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가 레이즈(Raise)하자, 마켓은 곧바로 콜(Call)을 외쳤다."이미 눈치챘겠지만, 위 언급은 포커게임을 묘사한 것이 아니다. 만약 포커판이라면 버냉키란 사람은 여차하면 잘 만들어 놓은 게임을 잃을 위험에 처했을 가능성이 높다.사실 위 문장은 미국 채권시장 참가자들이 벤 버냉키(Ben S Bernanke) 신임 연준의장에 대한 신뢰감을 이미 잃은 듯 하다는 내용을 담은, 美 배런스 온라인(Barron's Online)의 주간 시황기사 제목이다.이 기사는 버냉키가 '콜'을 외친 시장을 누르려면, 금리인상 중지 시나리오를 재검토하고 추가로 '레이즈(금리인상)'를 검토해야 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투자자들 '오버슈팅' 우려에서 '비하인드 더 커브' 우려로 전환지난 주 美 연준이 금리인상을 단행한 뒤 조만간 금리인상을 중지할 가능성을 열어두는 표현을 사용했는데도 불구하고, 美 국채 금리는 이를 이미 예상했던 듯 통화 긴축사이클의 지연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함께 상승해버렸다.다수 투자자들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의 중지 혹은 연기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지난 주 美 국채금리는 장기물 중심으로 상승세를 보였고, 10년물 금리는 5.20%까지 올라섰다.제임스 코천(James Kochan) 웰스파고 펀드매니지먼트사 채권전략가는 "연준이 시장의 인플레이션 기대가 상승하고 있는 와중에 때이른 금리인상 중지 결정을 내릴까봐 우려된다"고 지적했다.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연준의 '오버슈팅'을 염려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연준의 '비하인드 더 커브(Behind the Curve)'가 문제로 등장했다.특히 최근 금가격과 달러환율 그리고 채권시장 등은 모두 인플레 우려를 확연히 보여주고 있는 중이다.국제 금 가격은 지난 주 목요일 온스당 728달러로 26년래 최고치를 경신했고, 미국 달러화는 '명목금리 격차'의 축소 전망 속에 약세를 이어갔다. 특히 달러약세는 또한 글로벌투자자들의 달러자산 매수세를 위축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킨다.그리고 무엇보다 10년물 美 국채 수익률과 동일 만기 물가연동국채(TIPS) 수익률 사이의 격차로 파악하는 시장의 인플레 기대수준이 4월초 이후 25bp나 확대되었다.◆ 상품가격 등귀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앞서 코천 전략가는 달러자산으로 밀려들었던 대규모 투자자본이 최근에는 '상품'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이는 "금속시장으로 여전히 투기적 자본이 넘쳐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경고했다.그는 최근 전 세계 상품가격의 등귀와 美 달러화의 약세가 결국 "연준에 대한 신뢰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이는 "채권시장에 대해 대단히 큰 악재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연준은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책 성명서에서 경제성장이 주택시장 조정이나 유가-금리 상승의 지연효과에 의해 둔화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인플레 압력을 억제하려면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문구에 '아직은(yet)'이란 단어를 삽입함으로써 금리인상이 조만간 중지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그러나 코천 전략가는 인플레 압력을 가중시키는 상품 가격의 상승을 감안하여 연준이 '일시중시'를 예상케하는 정책 경로를 다시 생각해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그는 "정책 투명성의 강화가 이론상으로는 좋을지 몰라도, 때때로 시장에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창출할 위험이 존재한다"고 경고했다.코천은 연방기금금리(FFR)가 5.25%~6.00% 사이의 어느 지점까지 인상될 것이란 전망을 제출했다.◆ 美 기업들, "금리 더오르리 전에 자금 조달하자"한편 미국 기업들은 금리가 더 오르기 전에 장기자금을 조달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지난 주 일련의 대형 투자은행들을 비롯해 금리전망에 발빠르게 대처한 기업들이 약 200억달러 이상의 회사채를 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들어 주간 발행규모로는 최대 수준에 달한 것이다.지난 주 채권발행사들 중에는 골드만삭스, 웰스파고, JP모건 체이스, 리만브라더스, 유니온뱅크오브캘리포니아 등 쟁쟁한 이름들이 엿보인다.이들 회사채 발행은 시장에서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지만, 국채 10년물 등의 입찰결과는 그다지 좋지 못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국채금리가 장기간 보여왔던 하향 안정화 추세를 벗어난 것인지 주목하는 중이라고 딜러들은 전했다.특히 지난 주는 연준의 정책 전망에 가장 민감한 2년물 국채 금리가 5%를 상회한 채 한 주간 거래를 종료했다.[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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