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제대군인은 2년 전부터 민간 직무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
- 군 경력을 민간 직무역량으로 바꾸는 맞춤 지원이 필요하다
- 전역 후 취업보다 경력 활용과 질적 전환이 중요하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얼마 전 제대군인을 면접에서 직접 만난 적이 있다. 전역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았다. 운전직에 지원했는데 서류전형부터 경쟁이 치열했다. 그는 군에서 운전을 오랜 기간 수행한 경험을 차분히 설명했다. 해당 직무를 장기간 검토하고 준비한 흔적이 보였다. 그는 마지막 관문인 면접에서 5대 1의 경쟁을 뚫고 취업에 성공하였다.
또 다른 사례를 살펴보자. "중령으로 전역을 앞두고 있습니다. 군에서는 20년 넘게 근무했고 부대 지휘 경험도 있습니다. 그런데 민간기업에 지원하려고 하니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그리고 어느 정도 직급으로 가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됩니다."
군에서는 분명 많은 경험을 쌓았다. 사람을 관리했고, 조직을 운영했고, 예산을 집행했다. 작전과 교육훈련을 계획했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내렸다. 때로는 수백 명의 인력과 장비를 움직이며 하나의 목표를 달성해야만 했다.

그런데 전역을 앞두고 민간기업의 채용 공고를 보면 자신의 경력이 갑자기 낯설어진다. 중령, 대대장, 참모, 작전, 교육훈련이라는 단어가 민간기업의 직무명과 그대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군인의 전직은 일반적인 직장인의 이직과 조금 다르다. 단순히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것이 아니라 군에서 쌓은 경력을 민간 노동시장에서 통용되는 언어로 다시 설명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자. 영국에는 제대군인의 사회 복귀를 지원하는 공식 전직지원체계인 '커리어 트랜지션 파트너십(Career Transition Partnership, CTP)'이 있다. 영국 국방부와 민간 전문기관이 협력해 운영하는 이 제도는 전역 예정자에게 개인별 경력 상담, 직업훈련, 취업정보와 기업 연계 등을 제공한다. 일반적으로 전역 전 최대 2년부터 준비를 시작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전역을 앞두고 일자리를 찾는 데 그치지 않고, 군에서 쌓은 경험을 민간사회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미리 설계하도록 돕는 것이다.
영국의 특징은 무엇보다 준비 시점이다. 모든 정규군 전역자는 커리어 트랜지션 파트너십(CTP)의 지원 대상이 될 수 있고, 복무기간 등에 따라 전역하기 최대 2년 전부터 전역 후 최대 2년까지 지원이 이어진다. 6년 이상 복무자에게는 '핵심 전직지원 프로그램(Core Resettlement Programme, CRP)'이 제공되며, 여기에는 직업상담과 구직지원, 직업훈련 등이 포함된다.

영국 국방부가 발표한 2024년과 2025년 공식 통계에 따르면, 해당 기간 영국군을 떠난 정규군 및 구르카 인력(네팔 출신 구르카 병사)은 1만 4,588명이었다. 이 가운데 1만 208명이 비용 집계 대상인 전직지원 서비스를 이용했으며, 전역 6개월 후 고용상태를 보고한 8,130명의 취업률은 86%로 나타났다. 이는 모든 전역자의 취업률이 아니라, 해당 전직지원 서비스를 이용하고 고용상태를 보고한 집단의 통계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 통계만으로 커리어 트랜지션 파트너십(CTP)가 취업률을 높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전역자의 민간사회 전환을 전역 직전의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전역 전부터 전역 후까지 이어지는 과정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이들의 실제 취업 분야다. 2024년과 2025년 취업한 전역자 가운데 준전문·기술직이 23%, 전문직이 19%, 숙련기능직이 17%를 차지했다. 장교 전역자는 전문직 34%, 관리자, 임원, 고위직 25%의 비중을 보였다. 즉 군 경력을 민간에서 활용하는 방식은 하나가 아니다. 군에서 무엇을 했는지, 어떤 기술과 경험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다양한 민간 직무로 이동한다.
미국도 전역을 군 복무에서 민간사회로 이동하는 하나의 '전환 과정'으로 본다. 미국의 전환지원프로그램(Transition Assistance Program, TAP)은 전역을 앞둔 군 복무자와 가족이 민간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정보와 교육, 각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국 보훈부에 따르면 매년 약 20만 명의 군 복무자가 군을 떠나 민간사회로 이동한다. 전환지원프로그램(TAP)은 일반적으로 전역 1년 전부터 시작하며, 군에서 은퇴하는 경우에는 최대 2년 전부터 준비할 수 있다.

