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연호 기자] 구인회 LG창업주의 세 동생들이 전선업종을 갖고 LG그룹에서 독립해 나온 지 만 6년이 됐다. 같은 능성 구씨임에도 구인회 창업주의 직계가 아닌 방계인 LS일가들은 하나의 LG시절 아무래도 소외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전자와 화학 위주의 LG그룹에서 전선업은 사양산업으로 치부되며 투자우선 순위에서 늘 밀리게 마련이었다. 이같은 이유로 그룹 시절 LS전선은 캐시카우(현금 창출원) 역할을 하며, 그룹의 새로운 투자처가 나타날 때마다 자금저수지 같은 기능에 머물러야 했다.
분가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사실 현재 LS그룹을 이끌고 있는 구태회, 구평회, 구두회등 구인회 창업주의 세 동생들은 현재의 글로벌 기업 LG를 만드는 데 적지 않은 공헌을 했기 때문이다.
![](http://img.newspim.com/img/lsci78658.jpg)
◆ 독립 선언 '대성공'...점진적 사세확장
LS그룹은 지난 2003년 11월에 LG에서 계열 분리돼 LG전선그룹으로 떨어져 나왔다. 2005년 1월부터는 LS그룹으로 사명을 바꾸고 LS전선 , LS산전, LS니꼬동제련, 가온, E1, 예스코 등 전선 및 에너지 전문 그룹으로 사업을 유지해 오고 있다.
지난해 출범한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한 형제간의 끈끈한 '신뢰 경영'의 바탕위에 39개의 계열사(상장사 7개)를 거느린 재계 15위의 그룹사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분리 후에 덩치도 급격히 커졌다. 지난 2003년 당시 7조3500억원의 매출과 3500억원의 영업이익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19조1500억원의 매출과 1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 정도면 LG그룹의 테두리 밖으로 나오길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들 만도하다.
LS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LG시절과 달라진 점은 아무래도 좀 스피디(speedy)해졌다는 것"이라며 "그 시절엔 전자나 화학에서 벗어 난 사업이기 때문에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었지만, 분리하고 나서부터는 우리 스스로 결정해 적기에 투자하고 많은 기업들을 인 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LS의 독립은 '대 성공'으로 평가 받는다. 성공 요인은 크게 두가지다. 저비용·고효율의 스몰 M&A(인수·합병)과 형제간 '신뢰경영'을 통한 시너지다.
구자홍 LS회장은 지난해 11월 말 그룹의 주물 전문업체인 캐스코의 중국 다롄 공장 준공식에서 계열사 최고경영진 및 임원들에게 처음으로 '스몰 M&A' 필요성을 역설했다. 구 회장의 발언의 요지는 LS가 갖고 있는 잠재역량을 더 강화할 수 있는 작지만 큰 기업 즉 강소기업을 인수하자는 것이었다. 규모는 작지만 핵심역량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스탠더드에 가까운 경쟁력을 갖춘 회사들을 인수해 회사의 본업 즉 핵심역량을 키우자는 생각이었다. 그
가장 최근 있었던 스몰 M&A의 주최는 LS전선이었다. LS전선은 지난 1일 중국 용딩그룹으로부터 전력선 전문제조업체인 호북용딩홍치전기를 약 2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세계 전력 케이블 시장의 24%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 시장은 오는 2012년까지 연 평균 4.6%의 성장이 예상되는 시장이다.
홍치전기 계열사 편입을 통해 중국 내 전선사업의 현지화를 위한 생산거점을 확보할 수 있게 된 LS전선은 이 회사를 220kV 이상의 고압 전력케이블과 산업용 특수케이블시장을 집중 공략하는 전략을 통해 수년 내 1조원 규모의 중국내 메이저급 전선업체로 육성할 계획이다. 중국 시장 진입장벽을 뚫는 기반을 마련했다는것도 성과다.
