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 동반퇴진론 부상…지배구조 새판짜기?
- 금감원, "실명제 위반 증거확보, 은행법 54조 징계사유 충분"
- 신한 내부, 직무정지 이상의 중징계…'빅3 동반퇴진론' 부상
- 신한금융, '포스트(Post) 라응찬 시대' 지배구조 새판짜기 불가피할 듯
[뉴스핌=한기진 배규민 기자] 금융감독당국이 신한금융지주 라응찬 회장에 대해 중징계 방침을 천명하면서 9월 이후 폭발된 신한사태가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지난 20년간 신한금융그룹을 풍미했던 '라응찬 시대'가 서서히 막을 내리면서 신한금융의 지배구조는 '포스트(Post) 라응찬 시대'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를 두고 새로운 판짜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7일 밤 라응찬 회장이 금융실명제법 위반으로 은행의 건전경영시스템에 중대한 악영향을 미쳤다는 이유로 중징계 방침을 전격 통보했다.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금감원의 제재에서 중징계는 통상 '직무정지' 이상을 뜻하는 것으로 황영기 전 우리금융회장을 중도사퇴시켰던 수준의 제재이다.
조만간 개최될 제재심의위원회의 결정이 남아있지만 금융당국의 분위기는 라 회장의 중도사퇴쪽으로 기울고 있다.
라 회장이 물러난다면 그의 대리인 역할을 했던 신한은행 이백순 행장의 입지도 위축될 수밖에 없고, 또 이미 직무정지 상태인 신한지주 신상훈 사장과 함께 ‘빅3의 동반퇴진'까지 이어질 공산이 있다.
◆ 금감원 중징계 자신, “과거에도 실명제법 위반은 징계”
8일 금융감독원의 고위관계자는 “라 회장이 금융실명제법을 위반했다는 증거를 확실히 잡았다”면서 “(징계한 사례가) 과거에도 그랬지만 실명제법 위반은 은행법 54조의 임원이 금융기관의 건전한 운영을 해친 것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은행법 54조 임직원 규정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임원이 금융기관의 건전한 운영을 크게 해치는 행위를 하는 때에는 금융감독원장의 건의에 따라 당해 임원의 업무집행의 정지를 명하거나 주주총회에 대해 그 임원의 해임을 권고할 수 있다.
물론 금감원은 라 회장에게 제재심의원회에서 소명 기회를 충분히 주기로 했다.
이에 대해 신한지주측도 응당 그렇게 돼야 하므로 기다리는 바라는 입장이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자세한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며 “앞으로 열릴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충분히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출장 중인 라 회장도 조기 귀국해 금감원의 중징계 통보와 향후 이사회에서 경영공백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과거 황영기 전 회장이 변호사를 통해 두 권에 달하는 반박자료를 제재심의위원회 위원들에게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금감원의 방침을 뒤엎지 못한 전례가 있다는 점에서, 라 회장측의 반박이 얼마 만큼 통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 신한금융 CEO '빅3' 동반퇴진 가능성 부상
금융당국 징계가 아니더라도 지난 9월 2일 신상훈 사장 고소로 내분에 휩싸인 후, 라응찬 회장에 대한 불신이 함께 싹트고 자라왔다는 점은 그가 현직을 유지하기에 적잖이 부담으로 작용할 대목이다.
신한금융 자회사의 한 임원은 “왜 일을 이런 지경까지 가지고 왔는지 답답하다"며 "이번 사태로 경영진 3분 모두 치명적인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직원들은 일이 이렇게 된 이상 3명 모두 퇴진하기를 바라는 분위기"라며 "3분 모두 후배들을 위해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모두 떠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 같은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감독당국의 중징계와는 별도로 신상훈 사장의 배임 혐의를 조사하고 있는 검찰의 수사 결과가 결국 신한금융의 조직을 걷잡을 수 없이 흔들 것이라는 우려가 짙게 배어 있기 때문이다.
신 사장이 무혐의로 판명 나고, 컴백할 경우 라 회장에 대한 비난은 차지하고라도 그와 관련된 사람들이 다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신한금융그룹의 조직도 불안해진다.
반대로 혐의가 있는 것으로 결론이 나도 재판 과정이 수 년간 지속될 수 있기 때문에 이 역시 조직에는 역시 커다란 해가 된다.
◆ 차기 지배구조 구축 과제, 관료 출신 CEO 올까 우려
그렇지만 경영진 '빅3'가 동반퇴진한다고 해도 문제가 말끔히 해결되거나 그 정도 선에서 그치지는 않는다.
새로운 지배구조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외부의 압력에 좌우되거나 관료 출신들이 CEO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만약 세 분이 모두 동반퇴진을 할 경우 이후 가장 걱정되는 것은 이들 CEO의 자리를 관료 출신들이 차지하는 것"이라며 "신한금융그룹의 주가 등 자산가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년간 신한은행장 3연임, 신한금융지주 회장 4연임 등으로 신한금융그룹을 이끌며 신한의 정체성을 지켜온 라 회장이 거취는 신한의 미래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배규민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