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원 환율이 일본 금리인상 이후 어디로 향할까.
설날 연휴를 지내고 20일과 21일 이틀에 걸친 일본 중앙은행(BOJ)은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인 하루짜리 무담보 콜금리(Overnight Call Rate)를 0.25%에서 0.50%로 인상했다.
일본이 금리를 올린 것은 지난해 7월 0.25%로 올린 이후 7개월만에 처음이며, 지난 2001년 12월 제로(0)금리 시대가 시작된 이후 두 번째 금리인상이다.
일본의 금리인상은 지난 1월 금리인상 기대가 정치적 외압설이 난무한 가운데 무산된 이후 기대 수준이 약화됐으나 지난주 발표된 지난해 4/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무려 전기대비 1.2%, 연율 4.8%나 급성장하면서 인상론이 고개를 들었다.
시장에서는 4월 지방선거, 7월 참의원 선거 등으로 아베 정권의 엔저를 통한 경기부양 의지에 다시 밀릴 수 있다고 봤으나 이번에 올리지 않을 경우 ‘산으로 가는’ 금융정책 실패론이 부각될 우려가 팽배해지면서 인상이 수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작년 4.8% 급성장 발표 이후 금리인상이 예상되기는 했으나 혹시 정치적 압력이 있을까 주저한 게 사실”이라며 “시장이 조용했다가 NHK에서 후쿠이 총재의 금리인상 제안 보도가 나오면서 시장이 출렁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본의 금리인상은 성장률이 높았던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향후 불거질지 모르는 금융정책 실패 논란 때문에 떠밀려 한 듯해 정치적 냄새가 묻어 있다”며 “일본은행의 향후 금리인상 지속 가능성도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여하튼 일본은행이 금리를 인상함으로써 시장에서는 ‘불확실성의 해소’차원에서 수용하고 있으며, 향후 금리인상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글쎄’라는 의견이 대종을 이루고 있다.
◆ 국제금융시장 초점은 여전히 금리격차 문제
또한 일본이 비록 금리를 인상했으나 유로존의 금리인상 가능성 등 여타 지역 내지 국가에서 금리인상론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과 주요국간 금리차는 여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의 기준금리가 0.50%로 인상되기는 했으나 미국의 연방기금금리가 5.25%, 유로존이 3.50%, 한국이 4.50%의 정책금리를 가지고 있어 금리차가 축소됐다고 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일본과 주요국간 금리격차가 여전히 국제금융시장의 주요 포커스가 될 것이며 일본의 저금리 매력에 따라 향후에도 일본에서 돈을 빌려 고금리(고수익률) 통화나 자산에 투자하는 이른바 엔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강력한 힘을 받고 있다.
통화면에서는 엔화 숏캐리 지속 가능성이 예상되는 가운데 ‘엔저’(円低)의 지속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미 지난 G7 회담에서 유럽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엔저에 대해 공동 대응하자는 말이 없었고, 일본 당국도 고성장에 기뻐하면서 금리를 올리긴 했으나 향후 지표를 보며 대응하겠다는 원론적인 얘기만 한 터라 엔캐리의 청산 위험이 잦아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날 뉴욕시장에서는 일본 금리인상 재료가 해소된 이후 미국의 인플레 지표가 주목을 받으면서 달러/엔이 120선에서 121엔대에 육박하는 강세를 보였다.
일본의 금리 문제가 시장의 관심에서 이미 멀어지고 일본의 금리가 당분간 0.50% 수준에서 크게 변동할 것으로 보지 않게 되자 시장은 엔화 약세의 상대격인 달러 강세 요인을 찾게 된 것이다.
(이 기사는 22일 오전 7시 41분 유료기사로 송고된 바 있습니다.)
◆ 외환수요 지속, 940원대 상향 테스트 전망
일단 달러/엔의 방향이 엔저의 지속, 즉 달러/엔 상승쪽으로 반응하고 있어 국내 달러/원 환율도 상승 시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월중 무역수지가 균형 수준에 그칠 공산이 크고, 설날 연휴 등으로 해외여행이 급증한 터라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이 있어 수급상 수요가 밀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정유사 및 가스사 등 에너지사들의 수요가 이어지고 있고 3월중 배당금 수요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달러/원에 대해서는 롱캐리나 롱빌드업 후 부분 차익실현, 밀리면 사자는 저가매수 전략이 득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물론 월말 수출네고와 더불어 940원대 대기 매물을 소화해야 하는 부담이 여전하지만 시장의 주도권은 매수세쪽으로 기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런던시장에서 달러/원 선물환율은 달러/엔에 동반하면서 940원대에 올라섰다. 이에 따라 달러/원 환율의 940원대 진입 시도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 달러/원 환율은 피봇분석상 938.20원을 중심으로 935.00~941.40원 수준에서 거래될 것으로 보이며, 일단 2월중 고점이 939.70원을 돌파할 경우 올들어 최고치인 934.30원까지 여지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적으로는 932원대의 60일선이 강력한 지지선이 되고 있으며 937원대의 5일선과 20일선이 유지된 이상 120일선인 940.80선의 돌파 여부가 주목된다.
다만 일목균형표상 구름대를 완전 이탈하지 못하고 RSI나 투자심리선이 다소 올라오고 있으나 충분히 강하지 못한 점, 940원대가 매물대가 되고 있는 점 등은 차익실현 관점을 병행해야 한다는 점을 환기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