LS산전은 올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 스몰 M&A에 성공하면서 이 분야의 강자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LS산전이 가장 최근 인수한 기업은 공장자동화 서보(Servo) 전문 기업인 메트로닉스다. LS산전은 9월까지 총 88억원을 투자해 메트로닉스의 지분 60%(약 24만 주)를 취득해 최대주주가 된다. LS산전은 이번 인수로 인버터, PLC(전력선 통신)와 함께 서보 시스템까지 풀 라인업 체제를 구축해 자동화기기 사업 분야의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게 됐다.
또한 LS산전은 지난 6월 초 독일 인피니언 테크놀로지스와 합작으로 LS파워세미텍을 설립해 전력용 반도체 사업을 확대했고 지난 3월에는 PLT(전력선 통신 기술)와 발광다이오드(LED) 사업 원천 기술을 보유한 플래넷을 38억원에 인수 마무리했다. LS산전은 이에 더해 올해 말까지 2~3개가량 핵심 기술을 가진 알짜 연관 기업을 더 인수해 기존 사업을 강화하는 전략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방침이다.
LS엠트론은 지난해 11월 자동차 부품 회사인 대성전기공업, 공조기 회사인 에이스냉동공조를 잇달아 인수했으며, LS니꼬동제련 역시 지난해 말과 올해 초 폐전자 부품 활용 업체인 토리컴과 리싸이텍코리아를 인수하며 '도시 광산'사업에 뛰어들었다. 계열분리후 LS는 이같은 스몰 M&A를 10여건 성공시키며 사세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가파른 우상향을 그리고 있다.
스몰 M&A는 아니지만 최근에는 예스코가 부동산개발업체인 한성의 유상증자에 195억원을 출자해 최대주주가 되는 형식으로 건설업에 진출하는 등 LS는 사업다각화에도 나서고 있다.
LS그룹의 또 다른 고속 성장 요인으로는 형제들 간의 '신뢰 경영'도 꼽힌다. 사실 LS는 형제간 그리고 사촌간의 방대한 '가족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구태회, 구평회, 구두회 명예회장은 각각 4명, 3명, 1명의 아들을 갖고 있고, 이 2세들은 또 그룹 및 주요 계열사들을 이끌고 있는 형태다. 형제간 의견 충돌 혹은 다툼이 있을 법도 하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그룹 내에서 형제 혹은 사촌 간에 '큰 소리가 들렸다'는 이야기를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을 정도로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기 보다는 최대한 존중해 주는 분위기다.
그룹 내에서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구자은 LS전선 전무 역시 가족 공동경영 시스템 아래서 차분히 움직여 나가고 있다. LS가 순항하는 데 이같은 신뢰 경영을 통한 시너지 창출도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 하면서 형제들간의 끈끈한 신뢰 경영에 덧붙여 확고한 책임경영 체제를 확립할 수도 있게 됐다.
![](http://img.newspim.com/img/rnskg901288.jpg)
◆ 글로벌 1등을 향해 달리다
LS그룹은 지난해 10월부터 착공한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 오촌리 인근의 연수원 공사를 거의 마무리하고 이달말 정식 오픈할 예정이다. 자체 연수원을 완공하고 독자적인 그룹 문화 만들기에 나서는 것이다. 총 2만7000평 부지에 연건평 4000평 규모로 들어설 연수원 건물은 그룹 임직원 1만여명이 순차적 교육을 받기에 충분한 대규모 시설을 갖추고 있다.
지난 2003년 LG그룹에서 분리된 LS그룹은 그동안 경기도 이천의 LG그룹 연수원인 인화원을 빌려 사원교육을 실시해왔다. 그러나 LG그룹의 기업문화를 교육하는 인화원 시스템으로 LS그룹의 독자적 기업 컬러를 구축하기는 어려웠다. LS는 향후 이곳을 통해 보수적인 그룹 문화를 탈피해 젊은 기업에 걸맞은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LS특유의 기업문화를 형성해 나갈 계획이다. 1만여 LS그룹 임직원들을 확실한 'LS맨'으로 키우기 위해 우선 LS그룹만의 도전 정신과 끊임없는 변화를 추구하는 기업정신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재정비할 계획이다.
