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후보단일화와 결별이라는 막판 우여곡절을 격기는 했으나 당선이 확정된 후 “나를 반대하신 많은 국민께도 감사드린다”며 “나를 지지한 분들만의 대통령이 아니라 모든 국민의 심부름꾼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대화와 타협의 시대를 열어갈 것”이라며 “마음을 열고 대화하며 열린 마음으로 도움을 청하겠다”고 덧붙였다. 이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새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을 결정짓는 10대 국정과제를 1월7일 선정했는데 그 내용은 1.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2. 동북아 경제 중심국가 건설 3.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 4.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 5. 참여복지와 삶의 질 향상 6. 국민통합과 양성평등사회의 구현 7. 교육개혁과 지식문화강국 실현 8. 지방분권과 국가균형 발전 9. 부패없는 사회, 봉사하는 행정 10. 정치개혁 실천 등 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21일 제시한 새정부의 경제정책방향은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이라는 구조를 표명했다. 이에따라 △연간 5∼7%의 실질성장 유지, △경제구조의 질적 고도화와 △연간 30∼50만개의 일자리 창출, △일자리 고급화를 통해 성장과 분배를 조화있게 달성하는데 정책목표를 뒀다. 인수위는 성장과 복지 선순환을 구현하기 위해 크게 △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 △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 △ 과학기술 혁신과 신성장전략 등을 3개 축으로 구성했다. 안정된 경제성장을 기초로 복지 등 분배를 실현하고 이를 통해 다시 경제의 활력을 높여 신성장을 이루는 구조가 인수위가 제시하는 ‘청사진’이다. ‘견실한 성장을 바탕으로 분배를 실현한다’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경제관이 반영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의 최우선 정책순위는 고성장기조를 유지하면서 안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간 5∼7%의 실질성장율을 우선적인 정책목표로 삼고 있을 정도로 “큰 틀의 방향은 성장과 복지가 상승작용하는 것”이다. “고성장을 바탕으로 분배구조를 개선하는 형태”를 말한다. 이를 위해 기업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규제를 과감히 풀고 투명하고 공정한 경제시스템을 구축하고 선진적 금융인프라를 구축는 한편 재정세제개혁을 통하여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구현함으로써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질서를 확립, 높은 실질성장을 유도하자는 것이다. 인수위는 또 경제자유구역을 지정, 운영하고 물류 비즈니스 중심국가를 위한 기반을 구축하며 외국인투자여건을 개선, 경제·사회전반의 국제화를 통해 동북아 경제의 중심국가를 건설한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아울러 성장원동력으로 과학기술 혁신을 통한 신성장 전략의 추구를 들었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 혁신과 이공계 사기 진작, 효율적 연구관리체계구축, 경쟁력 있는 과학기술인력 양성, 세계 일류 IT산업 육성, 신산업 육성과 주력기간 부품산업의 고도화, 지식기반 사회에 부응하는 일자리 창출 등이 제시됐다.
재벌개혁 정책
노당선자는 ‘질서’와 ‘원칙’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시장지배력이 남용되거나 약자와 이해관계자의 권익이 부당하게 침해돼서는 안된다”며 “불공정한 시장에서는 효율과 정의를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아직까지 재벌체제로 대변되는 기업경영과 시장질서가 여전히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구조를 띠고 있다는 노당선자의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수위 출범 초기와는 달리 재벌 개혁정책은 완화된 수준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대기업의 반발과 갈등을 감안해 장기적, 점진적으로 개혁의 속도 조절이 이뤄질 예정이다. 상호출자와 채무보증 금지제도는 계속 유지하되 다만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적용 제외 및 예외인정사유를 현행 19개에서 10개 안팎으로 줄이기로 했다. 현재 자산 5조원 이상의 대기업 집단 계열사는 순자산의 25%이상을 타기업에 출자하지 못하지만 △공기업 민영화 참여 △사회간접자본투자 등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대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하여 대기업 대주주와 친인척들의 상장·비상장주식 소유현황을 정기적으로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업종별 카르텔행위를 막기위해 현행 ‘카르텔 일괄 정리법’의 적용대상에 법무사 등을 포함시켜 새로 정비키로 했다. 소비자의 권익보호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가 소비자를 대신해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주고 승소시 피해보상액을 피해소비자들에게 나누어지는 ‘공익소송제도’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집단소송제와 회계제도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지가 되기 위해 한국을 외국인이 투자하기 좋은 나라, 기업하기 편한 나라로 인식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개혁할 예정이다. 즉 “관치경제의 잔재로 남아있는 규제, 내용이 애매한 법규조항, 근거가 희박한 준조세 조항 등을 폐지하고 공장설립 제한을 최소한으로 하기 위해 수도권 입지에 대한 총량적 규제도 과감히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인수위는 지난달 22일 “집단소송제는 분식회계 등 명백한 불법행위에 범위를 한정해 실시할 것이며 우려할만한 충격적인 정책으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질서의 확립을 위해서는 정부가 시장의 룰에 대한 공정한 감독자가 돼야 한다”며 “회계제도를 투명하게 하고 현재 국회 계류중인 제한된 범위에서의 증권관련 집단소송제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기업지원
인수위는 토지관련 규제를 고쳐 공장부지 공급을 확대할 예정이다. 많은 기업들이 입주를 선호하는 수도권 지역에 적용되고 있는 ‘공장 총량제’를 개정, 일정기준에 적합하면 공장을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중하며 대기업의 수도권 공장 설립도 일부 허용할 예정이다. 또 오염물질 배출 허용기준이 선진국보다 높은 분야에서 규제완화도 진행될 방침이다.
