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는 살아있는 재계의 전설이다. 자본 기술 인력 그리고 자원 등 이른바 경영요소가 전혀 없던 불모지의 이 땅에서 맨주먹으로 창업해 세계초일류의 철강기업으로 우뚝 선 까닭이다. 그것도 불과 40년도 안돼 이룬 쾌거이다.
포스코의 이런 신화창조의 가장 큰 원동력은 기술과 자본이 아니다. 흔들리지 않은 인사 덕분이다. 그 중심에는 박태준 명예회장이 우뚝하다. 허허벌판의 포항 앞바다에 말뚝을 박고 공장을 세울 때부터 포스코는 인사에 관한 한 일체의 외부청탁이나 압력에서 자유로웠다.
그 배경은 잘 알려진 그대로이다. 육군 중령에서 포스코 창업의 중책을 맡은 박태준 사장은 당시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인사에 전혀 개입하지 않겠다는 하나의 약속을 받아냈다. 그리고 이 약속은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잘 지켜졌다. 불모지에서 출발한 포스코가 오늘날 세계초일류기업의 반석에 올라설 수 있었던 경쟁력의 원천이다.
이런 포스코의 전설이 깨지는 것 같아 아쉽다. 내년 2월까지 1년 남짓한 임기를 남기고 있는 이구택 회장이 15일 이사회에서 돌연 사퇴의사를 밝혔다. 비록 임기가 남았지만 최고경영자는 임기와 관계없이 최근과 같은 비상경영 국면에는 새로운 CEO가 나서 위기극복을 위한 리더쉽을 발휘하는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해 사임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런 저런 소문이 없었다면 외견상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는 사퇴의 변이다. 여기에 작년 말 검찰이 이주성 전 국세청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포스코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 무마로비를 시도했다는 혐의가 불거져 나와 이회장의 입지가 어려워진 측면도 있다. 검찰의 조사결과와 관계없이 CEO로서 책임지는 자세를 사임을 통해 보일 수 있는 시점이다.
실제로 세무조사 무마로비 사실이 알려지자 측근들에게 사임의사를 밝혔다는 소문도 들렸다. 그러나 위기극복이나, 세무조사 무마로비에 대한 책임을 사임이유로 드는 것은 지금의 상황에서는 진정성이 떨어진다. 틀림없이 말 못하는 석연치 않은 이유가 있어 보인다. 이 회장 이전에도 김만제, 유상부 회장이 공교롭게도 정권교체기에 중도하차한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1994년 회장에 취임했던 김만제 전 회장은 김대중 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1998년 3월에 물러났다. 김 회장은 포스코의 최초의 낙하산 인사로 비판의 대상이었지만 정치권 개입설은 무성했다. 김만제 회장의 후임으로 1998년 3월 정통 포스코 맨인 유상부 회장이 취임했다. 포스코의 인사 신화가 재정립되었는가 했으나 유 회장은 2003년 노무현 정부시절 연임에 실패했다. 인사불개입의 포스코 신화에 틈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이 회장의 사퇴도 공교롭게도 이명박 정부의 출범과 맞물려 있어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포스코는 이미 공기업을 탈피한 민간기업이고 지분구조로 보면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한다고 CEO가 바뀔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외국계 지분이 43%에 달하고 소액주주와 기관을 합친 지분도 대략 43% 정도이다. 정부의 입김이 억지로라도 먹힐 수 있는 지분은 고작해야 5% 미만이다.
지분구조상 포스코는 주인이 없는 것과 다름없다. 의사결정을 주도할 세력이 없는 것이다. 민영화된 공기업이 가진 경영권 행사의 허점이다. 정치권의 입김이 개입할 수 있는 구멍인 셈이다.
이 회장이 자신의 해명대로 위기극복을 위한 용퇴라는 진정성이 증명되려면 후임 회장 선임이 투명해야 한다. 혹시라도 철강경영과는 무관한 인사가 차지한다면 이 회장 사퇴는 정치권의 외압때문이라는 의혹이 기정사실로 굳어질 우려가 높다.
이러쿵 저렁쿵 말이 많은게 인사이다. 포스코의 신임 회장 인사가 쓸데없는 오해와 곡해를 불러 일으키면 가장 손해보는 것은 정부이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잃을게 뻔하고 지금의 위기극복은 더욱 힘들 수 있다. 포스코의 인사 신화는 지켜 주고 지켜 주는게 옳다.