'밝음'을 통한 원활한 의사소통도 LS가 새로이 추구하는 기업 문화다. LS 관계자는 "6년된 신생 기업으로 기업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며 "회사는 기본적으로 사내 시너지를 최대화하기 위해 '밝은' 조직을 추구하고 있고, 신입사원의 주요 덕목에도 '밝음'이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LS는 신생 그룹으로 분명 아직 일등은 아니다. 하지만 젊은 기업 특유의 패기와 자신감을 바탕으로 일등에 점차 근접하고 있다.
LS전선은 지난 20일 국내 최초로 해저케이블의 본격 양산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진도~제주를 잇는 해저케이블 사업을 따내면서 LS전선은 그간 유럽 기업들이 주도해 온 해저케이블 시장에 본격 진입했다. 지난해 기준 1조5000억원 규모인 세계 해저케이블 시장은 해상 플랜트와 해상풍력단지 증가,국가 간 전력망 연계사업 등으로 매년 30% 이상 성장하고 있다. LS전선은 이번 수주를 토대로 유럽과 동남아 등 전 세계 시장에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LS산전은 전력IT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스마트 그리드(지능형 전력망) 사업이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LS산전은 국내 스마트 그리드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기존 아파트 입주자들이 알 수 없었던 현재 전기요금과 누진상태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전력 효율화 시스템을 개발한 데 이어 국내 최초로 스마트 그리드를 구현한 그린빌리지와 그린 팩토리 구축을 앞두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가 예고한 스마트그리드 로드맵 확정시기가 2개월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LS의 성장성이 재차 부각되고 있기도 하다. 키움증권 김지산 애널리스트는 "한국이 지난 7월 기후변화 주요국 회의에서 스마트그리드 선도국가로 선정됨에 따라 오는 11월 중 국제사회에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로드맵 확정을 계기로 스마트그리드에 대한 청사진이 그려지게 됨에 따라 국내 배선 분야의 강자인 LS산전의 수혜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장기 실적 전망도 물론 '파란 불'이다. 메리츠증권 전용기 애널리스트는 23일 "주력인 전선업이 견고하고 안정적인 상태로 국내서 과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고, 북미 최대 전선회사인 슈페리어 에식스 인수가 성공한 M&A로 평가받는 등 해외 인지도도 높아짐에 따라 수주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스마트 그리드, 자동차부품, 2차전지등 신성장동력을 바탕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LG-LS 가계도와 계열분리의 상관관계
LS그룹은 구인회 LG 창업주의 셋째, 넷째, 다섯째 동생들이 공동으로 '형제 경영'하는 체제다.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 구평 회 E1 명예회장,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등 세 명의 명예회장과 각각의 '자(滋)'자 돌림 직계 2세들이 LS그룹을 이끌어가는 구조다.
LG그룹 구자경 명예회장은 구인회 창업주의 장남으로 1925년생이다. 구인회 창업주의 넷째 동생인 구평회(1926년생), 다섯째 동생인 구두회(1928년생) LS가(家) 명예회장들보다 나이가 더 많다. 즉 구 명예회장은 두 '회(會)'자 명예회장의 나이 많은 조카인 셈이다.
태회, 평회, 두회 세명의 LS 명예회장 각자의 아들들로서 LS의 CEO급 인사들인 구자홍, 구자엽, 구자명, 구자철, 구자열, 구자용, 구 자균, 구자은씨 등은 또한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본무(1945년생) LG그룹회장보다 모두 나이가 적다. 이들 '자'자돌림 CEO급 인사들은 물론 구본무 회장의 당숙부들이다.
즉 LG와 LS간 같은 직위의 인사들을 놓고 봤을 때, LS는 LG보다 한 항렬 위에 속한다. LS의 명예회장은 '회'자·CEO급은 '자'자인데 비해, LG는 명예회장이 '자'자·CEO급이 '본'자를 쓴다. LS일가는 동급 직위를 가진 LG일가의 나이 어린 작은아버지·당숙부의 위치를 점한다. 이를테면 LS일가 사람이 직위상 카운터파트의 LG일가 사람을 설이나 추석같은 명절에 만나게 된다면 '조카님'이란 호칭으로 맞절을 하면서 응대하는 구조란 말이다. 하지만 구인회 창업주의 직계인 구자경·구본무 회장의 LG가에 비해 방계인 LS쪽은 LG그룹 내에서도 힘이 약할 수 밖에 없었다. 계열분리도 이와 전혀 무관해 보이지는 않는다.
