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망 1개 250원·상하차비 1300원...배추 한 포기 당 출하에만 2000원 넘게 치여"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장맛비가 잠시 멈춘 7월 첫날,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남회룡리의 한 배추밭에서 노 부부가 여름배추를 거두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칠순은 훌쩍 넘겼을 부인이 배추망에 여름배추를 세 포기씩 정승스레 담는다.
장맛비가 그친 남회룡의 산중 마을에 햇볕이 매섭다. 기온이 30도를 웃돈다.
부인은 연신 목에 두른 수건으로 콩죽처럼 흐르는 땀을 훔치며 잘 여문 여름배추를 배추망에 가지런하게 담는다.
손길이 빠르다. 산중 마을이지만 그늘 하나 없다.
제법 너른 배추밭만 여름배추를 품고 폭염에 속수무책으로 놓여있다.
부인의 남편은 아내가 가지런히 담아 놓은 배추망을 분주한 손길로 트럭 적재함에 채곡채곡 쌓는다.
"이렇게 배추망에 세포기씩 넣어 가지 않으면 배추 출하처에서 물건을 받지 않니더. 배추망 1개에 250원 치이니더."
수건으로 머리를 싸맨 남편이 배추망을 트럭 적재함에 능숙한 솜씨로 던져 올린다.트럭 적재함에 산더미처럼 여름배추가 흡사 도열하는 병사처럼 채곡채곡 쌓여 있다.
"배추망 1개에 250원, 배추를 수확해 트럭 적재함에 싣는데 배추 한 포기 당 650원이 들어가니더. 또 출하장인 저기 경남 울산까지 가는데 들어가는 기름값이다 뭐다 운송비에, 싣고 온 배추를 출하장에 하차하는데 또 한포기 당 650원이 치이니더."
두 부부는 남의 일손을 사면 남는게 없다고 했다.
배추뽑고, 트럭에 싣고, 출하장으로 옮기고, 출하장에서 배추 내리는 일까지 모두 돈이라는게 이들 노 부부의 푸념이다.
그러면서 부부는 "힘이 자랄 때까지는 제 힘으로 배추농사를 짓고 직접 출하까지 할 예정"이라며 환하게 웃는다.
"이렇게 배추 밭에서만 포기 당 약 2000원씩 치이는데 소비자들은 이런 사정도 모르고 배추값이 비싸니, 금(金)배추니 한다"며 "그래도, 우리 농삿꾼한테는 쥐꼬리만큼 돌아오고 중간 유통 상인들만 배불리는 일이시더"
부부는 "어제까지 장맛비가 쏟아져 배추 출하를 못했는데, 또 장맛비가 온다고 하니 이렇게 땡볕에서도 배추 출하를 서둘러야 한다"며 "여기 남회룡 지역은 '준고랭지' 지역에 속해 여름배추 출하가 끝나면 바로 김장배추 파종 준비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여름배추는 대개 4월에 파종해 대략 2개월 후인 6~7월에 출하를 마무리한다.
이어 출하가 끝나면 다시 이랑과 골을 타고 비닐을 친 후 8월이면 김장배추 모종을 심는다.
1년 내내 배추농사에 매달리는 셈이다.
"그래도 평생 배추농사로 아이들 키우고 공부시켰니더"
노 부부의 웃음띠는 얼굴이 산중마을을 닮아 한없이 너그럽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관측 7월호'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7월의 여름배추 도매가격이 10㎏에 9000원 선으로 1년 전보다 11.1%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2019년부터 지난 해까지 3년간의 평균치 가격과 비교해도 11.6% 비싼 가격이다.
배추값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것은 최근 들어 여름 배추 재배 면적이 감소하면서 배추 출하량이 1년 전보다 준데다가 지구온난화에 따른 폭염과 폭우 등 이상기후가 영향을 끼쳤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실제 7월 첫날 서울 가락시장에서는 배추(특품) 10㎏에 1만1279원에 경매됐다. 지난 달 28일보다 9.9%, 전주 대비 31.8%가 오른 가격에 유통됐다.
nulche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