미국의 전환지원에서 눈여겨볼 부분 역시 군에서 습득한 기술과 경험을 민간의 직무와 연결하는 과정이다. 미국의 전환지원 평가에서도 흥미로운 결과가 나온다. 장기 추적조사 대상자 가운데 현재 민간직무가 군에서 습득한 기술과 상당히 또는 완전히 일치한다고 답한 비율은 40% 미만이었다. 취업에 성공하는 것과 자신의 군 경력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국방부는 전역예정장병을 대상으로 진로설계교육, 전직기본교육, 1대1 전직상담, 맞춤형 전문교육, 취업정보 제공과 취업추천 등을 실시하고 있다. 국가보훈부 제대군인지원센터 역시 중·장기복무 제대군인을 대상으로 경력설계, 직업심리검사, 취업상담, 직업교육, 기업협력과 채용추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가보훈처 자료를 보면 2015~2019년 전역한 제대군인 3만 6,404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취업률은 57.5%에 그쳤다. 특히 전역 1년차 취업률은 43.6%였지만 2년차 56.5%, 3년차 60.4%, 5년차에는 64.7%로 높아졌다. 전역 직후보다 시간이 지나면서 취업률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이 수치가 보여주는 것은 전역 직후의 취업이 쉽지 않다는 현실이다. 동시에 전역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취업률이 높아지는 만큼, 전역 시점에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기보다 전역 이전부터 제대군인의 경력을 민간 노동시장에 맞게 준비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무엇을 보완해야 할까. 우리나라의 기존 전직지원체계를 보면 기본적인 상담과 교육, 취업지원 기능은 이미 마련돼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지원의 양을 늘리는 것보다 전환의 질을 높이는 방향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첫째, 전역 2~3년 전부터 생애전환형 전직지원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전역예정자를 위한 전직교육과 상담이 제공되고 있지만, 실제 전역을 앞둔 시점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20년 이상 군에 복무한 사람이 6개월이나 1년 안에 자신의 경력을 완전히 다른 노동시장에 맞추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전역 2~3년 전부터 자신의 경력과 희망 진로를 진단하고, 필요한 자격과 교육을 확인하며, 민간기업의 채용시장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경력 전환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영국 커리어 트랜지션 파트너십(CTP)가 전역 최대 2년 전부터 전환지원을 시작하는 것도 참고할 만하다. 특히 이 과정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교육을 제공하는 방식보다 개인별로 달라야 한다. 취업을 원하는 사람,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 교육과 훈련이 필요한 사람, 은퇴 후 다른 삶을 준비하는 사람의 경로는 다양하기 때문이다.
둘째, '군 경력-민간 직무 매칭' 기능을 더욱 정교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현재도 전직상담과 취업 추천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군 경력을 민간기업의 직무와 연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대대장'이라는 보직명을 그대로 민간기업에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 규모, 인력관리, 예산관리, 성과관리, 위기대응, 교육훈련 등의 실제 경험을 추출하고 이를 민간의 직무역량과 연결하는 것이다.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한다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예컨대 군의 주요 보직과 수행업무를 분석해 인사·조직관리, 프로젝트 관리, 물류·구매·조달, 안전관리, 정보보안, 교육·HRD, 시설·기술관리 등 민간 직무와 연결하고, 해당 직무에서 요구하는 자격과 교육과정, 실제 채용기업 정보까지 함께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전역예정자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막연한 고민에서 벗어나 '내 경력 가운데 어떤 부분을 해당 직무에 활용할 수 있고, 무엇을 추가로 준비해야 하는가?'라는 구체적인 질문을 할 수 있다.
컨설팅 과정에서 자주 받는 질문이 있다. "중령으로 전역하는데 민간기업에서는 어느 정도 직급으로 가야 합니까?" 이 질문에 바로 답하기는 어렵다. 군의 계급과 민간기업의 직급은 일대일로 대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먼저 이렇게 질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군에서 무엇을 했습니까?" 그리고 다시 묻는다. "그 경험으로 민간기업의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까?"
예를 들어 대대장을 지냈다면 단순히 '부대 지휘 경험'이라고 적는 것보다 일정 규모의 조직에서 인력과 예산을 관리하고, 목표를 설정하고, 예상하지 못한 문제에 대응한 경험으로 설명할 수 있다. 군수, 보급 업무를 담당했다면 물류, 구매, 조달 분야를 살펴볼 수 있다. 정보통신 분야라면 IT·정보보안·통신 분야를 검토할 수 있다. 안전이나 재난대응 경험은 산업안전이나 재난관리 분야와 연결할 수 있다. 교육훈련 경험은 기업교육이나 HRD와 연결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이 '군 경력, 즉 특정 민간 직업'이라는 공식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경력에서 실제로 수행한 과업과 역량을 추출한 뒤, 그것을 민간기업이 필요로 하는 직무와 연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역을 2년 정도 앞두고 있다면 우선 자신의 군 경력을 다시 정리해야 한다. 첫째, 계급과 보직이 아니라 실제 수행한 업무를 적어본다. 둘째, 그 업무를 민간 직무의 언어로 바꿔본다. 셋째, 관심 있는 직무의 채용 공고를 약 10~20개 정도 찾아본다. 넷째, 노동시장에서 기업들이 요구하는 자격과 역량 가운데 내가 부족한 부분을 확인한다. 다섯째, 전역 전에 필요한 교육이나 자격증 등을 준비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실제 민간기업 현직자와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좋다. 전역 후 처음으로 노동시장을 경험하는 것과 전역 전에 노동시장을 미리 경험하는 것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전역은 끝이 아니라 두 번째 경력의 시작이다. 군인은 일반 직장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이른 나이에 전역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전역은 경제활동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경력의 출발점이 된다.
따라서 전역을 앞둔 군인에게 정말 필요한 질문은 "전역하면 어디에 취업할까?"보다는 먼저, "나는 군에서 무엇을 해왔고, 그것을 민간에서는 어떤 가치로 바꿀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장욱희 박사는 현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성균관대학교 산학협력단 교수와 숭실대학교 경영학부 조교수를 역임했으며, (주)커리어 파트너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방송 관련 활동도 활발하다. KBS, 한경 TV, EBS, SBS, OtvN 및 MBC, TBS 라디오 등 다수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고용 분야, 중장년 재취업 및 창업, 청년 취업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삼성SDI, 오리온전기, KT, KBS, 한국자산관리공사, 예금보험공사, 서울시설공단, 서울매트로 등 다양한 기업과 기관에서 전직지원컨설팅(Outplacement), 중장년 퇴직관리, 은퇴 설계 프로그램 개발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또한 대학생 취업 및 창업 교육,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정책연구를 수행하였으며 공공부문 면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나는 당당하게 다시 출근한다'라는 책을 출간했으며, '아웃플레이스먼트는 효과적인가?'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현재 인사혁신처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경찰청 보건복지정책심의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 본 칼럼의 내용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