◆ LS 명예회장들의 활약
'럭키크림'이라는 화장품의 용기로 시작한 플라스틱 사업으로 경남 진주가 아닌 전국에서 손꼽히는 거부가 된 구인회 LG 창업주는 신 규사업으로 '전자공업'이라는 획기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런 카드는 성공적이었고 비약적인 사세 확장을 이뤄내며 1960년대 중반 이미 한국 가전산업의 맏형의 위상을 굳혔다. 하지만 이런 비약적인 사세 확장에도 불구하고 구인회 창업주는 사업현안 외에 정치권의 동향에 늘 노심초사했다. 당시만해도 온갖 기업 활동이 정부의 결정에 오락가락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박정희 정부는 5·16 쿠데타 직후에 18명의 재벌급 기업인을 부정축재자로 구속하고 51억원이 넘는 환수액을 통보했다. 구속된 18명 가운데는 구인회 사장을 대신해 다섯째 아우인 구평회가 포함됐다. 군사정부는 임시특례법을 만들어 현금 대신 국가경제에 도움 이 되는 공장을 지으라고 했다. 1962년 이 때 구 사장의 의도와는 전혀 무관하게 국가의 일방적 지시로 탄생한 회사가 바로 송배전용 및 통신용 전선생산회사인 한국케이블공업(現 LS전선)이다.
또한 이 때 구인회 창업주는 잇따른 정치적 외풍으로부터 자유롭게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는 정치적 배경이 절실함을 깨달았다. 락희그 룹 구인회의 넷째 동생인 구태회가 1958년 총선에 자유당 후보로 나간 것은 큰 형의 이런 생각을 헤아린 결과였다. 구태회는 이때부터 1980년까지 여당 6선의원을 지내면서 국회 부의장 자리까지 올랐다. 구인회에게 동생 구태회의 정계 진출이 큰 힘이 됐음은 물론이다 .
전자와 화학 위주의 LG그룹에서 전선업은 사양산업으로 치부되며 투자우선 순위에서 늘 밀리게 마련이었다. 이같은 이유로 그룹 시절 LS전선은 캐시카우(현금 창출원) 역할을 하며, 그룹의 새로운 투자처가 나타날 때마다 자금저수지 같은 기능에 머물러야 했다.
분가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사실 현재 LS그룹을 이끌고 있는 구태회, 구평회, 구두회등 구인회 창업주의 세 동생들은 현재의 글로벌 기업 LG를 만드는 데 적지 않은 공헌을 했기 때문이다.
![](http://img.newspim.com/img/lsci78658.jpg)
◆ 독립 선언 '대성공'...점진적 사세확장
LS그룹은 지난 2003년 11월에 LG에서 계열 분리돼 LG전선그룹으로 떨어져 나왔다. 2005년 1월부터는 LS그룹으로 사명을 바꾸고 LS전선 , LS산전, LS니꼬동제련, 가온, E1, 예스코 등 전선 및 에너지 전문 그룹으로 사업을 유지해 오고 있다.
지난해 출범한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한 형제간의 끈끈한 '신뢰 경영'의 바탕위에 39개의 계열사(상장사 7개)를 거느린 재계 15위의 그룹사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분리 후에 덩치도 급격히 커졌다. 지난 2003년 당시 7조3500억원의 매출과 3500억원의 영업이익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19조1500억원의 매출과 1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 정도면 LG그룹의 테두리 밖으로 나오길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들 만도하다.
LS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LG시절과 달라진 점은 아무래도 좀 스피디(speedy)해졌다는 것"이라며 "그 시절엔 전자나 화학에서 벗어 난 사업이기 때문에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었지만, 분리하고 나서부터는 우리 스스로 결정해 적기에 투자하고 많은 기업들을 인 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LS의 독립은 '대 성공'으로 평가 받는다. 성공 요인은 크게 두가지다. 저비용·고효율의 스몰 M&A(인수·합병)과 형제간 '신뢰경영'을 통한 시너지다.