서비스업 지원확대
서비스 업체가 산업단지나 공장에 입주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는 규정을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방향을 추진한다. 또 제조업 위주로 적용하고 있는 ‘최저가격 입찰제도’를 서비스업에 적용할 수 있도록 검토하기로 했다. 간접투자상품과 관련, 세제지원도 추진해 기업의 자금조달을 원활히 할 계획이다.
연결납세제도 도입
연결납세제도는 모회사가 자회사에 대한 출자비중이 높은 경우 그 기업 집단을 하나의 과세단위로 보고 소득을 합쳐 법인세를 과세하는 제도이다. 연결납세제도는 기업들이 매년 세제 개편 때마다 계속 요구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대기업에만 세금감소 혜택이 돌아가고 부실기업 퇴출이 지연되는 한편 조세회피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도입을 반대해 왔었다. 연결납세제도의 도입이 전망됨에 따라 기업지배구조가 투명해지고 지주회사의 설립이 활성화 될 것이다. 이는 인수위가 적극적으로 기업의견을 수용함에 따라 새정부의 기업정책방향을 제시해 기업들의 불안감을 제거하는데 크게 기여하며 기업활동 여건을 개선하는 방향이라면 대기업에 이익이 돌아가는 경우에도 적극 수용하겠다는 새정부의 기업정책 방침을 보여주는 것이다.
성장엔진 전략
인수위는 새로운 성장엔진을 마련하기 위해 “과학기술 혁신과 신성장 전략”을 들었다. 이는 곧 자본을 집중투입하는 투입주도형 양적 성장에 의존하는 산업성장전략 방식에서 벗어나 혁신주도형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는 전략이 수립된것이다. 이를 통해 미래의 성장동력인 신산업발전과 일자리 창출의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세부목표를 제시했다. 이에 따라 원천기술과 기초과학이 취약해 핵심기술 해외의존도가 높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개발을 원천, 융합기술에 집중하되 과학기술자의 고위공직 진출 등 정책참여기회를 확대하고 처우를 대폭 개선하는 등의 방법으로 과학기술인력의 사기를 진작시켜나가기로 했다. 또한 연구개발투자를 국내총생산의 3%선까지 늘리고 이공계 대학발전을 위한 행정 및 재정지원을 늘려 경쟁력있는 과학기술인력을 양성해 나갈 계획이다. 세계 일류 IT산업 육성과 일부 부문에 편중된 산업구조 개선을 위해 100대 핵심기술을 산·학·연 협력을 통해 개발하고 국산기술의 국제표준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또 소프트웨어, 디지털 콘텐츠, 반도체와 CDMA이동통신기술, 네트워크산업 등 성장잠재력과 고용창출효과가 큰 산업을 발굴해 나가는 방한도 함께 제시됐다. 한·일간 무역불균형과 중국의 급속한 산업추격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부품·소재산업의 글로벌 공급국가 발전방안과 지역특화산업의 산업군 형성촉진방안을 마련하고 △주력산업과 IT기술융합 △제조업의 소프트화 △서비스산업의 대형화·지식정보화 등을 추진키로 했다.
선진 금융인프라 구축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는 선진화된 금융인프라 구축을 위해 금융산업의 경쟁기반을 강화하고 투명하고 효율적인 금융시장 환경조성에 주력키로 했다. 이를 위해 명확한 전략에 따라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회사의 지속적 민영화 △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회사 위주로 제정돼 있는 금융법 체계의 기능별 개편 △현물시장과 중복된 선물시장의 기능통합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증권 현물시장과 선물시장의 분리된 청산·결제시스템을 일원화하고 증권거래와 관련, 중복·분산된 기능을 합리적으로 개편해 투자자 편의를 제고키로 했다. 이는 복잡한 금융법 체계가 점차 업무영역이 파괴되는 추세와 맞지 않을 뿐더러 과잉·중복 규제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재정 건전화 방안
인수위는 재정·세제부문 개혁에도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재정개혁 분야의 핵심 방향은 ‘건전화’다. 국민경제 최후의 보루인 재정건전성을 확보함으로써 언제 닥칠지 모를 위험에 대비한다는 것이다. 또 재정건전화를 위해 △체계적인 국가채무 관리시스템 구축 △세제잉여금의 국채상환 의무 사용 △국민연금 보험료와 급여체계를 개선하기로 했다.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매년 일반회계 세입 세출을 결산한 결과, 세제 잉여금의 30% 정도를 무조건 공적자금 등 국가채무 상환에 사용토록 법제화하겠다는 대목이다. 현재도 관련 규정이 있긴 하지만 다소 느슨하다는 판단에 따라 아예 국채상환 용도와 규모를 법으로 정하기로 했다. 또 파탄위기에 직면한 국민연금의 향후 손실에 대한 정확한 예측을 기반으로 지급액이 보험료를 초과, 재정에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결론이 나면 이를 조정키로 방침을 정했다. 또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도 제도 개선을 통해 적자폭을 줄여 갈 방침이다.
