스핌 장도선 특파원] 사퇴를 거부하고 버티던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마침내 11일(현지시간) 군부에 권한을 위임한다는 뜻을 밝히고 하야했다.
30년에 걸친 무바라크의 독재정치가 18일간 지속된 이집트 국민들의 민주화 시위로 붕괴되면서 아랍권 뿐 아니라 전 세계 독재 정권에 경고등이 켜졌다.
오마르 슐레이만 부통령은 이날 국영 TV를 통해 무바라크의 하야 소식을 전하며 군사평의회가 (당분간) 이집트를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오는 9월 대통령 선출을 위한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실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집트의 과도기를 통치할 고위 군사평의회는 모하메드 후세인 탄타위가 이집트 국방장관이 이끌게 된다고 한 군사 소식통이 전했다.
무바라크로부터 권력을 인계받은 군사평의회는 이날 성명에서 과도 통치를 위한 준비조치를 취하겠다면서 무바라크 대통령이 국익을 위해 용퇴했다고 평가했다. 또 시위 도중 사망한 사람들도 순교자로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군사평의회는 또 현 상황이 매우 심각하고 중대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으며, 군사평의회가 국민의 기대에 부합할 수 있는 조치들을 연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무바라크는 슐레이만 부통령의 국영TV 담화 발표 이전 가족들과 함께 카이로를 떠나 홍해 연안의 휴양지 샤름 엘-셰이크로 떠났다고 집권당 소식통이 밝혔다.
카이로 시내 타흐리르광장에서 무바라크의 퇴진 요구 시위를 벌이던 수십만의 군중들은 무바라크의 하야 소식이 전해지자 서로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는 등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군중들은 "국민이 정권을 무너뜨렸다" "신은 위대하다"고 외쳤다.
재봉사 사드 엘 딘 아메드(65세)는 "악몽은 끝났다"고 말했다. 또 세일즈맨 모스타파 카말(33세)는 "이제 우리는 자유를 되찾았다. 우리는 숨을 쉬고 우리 권리를 요구할 수 있게 됐다. 무바라크 치하에서 우리에게 행복한 날은 없었다. 앞으로 보다 나은 미래가 찾아올 것으로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치 활동이 금지되어온 이슬람 형제당이 이집트 국내에서 가장 조직화된 세력의 하나로 대두된 상황에서 일부에서는 무바라크 정부의 국방장관 출신인 탄타위가 이끄는 군부가 민주화 요구를 어느 정도 수준까지 허용할 것인지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미국의 CSIS(국제전략문제연구소) 존 앨터만은 "무바라크의 사임은 시작 부분의 끝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이집트는 지금 민주주의를 향해 가고 있는게 아니라 계엄통치로 접어들었다. 이집트가 어디로 갈지는 논쟁거리다"라고 말했다.
리스크 컨설팅 기관 스트래트포는 "군부가 탄타위 주도로 구데타를 진행해왔다. 슐레이만 부통령이 군부 주도 정부의 민간인 수반으로 계속 남게 될지는 확실하지 않다"면서 "이집트는 군 장교 위원회가 국가를 통치하는 1952년형 모델로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Reuters/NewsPim]장도선 기자 (jdsm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