구자홍 LS회장은 지난해 11월 말 그룹의 주물 전문업체인 캐스코의 중국 다롄 공장 준공식에서 계열사 최고경영진 및 임원들에게 처음으로 '스몰 M&A' 필요성을 역설했다. 구 회장의 발언의 요지는 LS가 갖고 있는 잠재역량을 더 강화할 수 있는 작지만 큰 기업 즉 강소기업을 인수하자는 것이었다. 규모는 작지만 핵심역량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스탠더드에 가까운 경쟁력을 갖춘 회사들을 인수해 회사의 본업 즉 핵심역량을 키우자는 생각이었다. 그
가장 최근 있었던 스몰 M&A의 주최는 LS전선이었다. LS전선은 지난 1일 중국 용딩그룹으로부터 전력선 전문제조업체인 호북용딩홍치전기를 약 2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세계 전력 케이블 시장의 24%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 시장은 오는 2012년까지 연 평균 4.6%의 성장이 예상되는 시장이다.
홍치전기 계열사 편입을 통해 중국 내 전선사업의 현지화를 위한 생산거점을 확보할 수 있게 된 LS전선은 이 회사를 220kV 이상의 고압 전력케이블과 산업용 특수케이블시장을 집중 공략하는 전략을 통해 수년 내 1조원 규모의 중국내 메이저급 전선업체로 육성할 계획이다. 중국 시장 진입장벽을 뚫는 기반을 마련했다는것도 성과다.
LS산전은 올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 스몰 M&A에 성공하면서 이 분야의 강자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LS산전이 가장 최근 인수한 기업은 공장자동화 서보(Servo) 전문 기업인 메트로닉스다. LS산전은 9월까지 총 88억원을 투자해 메트로닉스의 지분 60%(약 24만 주)를 취득해 최대주주가 된다. LS산전은 이번 인수로 인버터, PLC(전력선 통신)와 함께 서보 시스템까지 풀 라인업 체제를 구축해 자동화기기 사업 분야의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게 됐다.
또한 LS산전은 지난 6월 초 독일 인피니언 테크놀로지스와 합작으로 LS파워세미텍을 설립해 전력용 반도체 사업을 확대했고 지난 3월에는 PLT(전력선 통신 기술)와 발광다이오드(LED) 사업 원천 기술을 보유한 플래넷을 38억원에 인수 마무리했다. LS산전은 이에 더해 올해 말까지 2~3개가량 핵심 기술을 가진 알짜 연관 기업을 더 인수해 기존 사업을 강화하는 전략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방침이다.
LS엠트론은 지난해 11월 자동차 부품 회사인 대성전기공업, 공조기 회사인 에이스냉동공조를 잇달아 인수했으며, LS니꼬동제련 역시 지난해 말과 올해 초 폐전자 부품 활용 업체인 토리컴과 리싸이텍코리아를 인수하며 '도시 광산'사업에 뛰어들었다. 계열분리후 LS는 이같은 스몰 M&A를 10여건 성공시키며 사세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가파른 우상향을 그리고 있다.
스몰 M&A는 아니지만 최근에는 예스코가 부동산개발업체인 한성의 유상증자에 195억원을 출자해 최대주주가 되는 형식으로 건설업에 진출하는 등 LS는 사업다각화에도 나서고 있다.
LS그룹의 또 다른 고속 성장 요인으로는 형제들 간의 '신뢰 경영'도 꼽힌다. 사실 LS는 형제간 그리고 사촌간의 방대한 '가족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구태회, 구평회, 구두회 명예회장은 각각 4명, 3명, 1명의 아들을 갖고 있고, 이 2세들은 또 그룹 및 주요 계열사들을 이끌고 있는 형태다. 형제간 의견 충돌 혹은 다툼이 있을 법도 하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그룹 내에서 형제 혹은 사촌 간에 '큰 소리가 들렸다'는 이야기를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을 정도로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기 보다는 최대한 존중해 주는 분위기다.