상속·증여세 완전 포괄주의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란 법률에 별도의 면세규정을 두지 않는한 상속·증여로 볼 수 있는 모든 거래에 대해 세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노무현 당선자는 지난해 말 “완전포괄주의는 헌법상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위헌이 아니라고 본다”며 “위헌 논란이 있다면 헌법상 근거를 만들어서라도 해야 한다고”밝힌 바 있다. 완전포괄주의가 새로 도입되면 상속·증여세 부과요건이 크게 완화돼 부유층의 변칙·탈법적인 상속·증여가 불가능해 진다. 그러나 완전포괄주위가 도입되더라도 실제 적용을 받는 사람은 극소수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5대차별 해소
‘국민통합과 양성평등 사회구현’에는 5대차별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5대차별’은 △비정규직 근로자 △외국인 근로자 △여성 △장애인 △학벌 등을 말한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보호를 위해 유형별 보호대책을 상반기중 세우기로 했다. 기간제 근로자의 경우 일정기간 근무했을 경우에는 회사측의 일방적인 해고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또 단시간 근로자의 경우 근로계약에 근로시간 상한을 설정하며 파견근로자의 경우 대상업종과 기간을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고용허가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여성 대책은 여성의 사회진출기회를 확대하는데 초점을 둬 ‘양성평등 채용목표제’를 도입해 5급이상 관리직 여성공무원을 10%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 여성의 사회진출을 가로막는 육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육아보육료의 국가지원을 대폭 증가시킬 예정이다. 장애인 고용 확대와 관련, 장애인 의무고용비율을 2%로 늘릴 예정이며 학벌차별을 해결하기 위해 지방특성화 대학을 집중 양성할 계획이다.
부동산 투기 억제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행정수도 후보지역인 충청권을 투기지역으로 지정하고 부동산 보유과세를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부동산 보유과세 강화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재산세를 비롯한 보유과세 과표를 현실화할 방침다. 중장기적으로는 조세 형평성을 높이고 땅값 안정을 위해 보유세제를 개편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기업투지심리의 회복이 관건
재정경제경부는 최근 경제동향에 대해 설비투자가 완만히 회복되고 있으나 본격 회복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수출호조가 지속돼야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최근 생산능력 증가가 부진해 투자부진이 지속될 경우 성장잠재력이 위축될 우려가 있으며 세계경제의 회복지연 가능성, 주요국과의 무역마찰, 환율하락 등이 부담으로 작용될 것으로 지적했다.
저금리 기조 유지
한국은행은 당분간 저금리 정책을 근간으로 하는 금융완화기조를 유지하되 국내외 경제환경이 예상외로 악화될 경우 물가안정기조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성장률이 잠재능력수준 이하로 낮아지지 않도록 신속히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특히 정책금리인 콜금리 목표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높아 금리인하의 여지가 크다며 경기회복이 늦어질 경우 추가적인 콜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환율변동이나 재정정책방향도 고려해 통화정책이 경기활성화를 위해 확장기조로 전환될 경우 금리정책은 다소 긴축적으로 운용하는 등 신축적인 운용을 강조했다.
가계대출 연착륙 강조
금융감독원은 가계대출이 적정수준으로 유지돼 급격한 소비위축 없이 내수를 유지할 수 있도록 가계대출 연착륙을 도모키로 했다. 특히 신용불량자 증가를 막기 위해 개인 워크아웃제도에 참여금융회사를 추가하고 채무상환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시장개입은 과연 최적의 정책일까? 최적이 아니라 차선이라면 어떠한 정부개입이 가장 효과적인가를 고려해 보아야 한다. 과거 성장률이 연간 두 자리수 이상으로 증가할 때는 정부가 시장개입에 실패하거나 경제정책이 일부분 실패를 해도 그렇게 크게 표시가 나지 않고 넘어갈 수 있었다. 이제 한국경제는 과거와 같은 고성장은 달성하기 힘들다고 볼 때 가장 최선의 경제정책은 시장의 경쟁원리에 의해 해결할 수 있도록 기업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다. 개혁에는 반드시 기득세력의 반발이 있기에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기는 험난한 항로를 걸어야 한다. 개혁의 강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개혁파와 기득세력 사이에서 새 대통령이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다. 그러나 공약이행이나 분배의 명분을 내세우건간에 인수위는 정책발표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러한 정책발표가 새 정부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약이란 말 그대로 후보 때 유권자에게 말한 것임에 불과하므로 일단 대통령이 되면 유권자가 아닌 국민 전체를 상대로 국가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따라서 국가적 관점에서 적절하지 않다든가, 대내외적 상황이 바뀌면 공약이란 조정될 수 있다. 따라서 여유를 갖고 공약별로 타당성 조사를 해가며 향후 5년간 국가경제의 큰 틀 속에서 순차적 이행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