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안보람 기자] 외국인의 채권투자에 대해 원천징수를 면제하는 조치를 폐지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채선물이 일순간 30틱 고꾸라지는 등 채권시장이 흔들하는 모습이다.
원천징수 면제 폐지가 'WGBI편입 포기'까지 연결되며 채권시장참가자들의 심리를 불안하게 했지만 시장은 점차 '정말 할 수 있을까'와 '폐지한다고 해서 외국인의 투자 흐름이 바뀔까'에 대한 의구심으로 변하는 모습이다.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위 국정감사에 참석한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한나라당 조문환 의원이 "외국인 채권 투자시 원천징수세를 면제한 조치를 폐지해야 한다"는 발언에 대해 "금융위 소관 사안은 아니지만, 관계부처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과도한 외국 자본 유입과 이에 따른 대책 마련과 관련해 진 위원장은 "아주 미시적으로 보면서 상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외국인들과 외은지점들은 이 소식을 접한 직후 빠르게 국채선물에 대한 매물을 내놓기 시작했다.
국내 채권투자에 대한 원천세 면제 조치가 폐지될 경우 기대 수익률이 줄어들기 때문에 국내 채권투자에 대한 메리트는 그만큼 줄어든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원천세 면제가 당시 WGBI편입을 위한 선제조치였음을 감안해 WGBI편입이 아예 물건너 간게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기도 한다.
아울러 '추가조치가 나오지 말란 법이 어딨냐'는 두려움은 물론, 국내 투자자들로부터 외국인 투자로 인한 강세가 되돌려 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패닉양상은 다소 진정 국면에 접어드는 듯하다.
과연 원천세 면제 조치를 폐지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은 물론, 국정감사에서 으레 등장하는 해프닝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물론 브라질이나 태국의 움직임을 보면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점까지도 배제하긴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외국인의 국내채권에 대한 투자의 원인이 근본적으로 '글로벌 양적완화로 인한 이머징 국가들의 메리트 부각'이라고 보면 면제조치 폐지가 대세를 거스를 만한 요인은 아닐 것이라는 판단이다.
삼성증권의 최석원 애널리스트는 "최근에 우리뿐 아니라 브라질이나 태국 등 이머징 마켓에서 글로벌 자본의 과도한 유출입을 그냥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움직임이 있다"며 "글로벌 유동성이 유입되면서 혼란을 일으킬 수 있고 이걸 막겠다는 것인 만큼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영향의 정도는 다른 얘기"라며 "외국인들이 국내 채권을 사는 이유가 크게 보면 양적완화, 환율절상 가능성 등인 만큼 원천징수 면제를 되돌린다고 해도 급격이 빠져나간다고 보는 것은 무리"라고 전망했다.
SK증권의 염상훈 애널리스트 역시 "실질실효환율이 80대로 여전히 저평가돼 있는 원화에 대한 기대와 외환보유고 다변화 등이 외국인의 매수유인"이라며 "채권과세는 그들이 노리는 이익 중 극히 일부"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실질적으로 지난해 2월 26일에 발표된 외국인 채권 비과세 발표를 단기에 되돌리는 것도 쉽지 않을 듯하다"며 "국정감사에서 나온 여러 가지 발언중 하나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증권사의 한 채권매니저는 "국정감사에서 진동수 위원장의 개인적인 생각이 표출된 거 같다"며 "재정부의 반응을 봐도 오늘을 계기로 앞으로 논의될 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크게 반응할 만한 부분은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외국인의 채권투자 비과세 이후 국내 채권에 대한 투자가 늘어난 것도 사실이지만 전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다"라며 "양적완화가 1조가 되는지 아닌지 말하는 상황에서 외국인의 흐름이 바뀔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안보람 기자 (ggarggar@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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