그룹 내에서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구자은 LS전선 전무 역시 가족 공동경영 시스템 아래서 차분히 움직여 나가고 있다. LS가 순항하는 데 이같은 신뢰 경영을 통한 시너지 창출도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 하면서 형제들간의 끈끈한 신뢰 경영에 덧붙여 확고한 책임경영 체제를 확립할 수도 있게 됐다.
![](http://img.newspim.com/img/rnskg901288.jpg)
◆ 글로벌 1등을 향해 달리다
LS그룹은 지난해 10월부터 착공한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 오촌리 인근의 연수원 공사를 거의 마무리하고 이달말 정식 오픈할 예정이다. 자체 연수원을 완공하고 독자적인 그룹 문화 만들기에 나서는 것이다. 총 2만7000평 부지에 연건평 4000평 규모로 들어설 연수원 건물은 그룹 임직원 1만여명이 순차적 교육을 받기에 충분한 대규모 시설을 갖추고 있다.
지난 2003년 LG그룹에서 분리된 LS그룹은 그동안 경기도 이천의 LG그룹 연수원인 인화원을 빌려 사원교육을 실시해왔다. 그러나 LG그룹의 기업문화를 교육하는 인화원 시스템으로 LS그룹의 독자적 기업 컬러를 구축하기는 어려웠다. LS는 향후 이곳을 통해 보수적인 그룹 문화를 탈피해 젊은 기업에 걸맞은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LS특유의 기업문화를 형성해 나갈 계획이다. 1만여 LS그룹 임직원들을 확실한 'LS맨'으로 키우기 위해 우선 LS그룹만의 도전 정신과 끊임없는 변화를 추구하는 기업정신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재정비할 계획이다.
'밝음'을 통한 원활한 의사소통도 LS가 새로이 추구하는 기업 문화다. LS 관계자는 "6년된 신생 기업으로 기업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며 "회사는 기본적으로 사내 시너지를 최대화하기 위해 '밝은' 조직을 추구하고 있고, 신입사원의 주요 덕목에도 '밝음'이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LS는 신생 그룹으로 분명 아직 일등은 아니다. 하지만 젊은 기업 특유의 패기와 자신감을 바탕으로 일등에 점차 근접하고 있다.
LS전선은 지난 20일 국내 최초로 해저케이블의 본격 양산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진도~제주를 잇는 해저케이블 사업을 따내면서 LS전선은 그간 유럽 기업들이 주도해 온 해저케이블 시장에 본격 진입했다. 지난해 기준 1조5000억원 규모인 세계 해저케이블 시장은 해상 플랜트와 해상풍력단지 증가,국가 간 전력망 연계사업 등으로 매년 30% 이상 성장하고 있다. LS전선은 이번 수주를 토대로 유럽과 동남아 등 전 세계 시장에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LS산전은 전력IT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스마트 그리드(지능형 전력망) 사업이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LS산전은 국내 스마트 그리드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기존 아파트 입주자들이 알 수 없었던 현재 전기요금과 누진상태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전력 효율화 시스템을 개발한 데 이어 국내 최초로 스마트 그리드를 구현한 그린빌리지와 그린 팩토리 구축을 앞두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가 예고한 스마트그리드 로드맵 확정시기가 2개월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LS의 성장성이 재차 부각되고 있기도 하다. 키움증권 김지산 애널리스트는 "한국이 지난 7월 기후변화 주요국 회의에서 스마트그리드 선도국가로 선정됨에 따라 오는 11월 중 국제사회에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로드맵 확정을 계기로 스마트그리드에 대한 청사진이 그려지게 됨에 따라 국내 배선 분야의 강자인 LS산전의 수혜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장기 실적 전망도 물론 '파란 불'이다. 메리츠증권 전용기 애널리스트는 23일 "주력인 전선업이 견고하고 안정적인 상태로 국내서 과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고, 북미 최대 전선회사인 슈페리어 에식스 인수가 성공한 M&A로 평가받는 등 해외 인지도도 높아짐에 따라 수주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스마트 그리드, 자동차부품, 2차전지등 신성장동력을 바탕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LG-LS 가계도와 계열분리의 상관관계
LS그룹은 구인회 LG 창업주의 셋째, 넷째, 다섯째 동생들이 공동으로 '형제 경영'하는 체제다.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 구평 회 E1 명예회장,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등 세 명의 명예회장과 각각의 '자(滋)'자 돌림 직계 2세들이 LS그룹을 이끌어가는 구조다.