[김남인 편집인]
포스코의 이런 신화창조의 가장 큰 원동력은 기술과 자본이 아니다. 흔들리지 않은 인사 덕분이다. 그 중심에는 박태준 명예회장이 우뚝하다. 허허벌판의 포항 앞바다에 말뚝을 박고 공장을 세울 때부터 포스코는 인사에 관한 한 일체의 외부청탁이나 압력에서 자유로웠다.
그 배경은 잘 알려진 그대로이다. 육군 중령에서 포스코 창업의 중책을 맡은 박태준 사장은 당시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인사에 전혀 개입하지 않겠다는 하나의 약속을 받아냈다. 그리고 이 약속은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잘 지켜졌다. 불모지에서 출발한 포스코가 오늘날 세계초일류기업의 반석에 올라설 수 있었던 경쟁력의 원천이다.
이런 포스코의 전설이 깨지는 것 같아 아쉽다. 내년 2월까지 1년 남짓한 임기를 남기고 있는 이구택 회장이 15일 이사회에서 돌연 사퇴의사를 밝혔다. 비록 임기가 남았지만 최고경영자는 임기와 관계없이 최근과 같은 비상경영 국면에는 새로운 CEO가 나서 위기극복을 위한 리더쉽을 발휘하는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해 사임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런 저런 소문이 없었다면 외견상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는 사퇴의 변이다. 여기에 작년 말 검찰이 이주성 전 국세청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포스코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 무마로비를 시도했다는 혐의가 불거져 나와 이회장의 입지가 어려워진 측면도 있다. 검찰의 조사결과와 관계없이 CEO로서 책임지는 자세를 사임을 통해 보일 수 있는 시점이다.
실제로 세무조사 무마로비 사실이 알려지자 측근들에게 사임의사를 밝혔다는 소문도 들렸다. 그러나 위기극복이나, 세무조사 무마로비에 대한 책임을 사임이유로 드는 것은 지금의 상황에서는 진정성이 떨어진다. 틀림없이 말 못하는 석연치 않은 이유가 있어 보인다. 이 회장 이전에도 김만제, 유상부 회장이 공교롭게도 정권교체기에 중도하차한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1994년 회장에 취임했던 김만제 전 회장은 김대중 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1998년 3월에 물러났다. 김 회장은 포스코의 최초의 낙하산 인사로 비판의 대상이었지만 정치권 개입설은 무성했다. 김만제 회장의 후임으로 1998년 3월 정통 포스코 맨인 유상부 회장이 취임했다. 포스코의 인사 신화가 재정립되었는가 했으나 유 회장은 2003년 노무현 정부시절 연임에 실패했다. 인사불개입의 포스코 신화에 틈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이 회장의 사퇴도 공교롭게도 이명박 정부의 출범과 맞물려 있어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포스코는 이미 공기업을 탈피한 민간기업이고 지분구조로 보면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한다고 CEO가 바뀔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외국계 지분이 43%에 달하고 소액주주와 기관을 합친 지분도 대략 43% 정도이다. 정부의 입김이 억지로라도 먹힐 수 있는 지분은 고작해야 5% 미만이다.
지분구조상 포스코는 주인이 없는 것과 다름없다. 의사결정을 주도할 세력이 없는 것이다. 민영화된 공기업이 가진 경영권 행사의 허점이다. 정치권의 입김이 개입할 수 있는 구멍인 셈이다.
이 회장이 자신의 해명대로 위기극복을 위한 용퇴라는 진정성이 증명되려면 후임 회장 선임이 투명해야 한다. 혹시라도 철강경영과는 무관한 인사가 차지한다면 이 회장 사퇴는 정치권의 외압때문이라는 의혹이 기정사실로 굳어질 우려가 높다.
이러쿵 저렁쿵 말이 많은게 인사이다. 포스코의 신임 회장 인사가 쓸데없는 오해와 곡해를 불러 일으키면 가장 손해보는 것은 정부이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잃을게 뻔하고 지금의 위기극복은 더욱 힘들 수 있다. 포스코의 인사 신화는 지켜 주고 지켜 주는게 옳다.
[김남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