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정의신이 12일 세종문화회관서 스미레 미용실을 올렸다
- 작품은 1965년 일본 탄광촌 배경의 공존과 연대를 그렸다
- 정의신은 자이니치의 삶을 가족이야기로 받아달라 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조선적 재일교포 출신 작가이자 연출가 정의신의 '스미레 미용실'이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된다. 지난해 올린 '야키니꾸 드래곤'에 이어 재일 탄광 노동자들의 삶과 고난, 희망을 그리는 작품이다.
정의신 연출은 12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개막하는 '스미레 미용실'의 한국 초연을 앞두고 세종문화회관과 함께 하게 돼 기쁜 마음을 얘기했다. 이 작품은 2012년 일본에서 초연을 올린 뒤 2016년 재공연됐다. 마지막 무대 후 10년 만에 한국 관객들과 만나게 됐다.
"작년에 '야키니꾸 드래곤'을 한국에서 공연했는데요. 그 이후에 쓴 작품이긴 합니다만 '야키니꾸 드래곤'의 10년 전 이야기가 '스미레 미용실'의 배경이 됩니다. 이 공연을 여러분께 선보이게 돼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의신 연출은 일제강점기 이후 일본으로 대거 이동한 조선 노동자들의 후예로, 조선적(조선 국적) 자이니치 1세대인 부모님에게서 나고 자랐다. 일본에서는 연극 '야키니꾸 드래곤'과 '스미레 미용실' 외에 단편 소설 원작의 영화 '신상'의 극본 집필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왔다. '신상'은 한국에서 2010년 '신씨: 탄광마을의 세레나데'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다.
"'스미레 미용실'에서처럼 탄광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보면, 1960년대 이케다 내각 때 석탄에서 석유로 변하는 에너지 정책이었습니다. '빌드 앤 스크랩'이라는 인원 감축, 경비 절감, 일어나서는 안되는 인신 사고가 일어나면서 매우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영화 '신상'을 위해 쿠마모토에 가서 탄광을 취재했고 당시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의 유족을 만나면서 아 이 이야기는 꼭 희곡으로 관객들에게 선보여야겠단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스미레 미용실'은 1965년 일본 규슈의 탄광촌을 배경으로, 국적과 삶의 방식이 서로 다른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공존과 연대의 의미를 그린 연극이다. '야키니꾸 드래곤'에 이어 한국 출신, 자이니치들이 이야기의 중심이 되면서 정 연출의 자전적인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유바리 탄광 사고는 안전 대책에 미흡했다든가, 인원 감축 같은 다양한 원인으로 사고가 잦았다고 합니다. 미쯔이 재벌이라고 탄광의 모든 것을 관리하는 주체가 있었고 정부와도 유착이 심해 악순환이 반복됐어요. 한 유족의 남편은 일산화중독 환자였는데, 그 증상 탓에 난폭해지기도 하고 딸 둘과 남편을 피해 밤새 돌아다니기도 하면서 비참한 생활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보상 운동을 벌이는 모습을 보면서 강인함을 느꼈고, 많은 분들이 포기를 하는 상황에서도 남편이 죽은 뒤에도 끝까지 싸웠던, 강한 여성의 인상을 받았어요. 그분이 지금의 '스미레 미용실' 수미의 모티브가 됐습니다."

일본 공연 후 10년 만에 한국에서 한국 관객들과 만나는 감회가 남다를 듯 했다. 정 연출은 자신의 뿌리인 자이니치라는 정체성, 마이너리티로서의 삶과 문제 의식을 작품에 고스란히 담았다. 이번 '스미레 미용실'의 공연에는 전무송, 최지연, 전국향, 김동원, 송영주, 서동갑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무대에 오른다. '야키니꾸 드래곤'에도 출연했던 김문식 역시 반가운 얼굴로 이번에도 함께한다.
