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증권 리서치센터 조용찬 이코노미스트의 <2008년 설날 이후 중국증시 전망> 기고문입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국내외 증권예측기관은 2008년 중국증시 전망보고서에서 ‘장미 빛 전망’을 경쟁적으로 쏟아냈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위기에서 안전하고, 소비가 수출을 대신해 경제성장을 이끌어 갈 것이기 때문에 디커플링(차별화)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올해 1월 상하이종합주가지수는 이를 비웃기나 하듯, 16.7%나 급락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4000억원이 넘는 중국펀드 자금이 순유출됐다.
중국은 세계 주식시장의 ‘백조’에서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하는가?
2007년 중국 경제성장률 11.4%, 세계 상장기업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 중에 중국기업이 절반을 차지했고, 시가총액은 32.7조 위안(4251조원)으로 세계 4위 주식시장으로 부상했다.
미국을 대신해 세계 금융시장에서 구원투수로 나선 중국은 그 동안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에서 한 발자국 물러나 있었지만, 홍콩 HSBC가 작년 8월말 기준으로 갖고 있는 서브프라임 관련 보유증권은 1,243억 달러, 중국은행은 작년 9월말 기준 87.4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밝혀져 더 이상 서브프라임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이외에도 공상은행, 건설은행, 중신은행, 동아은행 등도 적지 않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채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의 소비가 1%로 줄면 세계경제도 위축돼, 중국의 수출입 증가율은 6~7개월 뒤부터 본격적으로 둔화된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0”수준으로 둔화되면, 중국 경제성장률은 0.7%~2.0% 포인트 하락한다. 이 경우 미 달러화는 더욱 하락할 뿐만 아니라, 국제금융시스템에 심각한 불균형이 초래되고, 중국의 무역흑자가 큰 폭으로 줄어들 뿐만 아니라, 심지어 자본 역류현상도 일어날 수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2007년 11.4%에서 2008년 10%로 12.28% 하락하면, 상장회사의 순이익은 20% 이상 감소하게 된다. 이를 고려해 보수적으로 평가한 주가수준은 3,600~5,000P 이다.
중국 언론들은 지난 2년간 중국 주식시장에 유입된 국제투자자금은 약 1,000억~1,500억 달러에 달하고, 민간저축 18조 위안(2340조원)과 기업예금 11조 위안(1430조원)이 주식시장으로 빠르게 유입됐으며, 각종 재테크 상품을 통해 3조 위안(390조원)이 증시로 유입됐다고 밝히고 있다.
만일 향후 투자전망이 밝지 못하다면, 지난 2년 개인과 기관이 매수한 물량에다 올해 주식매각이 예정된 비유통주 매각물량 3.23조 위안(420조원), IPO물량 4000억 위안(52조원)까지 출회되면서 장기 불황국면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중국 주식시장은 어디로 향해 가나?
1월 중국증시가 급락한 내부적인 원인은 긴축정책에 따른 순이익 감소우려 때문인데, 긴축정책의 근본 목적은 경기과열로 치닫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정’이지, ‘압력’이 아니기 때문에 기업의 매출과 순이익에 끼칠 부정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중국석유를 제외한 A증시 상장기업의 2008년 순이익증가율은 50%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올해 예상 순이익 증가율 30%에다 소득세제 개혁에 따른 실적증가분 10%와 기업간 M&A 등 외형확대로 10%의 추가 실적개선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올해 중국은 개혁개방 30주년으로 대내외적으로 그간의 성과를 평가 받는 해로 어느 때보다 안정된 경제성장이 예상된다. 특히 후진타오 2기 정부가 출범하는 첫 해로 새로 임명된 지방관료들이 의욕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보여 양호한 경제흐름이 전망된다.
최근이 주가폭락을 몰고 온 불확실성은 대부분 해외발 악재였다. 미국이 경제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한 공격적인 금리인하, 신용위기를 막기 위한 국제적인 공조가 가시화되면서 세계경제 침체로 연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또한 중국은 지난 2년간 대미 수출의존도를 크게 낮춘 대신, 이머징시장과 유럽연합에 대한 수출의존도를 높여 왔다. 미중 양국의 산업분업과 무역구조상 매우 강한 보완성을 갖고 있어, 미국의 경기침체가 계량모형처럼 중국에 미칠 충격은 크지 않다.
신중한 투자자세가 요구되는 향후 3~6개월
최근 국제투자은행과 중국 경제예측기관들은 올해 중국 경제 전망치를 하향 조정시키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둔화됨에 따라, 자산가격도 하락할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광저우, 선전에서 주택분양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한 데 이어, 청두에서는 일부 건물 매매가격이 내림세로 돌아섰고, 우한을 비롯한 지방도시에서도 가격하락이 잇따르고 있어 부동산가격 하락세가 전국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만약 부동산가격과 거래량이 증가추세에서 하락추세로 돌아선다면 가격 하락폭은 20~30% 이상이 될 것이다. 지난 90년대 일본의 부동산 거품 붕괴와 같은 심각한 위기가 찾아올 확률은 낮지만, 경제성장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은 확실하다.
중국정부는 지금 자산가격의 거품을 빼지 않으면, 올림픽 이후 경제와 금융시장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에 섣부른 부양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설날 이후 지준율 인상으로 통해 시중자금을 회수할 것으로 보이며, 올해 예정된 비유통주 매각물량 420조원도 계획대로 매각할 예정이다.
올해 합리적인 주가바닥은 지수 4,000P
2007년~2009년 3년간 상하이 선전 300지수의 PER은 각각 32배, 24배, 20배이다. 이는 역사적 평균 PER인 30배와 부합한 수준이다. 시장에 10%의 변동성을 줄 경우, A증시의 주가조정은 지수 4000P에선 멈출 것으로 보인다.
예상실적에 근거한 올해 상하이 종합주가지수의 주가변동폭은 지수 4,000P~6,500P로 전망된다. 위안화 절상을 고려할 경우, 지수 4500P에서는 강한 하방경직성을 띨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설 연휴기간은 2월6일~12일까지 1주일이다. 설 연휴을 앞두고 개인들의 급매물이정리됐고, 기술적 지표상 2007년 10월 16일 기록했던 지수 6124.04P를 고점으로 2008년 2월 1일 4195.75P까지 31.48%(1928.29P)의 하락조정을 마쳤다. 파동으로 본 주가조정은 일단락됐지만, 하반기 긴축정책을 완화할 시점까지 향후 3~6개월간 신중한 투자자세가 요구된다
설 연휴 뒤에는 3월2일 “정협”과 3월5일 “전인대회”가 개최되기 때문에 정책 호재가 주가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세재개혁, 산업구조조정, 주식제 개혁, 빠른 위안화 평가절상, 네거티브 금리(인플레이션율 보다 낮은 금리), 신규 블루칩의 계속적인 공급 등 주식시장을 적극적으로 지지할 모멘텀이 많아, 1월과 같은 주가 폭락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증권 리서치센터 조용찬 이코노미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