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란 핵 개발에 대한 서방의 견제가 강화되자, 이란 중앙은행은 돌연 유럽은행들에 산재되어 있는 자국 외환보유액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킬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이 같은 움직임은 과거 미국 정부로부터 자국의 외화자산을 동결당한 뼈아픈 경험에서 나온 것으로 판단되는데, 혹시 이런 변화가 달러 가치나 재무증권 포지션의 변화를 이끌어 내지는 않을까 하는 점이 이슈로 제기되었다.스티븐 젠(Stephen L. Jen) 모건스탠리 외환담당 이코노미스트는 30일 제출한 보고서("Currencies: Asset Freeze and the Hegemony of the Dollar")에서 달러자산의 역외 이동 혹은 다변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달러가치나 달러 핵심자산(국채) 매수 흐름에 큰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다고 주장했다.◆ 美 달러 헤게모니 앞으로 이상 없을 듯젠은 美 달러화의 기축통화로서의 지배적인 성격은 당분간 그대로 고수될 것으로 보인다는, 일견하기에는 이미 '결론'에 가까운 믿음에서 논의를 시작한다.비록 경기주기 상의 요인들에 의해 달러 가치가 등락하기는 하지만, 전면적인 외환보유액 다변화라든지 지정학적인 요인에 따른 달러자산에 대한 투자 철수 위협 등이 달러 환율에 큰 영향을 줄 것이란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한다.여기서 그는 최근 이란의 외환보유액 내 달러자산의 처분 위협이 상대적으로 중요성은 떨어지며, 오히려 주목해야 할 이벤트가 있다면 그것은 중국의 외환보유액 다변화라는 강력한 잠재적 리스크라고 지적했다.물론 자신이 보기에도 중국의 다변화 가능성은 여전히 낮지만, 만약 대만과의 마찰이 강화된다면 '엠바고(embargo)' 사태, 즉 미국의 중국인 자산처분을 동결할 수 있으며 중국은 이 같은 과정에서 지배력을 잃지 않기 위해 자국의 자산을 미국의 관할 밖으로 혹은 심지어 달러자산 범위 밖으로 이동시키는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젠은 주장했다.이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성은 없다고 보지만, 중국 당국이 이처럼 위험한 시나리오를 아예 배제할 수만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다만 그는 아시아 및 산유국들은 당분간 미국 달러 중심의 외환보유액 구성 및 운용방식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비록 이들 나라들이 미국의 사법권 외부에 있는 머니매니저들을 채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기는 할 것이지만, 그래도 외환보유액 내 주된 부분은 달러자산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한다.◆ 이란의 위협은 미국 및 유럽 등의 '자산 동결' 조치에 대한 우려 때문최근 이란은 유럽은행들에 파킹되어 있는 자국 외환보유액 중 일부를 다른 곳으로 이동시킬 것이라고 밝혔으나, 이러한 계획은 곧장 취소됐다.아마도 이란의 이 같은 발표는 미국 혹은 그 동맹국들이 핵 개발에 대한 압박으로 자국의 외환보유액 기금을 동결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이미 1979년 미국 지미 카터 정부가 긴급조치를 발동하여 이란 정부의 공공자산을 동결 조치한 경험이 있다. 이번 이란의 발표는 혹시나 이번에는 유럽 측이 이란의 공공자산을 동결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가 배경이었을 가능성이 높다.젠은 확인된 자료에 기초할 경우 이란의 외환보유액은 총 600억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2005년 6월 기준으로 이란의 총자산은 235억달러이며 총부채는 256억달러. 2005년말 기준 공식 외환보유액은 398억달러이며, 여기다 석유안정화기금(OSF)이 95억달러 정도다.◆ '위협'이 실행되어도 '달러자산의 다변화' 가능성은 제한적일 듯여기서 중요한 쟁점은 만약 이란이 최근 '위협'을 실행에 옮길 경우 미국 재무증권 혹은 달러화 가치에 미칠 영향을 어떨까 하는데 있다.먼저 젠은 이란이 '매각'할 수 있는 美 재무증권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을 것으로 보지만, 달러 예금은 상당한 규모로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1979년 동결 조치 이후 이란이 재무증권을 신규로 축적했을 가능성은 적어 보이기 때문이다. 만약 달러 예금이 미국 사법권 관할 밖에 존재한다면 크게 우려할 것은 없어 보인다.한편 그는 미국 달러화 표시 자산을 처분하는 것과 자금관리 지역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미국 사법권 외부로 달러예금을 이동시킨다고 해도 미국으로의 해외자본 유입은 지속될 것이며, 중동의 달러 보유액 다변화 조짐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미국이 리스크를 감안한 자산 및 예금 투자수익률에서 최상위 수익을 제공하는 한 지속적인 달러보유액 다변화 추세가 나타날 것이란 주장은 믿을 수가 없다고 그는 강조했다.이란 혹은 이스람 세계의 예금이동이 지속된다면, 그 동안 이슬람권의 금융센터가 되기 위해 준비해 온 말레이시아가 상당한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한편 앞서 지적했듯이 젠은 핵심 리스크는 여전히 중국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본다. 당장 급박한 이슈는 아니지만, 양안간 긴장이 고조될 경우 미국이 자신의 사법권 관할 내의 중국 자산을 동결할 수는 있다는 점이 최대 리스크라고 한다. 중국은 3,000억달러 규모의 美 국채를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외 달러자산 및 예금 규모도 3,0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하지만 젠은 중국이나 여타 세계경제가 당분간 달러 헤게모니를 벗어날 뾰족한 수는 없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들 중앙은행들의 핵심 투자 원칙이 △ 안정성 △ 유동성 그리고 △ 투자수익률이라고 할 때, 특히 유동성 및 투자수익률 면에서는 달러자산 내지 예금만큼 우수한 대체물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결론적으로 이들 중앙은행들의 외환보유액이 미국 사법권 관할 밖으로 이동한 채 예금자산으로 머물러 있을 수는 있지만, 이것이 미국 이외의 다른 나라 국채 매수에 사용되거나 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젠은 주장했다.미국 등의 '자산동결' 리스크는 점차 이들 외환보유액이 영국 및 역외 금융센터로 이동하도록 하는 요인이 된다. 이 때문에 이들 자본흐름을 파악하기가 좀 더 어렵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 리스크는 미국 및 유럽 외 여타 중앙은행들의 국제 금 수요를 늘어나게 하는 배경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각각의 경우를 모두 고려한다고 해도 미국 달러 자산의 다변화 움직임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그는 전망했다.[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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