LG그룹 구자경 명예회장은 구인회 창업주의 장남으로 1925년생이다. 구인회 창업주의 넷째 동생인 구평회(1926년생), 다섯째 동생인 구두회(1928년생) LS가(家) 명예회장들보다 나이가 더 많다. 즉 구 명예회장은 두 '회(會)'자 명예회장의 나이 많은 조카인 셈이다.
태회, 평회, 두회 세명의 LS 명예회장 각자의 아들들로서 LS의 CEO급 인사들인 구자홍, 구자엽, 구자명, 구자철, 구자열, 구자용, 구 자균, 구자은씨 등은 또한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본무(1945년생) LG그룹회장보다 모두 나이가 적다. 이들 '자'자돌림 CEO급 인사들은 물론 구본무 회장의 당숙부들이다.
즉 LG와 LS간 같은 직위의 인사들을 놓고 봤을 때, LS는 LG보다 한 항렬 위에 속한다. LS의 명예회장은 '회'자·CEO급은 '자'자인데 비해, LG는 명예회장이 '자'자·CEO급이 '본'자를 쓴다. LS일가는 동급 직위를 가진 LG일가의 나이 어린 작은아버지·당숙부의 위치를 점한다. 이를테면 LS일가 사람이 직위상 카운터파트의 LG일가 사람을 설이나 추석같은 명절에 만나게 된다면 '조카님'이란 호칭으로 맞절을 하면서 응대하는 구조란 말이다. 하지만 구인회 창업주의 직계인 구자경·구본무 회장의 LG가에 비해 방계인 LS쪽은 LG그룹 내에서도 힘이 약할 수 밖에 없었다. 계열분리도 이와 전혀 무관해 보이지는 않는다.
◆ LS 명예회장들의 활약
'럭키크림'이라는 화장품의 용기로 시작한 플라스틱 사업으로 경남 진주가 아닌 전국에서 손꼽히는 거부가 된 구인회 LG 창업주는 신 규사업으로 '전자공업'이라는 획기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런 카드는 성공적이었고 비약적인 사세 확장을 이뤄내며 1960년대 중반 이미 한국 가전산업의 맏형의 위상을 굳혔다. 하지만 이런 비약적인 사세 확장에도 불구하고 구인회 창업주는 사업현안 외에 정치권의 동향에 늘 노심초사했다. 당시만해도 온갖 기업 활동이 정부의 결정에 오락가락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박정희 정부는 5·16 쿠데타 직후에 18명의 재벌급 기업인을 부정축재자로 구속하고 51억원이 넘는 환수액을 통보했다. 구속된 18명 가운데는 구인회 사장을 대신해 다섯째 아우인 구평회가 포함됐다. 군사정부는 임시특례법을 만들어 현금 대신 국가경제에 도움 이 되는 공장을 지으라고 했다. 1962년 이 때 구 사장의 의도와는 전혀 무관하게 국가의 일방적 지시로 탄생한 회사가 바로 송배전용 및 통신용 전선생산회사인 한국케이블공업(現 LS전선)이다.
또한 이 때 구인회 창업주는 잇따른 정치적 외풍으로부터 자유롭게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는 정치적 배경이 절실함을 깨달았다. 락희그 룹 구인회의 넷째 동생인 구태회가 1958년 총선에 자유당 후보로 나간 것은 큰 형의 이런 생각을 헤아린 결과였다. 구태회는 이때부터 1980년까지 여당 6선의원을 지내면서 국회 부의장 자리까지 올랐다. 구인회에게 동생 구태회의 정계 진출이 큰 힘이 됐음은 물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