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안보람 기자] 국고 3년물 10-2호의 왜곡현상이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10-2호의 가격이 너무 높아 더 이상 메리트가 없다는 얘기가 나온 지 거의 한 달이 돼 가지만 나아지기는 커녕 더 꼬여가기만 할 뿐이다. 시장이 이렇게 왜곡된 데는 미숙한 정책이 한 몫 단단히 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 거칠 것 없는 10-2호의 질주
3일 오전장 채권시장에서 국고 3년물 10-2호는 전일비 5bp 내린 3.13%에 거래되고 있다.
5년물 10-5호나 10년물 10-3호가 전일비 -1bp 수준에서 거래되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강한 상황이다. 10-2호는 전날 다른 채권들이 일제히 상승하는 상황에서도 3bp 하락하며 국채선물의 반등마저도 이끌었다. 이에 따라 3-5년 스프레드는 76bp까지 확대됐다.
통안 2년물과의 금리도 비정상적으로 벌어졌다. 이날 오전장 현재 통안 2년물 금리가 3.34%에 거래되는 점을 감안하면 3년물과의 역전폭은 20bp 수준이다.
2년물의 경우 물량이 많아 3년물과 역전되는 상황이 종종 벌어지지만 이 정도까지 폭이 확대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게 시장참가자들의 전언이다.
콜금리와 비교해 봐도 10-2호 금리는 지나치게 낮다. 일반적으로 금리인상에 대한 기대가 없을 때 콜대비 3년물 금리는 75bp에서 많게는 100bp까지 벌어지지만 현재는 64bp 수준이다.
이같이 이례적인 10-2호의 초강세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소위 '긁어가는' 모습이 종종 목격된다. 문제는 10-2호의 수급이 꼬였다는 데 있다.
◆ 국채선물 바스켓 종목이라 내년까지 영향
채권시장에 따르면 지난 6월 신규발행 된 10-2호의 총 발행물량은 6조 3600억원이었다. 이중 외국인이 보유한 물량이 3일 현재 3조 2040억원이며, 대차잔고가 2조 5250억원이다. 결국 실제 유통물량은 6310억원에 지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반면 10-2호의 연내 추가적인 공급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재발행을 위해서는 국회 승인을 받아야하므로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자료: 코스콤, 뉴스핌 |
더욱이 10-2호는 국채선물의 바스켓 종목으로 지정돼있다. 현재 시스템대로라면 내년 6월물까지 바스켓물로 유지돼 꾸준한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시장 일각에서는 "만일 이 상환에서 대차상환 요구라도 나오게 된다면 시장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경고가 나온다. 실제 전날에는 10-2호에 대한 대여 연장을 거부했다는 얘기가 나돌기도 했다.
◆ 잘못된 정책대응, 시장 왜곡 초래
문제는 이런 수급 왜곡이 잘못된 정책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우선 기획재정부는 균등발행을 유지한다는 원칙을 밝힌 바 있지만 전액낙찰 도입, 추가발행 등으로 1월과 12월 발행물량에 큰 차이가 발생했다.
지난 1월 발행물량은 경쟁입찰, 비경쟁 입찰, 교환 등을 포함해 9조 4610억원에 달했지만 12월 발행계획을 보면 교환을 포함해 2조 861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6조 6000억원의 편차가 발생한 것이다.
예상보다 응찰물량이 많았고, 재정 조기집행을 단행해야 하는 입장은 충분히 이해할만하지만 결과적으로 현재 시장의 왜곡을 초래했다는 화살마저도 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외화유동성 확보를 위해 외국인의 채권 원천징수세 면세까지 단행하며 추진하던 WGBI편입을 환율하락세가 가팔라지자 사실상 포기한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정된 물량 안에서 WGBI 편입을 감안해 장기물 비중을 늘리다보니 단기물은 자연히 줄어든 상황이었다. 그런데 WGBI 편입이 불발되면서 장기물 물량은 늘고 수요는 줄어들어 커브 스팁의 원인이 되고 있다.
여기에 절묘하게도 물량부족 사태에 민감해진 시기에 담당자(기획재정부 국채과장)가 바뀐 점도 혼란을 초래하는 요인으로 가세했다.
시중은행의 한 채권매니저는 "담당자가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아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 실질적으로 어떤 조치도 내놓기 어려운 게 현실일 것"이라며 "아직까지는 시간이 있다고 보는 게 당연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외국계은행의 한 채권매니저는 "물량부족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는 과정에서 담당자가 교체됐고, 원론적인 입장만을 내놓았다"며 "남은 물량을 감안하면 12월 교환물량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았지만 국회 승인 등을 언급하며 실질적으로 취할 조치가 없다는 것을 재정부가 자인하면서 비정상적인 상황을 이끌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1월이 되고 실질적으로 재발행 등 액션이 나온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투자증권의 박종연 애널리스트는 "이번 10-2호 사태는 결국 '정책실패의 결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며 "꼭 실제 액션이 아니더라도 시장의 긴장감을 유지할 수도 있었을 텐데 우물쭈물하는 사이 시장이 이렇게 까지 왜곡됐다"고 진단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결국 정상으로 돌아가긴 하겠지만 낙폭이 크면 오름폭도 클 수밖에 없다"며 "그 과정에 겪을 혼란을 줄일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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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안보람 기자 (ggargg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