"이 작품을 한국에서 몇 번이고 공연하자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그때 마다 경제적인 이유로 무산되거나 포기한 경우가 있었고 그렇게 방치가 됐었는데요. 이번 기회에 세종문화회관에서 저를 불러주셔서 이곳 공연을 할 수 있게 돼서 매우 기쁘며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캐스팅에 관련돼서는 몇 명의 후보가 있었습니다. 직접 만나보고 배역의 이미지에 맞는 분을 캐스팅했습니다. 참고로 김문식은 나의 작품에 제일 많이 출연한 배우가 아닌가 합니다."
한국 배우들과 호흡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배우들의 면면을 봐도 멋진 공연이 될 것이라는 예감은 분명했다. 정 연출은 "배우들이 굉장히 재밌다"면서 연습 과정을 직접 보고, 함께하는 기쁨을 얘기했다. '스미레 미용실'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인 수미의 세 자매에 대한 출처도 밝히며 어머니와 이모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한국 배우들과 함께 하는 게 일본에서 배우들과 함께 작업할 때보다 더 에너지가 많다고 느낍니다. 특히나 무엇보다 전무송 선생님께서 연기를 하시는 홍길 역을 일본에서 공연 때도 한국 배우가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었어요. 역시나 예산 문제로 그때 일본 배우가 하셨는데요. 선생님께서 마지막에 고향에 관련한 얘기를 하실 때 그때마다 제 눈에도 눈물이 고입니다. '스미레 미용실'에서처럼 저희 어머니가 네 자매이십니다. 모이면 그렇게 할 얘기가 많아 밤새도록 얘기를 하던 풍경을 보고 자랐습니다. 반면에 저는 남자 다섯 형제라 자매에 대한 선망이 조금 있습니다."

정 연출은 14세에 예비 남편의 사진 한 장을 들고 일본으로 건너온 할머니, 15세에 일본에 혼자 와서 자이니치로 고물상을 운영하셨던 아버지의 이야기를 꺼내며 가족사에 담긴 이민자로서, 또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강조했다. 현재 80년대, 90년대 일본으로 이주한 뉴 커머(NEW COMER)들이 점차 늘어나지만 예전의 자이니치와는 같을 수 없는 문화적인 차이를 짚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보면은 재일동포의 문제가 이민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은 저 개인적으로는 가족의 이민적인 역사가 있는 것이죠. 80년대 이후 자이니치에 관해서는 일단 재일 한국인 인구가 감소되고 다양화되고 일본 국적을 취득하는 사람이 늘어났습니다. 재일 한국인을 일반화하거나 또 한 이야기에 담아내기 어려운 점도 있지요. 어떻게 다가가고 어떻게 써야 될지에 고민도 많습니다. 전쟁 전에 있었던 사람들은 점점 감소하고 이후에 한국으로 건너와 새롭게 정착한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어 10년, 20년 후에도 과제가 될 것 같습니다."
정 연출은 평생을 마이너리티로 스스로를 정체화하며 살아왔지만, 시대가 변해가는 덕에 일본과 한국 양국에서 경계인으로서 의미있는 족적을 남겨왔다. 평생을 자이니치의 이야기를 글에 담으면서도, 바람은 단순하다. 한일 양국의 관객들이 이것은 나와 다른 이방인의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로 받아들여주고 함께 해주는 것 뿐이다.
"저로서는 고물상 출신의, 철학을 공부한 극작가는 저 하나입니다. 일본에서 재일 한국인 작가로 불리고 있고 한국에서는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복잡한, 미묘한 감정을 갖기도 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이 두 가지 문화를 갖고 있는 점을 즐기면 된다고도 생각합니다. 예전에 국립창극단에서 공연을 올릴 때 한국 전통 판소리를 왜 외국인 연출가를 불러서 하냐는 비판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당시에 매우 놀라기도 했습니다. 이 작품은 과거의 재일 한국인의, 우리와 관계없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주변의 이야기, 가족 이야기, 언제 우리에게도 일어날 지 모르는 사건에 관한 이야기로서 가족애에 관한,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들여 주시면 좋겠습니다."
jyy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