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품절 대란이 유통업계의 인기 지표로 굳어졌다.
- 롯데웰푸드와 다이소 신상품이 잇따라 품절됐다.
- 기자는 품절보다 공급 준비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수요예측 실패·희소성 마케팅 경계는 흐릿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품절 대란'은 요즘 유통업계에서 꽤 반가운 말이 됐다. 신상품이 출시되자마자 동났다는 소식은 어느새 제품의 인기를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성적표처럼 쓰인다. '완판', '초도 물량 소진', '재입고 요청 쇄도' 같은 표현도 뒤따른다.
이달 롯데웰푸드가 선보인 '우주떡집 찰떡아이스'는 초도 물량 50만개가 출시 닷새 만에 소진됐다. 공식 온라인몰 예약판매 물량도 18시간 만에 모두 팔렸다. 제품을 찾아 여러 편의점을 돌았다는 소비자 경험담과 재고 확인 방법까지 온라인에서 공유됐다. 회사는 긴급 추가 생산에 들어갔다.

다이소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익숙해졌다. 동국제약이 다이소 전용으로 내놓은 '마이팝 푸룬&식이섬유'는 출시 8일 만에 초도 물량이 일시 품절됐다. 화장품과 러닝용품, 생활용품까지 품절 상품의 범위도 넓어졌다. 최근에는 품절 후 재입고 요청이 이어진 '전통 시리즈'를 따로 물량을 확보해 다시 판매하는 기획전까지 열었다.
잘 팔려 물건이 동나는 건 기업 입장에서 당연히 반가운 일이다. 예상보다 큰 수요가 몰렸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문제는 '품절'이라는 결과만으로 상품의 성공을 설명하는 일이 너무 익숙해졌다는 데 있다.
유통의 기본은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원하는 시점에 살 수 있도록 공급하는 것이다. 수요를 제대로 예상하지 못해 물건이 부족해졌다면 공급 측면에선 성공이라고만 말하기 어렵다. 소비자는 SNS에서 본 제품을 찾아 여러 매장을 돌거나 재입고 알림을 기다려야 한다.
물론 모든 품절을 수요예측 실패라고 볼 수는 없다. 한정판처럼 처음부터 공급량을 제한해 희소성을 만드는 것은 오래된 마케팅 방식이다. 반대로 예상보다 주문이 몰려 준비한 물량이 동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 둘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기업이 의도적으로 적은 물량을 풀어 화제성을 키운 것인지, 실제 수요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인지 알기 어렵지만 결과는 모두 '완판'과 '흥행'이라는 같은 언어로 포장된다.
최근에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몇 초 만에 완판', '몇 만개 소진'이라는 기록 자체가 다음 소비를 자극하는 홍보 소재가 된다. 공급 부족의 원인이 무엇이든 일단 물건이 빨리 사라지면 성공 사례로 소비되는 구조다. 못 산 사람이 많을수록 더 갖고 싶은 상품이 되고, 품절 자체가 다시 수요를 만드는 역설도 생긴다.
기업 입장에서도 이해할 만한 전략이다. 신상품이 넘쳐나는 시장에서 소비자의 시선을 붙잡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품절'만큼 직관적으로 인기를 보여주는 단어도 드물다. 품절된 상품을 찾아다니는 소비자의 인증과 후기까지 더해지면 추가 광고비 없이도 화제는 커진다.
묘한 역설이다. 소비자가 사지 못했다는 사실이 곧 '흥행'의 증거가 되고, 물건이 빨리 사라질수록 성공한 상품으로 평가받는다. 공급 부족이라는 불편이 어느새 인기의 증명이 된 셈이다.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은 장사의 자랑처럼 들리지만, 뒤집어 보면 '사고 싶어도 못 샀다'는 소비자의 불편이기도 하다. 품절까지 걸린 시간을 자랑하기 전에 왜 그만큼의 수요를 맞추지 못했는지 설명하는 게 먼저다. 잘 팔았다는 말과 잘 팔 수 있게 준비했다는 말은 같지 않다.
유통의 성공이란 결국 많이 팔린 기록보다, 사고 싶은 사람이 실제로 살 수 있게 만드는 데 있어야 한다. 못 사게 된 소비자가 많을수록 흥행했다는 평가를 받는 지금의 '품절 대란'이야말로 유통업계의 가장 아이러니한 성공 공식인지 모른다.
kji01@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