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정태이 기자가 19일 영화 ‘오크 스트리트의 마지막 날’을 소개했다.
- 영화는 공룡 습격 속 플랫 가족의 생존 사투를 그렸다.
- 익숙한 동네를 뒤집는 설정과 액션은 강점, 가족극은 아쉬웠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앤 해서웨이·이완 맥그리거 열연에도 가족 서사는 아쉬움
[서울=뉴스핌] 정태이 기자 = '우리 집 앞에 공룡이 나타난다면 어떻게 될까.' 어릴 적 한 번쯤 해봤을 법한 상상이다. 데이빗 로버트 미첼 감독은 이 단순하면서도 기발한 상상을 스크린 위로 옮겼다. 앤 해서웨이와 이완 맥그리거가 주연으로 나서 공룡의 습격 속에서 가족을 지키려는 부모를 연기한다.
오는 26일 개봉하는 영화 '오크 스트리트의 마지막 날'은 하루아침에 선사시대로 옮겨진 오크 스트리트에서 공룡들의 공격을 맞닥뜨린 플랫 가족이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의 시작은 평화롭다. 마을 전체가 파티로 북적이고 플랫 가족 역시 겉으로 보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그러나 평화로운 풍경도 잠시, 가족 구성원 사이 균열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서로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하고 대화마저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는 가족.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듯하지만 각자가 품고 있는 감정의 골은 생각보다 깊다. 영화는 이들의 불안정한 관계를 먼저 보여준 뒤 평범했던 일상을 완전히 뒤흔드는 사건을 꺼내놓는다.
마을 곳곳에서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강렬한 빛과 함께 전기와 수도가 끊긴다. 아빠 그렉(이완 맥그리거)과 엄마 드니스(앤 해서웨이)는 불안해하는 아이들을 진정시키며 상황을 파악하려 하지만, 이들 앞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존재가 나타난다.

가족 간의 불편한 침묵으로 긴장을 쌓던 영화는 공룡이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생존극으로 속도를 높인다. 특히 거대한 정글이나 외딴 섬이 아닌 현관문 밖과 이웃집, 평소 걷던 거리에서 공룡과 맞닥뜨린다는 설정이 흥미롭다. 가장 익숙하고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공간이 한순간에 생존을 위협하는 장소로 뒤바뀐다.
공룡을 활용하는 방식도 효과적이다. 거대한 포식자를 쉴 새 없이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관객에게는 위험의 존재를 보여주면서 정작 등장인물들은 이를 알아채지 못하는 순간들을 활용한다. 등장인물이 한발 늦게 위험을 알아차릴 때마다 관객이 먼저 조마조마해진다.

현실감 있게 구현한 공룡의 모습과 속도감 있는 생존 액션도 몰입도를 높인다. 본격적인 위기가 시작된 뒤에는 가족에게 쉽게 숨 돌릴 틈을 허락하지 않고 다음 위기로 몰아간다. 영화 초반 가족의 일상을 천천히 보여줬던 것과 대비되면서 생존극의 속도감은 더욱 두드러진다.
공룡의 등장은 생존의 위협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동안 플랫 가족이 애써 외면해온 갈등까지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그렉과 드니스는 극한의 상황에 놓이면서 서로에게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말을 쏟아낸다.
앤 해서웨이와 이완 맥그리거는 이 과정에서 극의 중심을 안정적으로 잡는다. 특히 앤 해서웨이는 위험 앞에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직접 행동하는 드니스의 강인함을 힘 있게 표현한다. 이완 맥그리거 역시 혼란 속에서 가족을 지키려는 그렉의 감정 변화를 안정적으로 그려낸다.
두 배우 각각의 연기는 부족함이 없지만 부부로서의 호흡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두 사람의 관계가 가족 서사의 중심에 있음에도 공룡과 맞서는 생존극만큼 부부 사이의 감정적 밀도가 짙게 전달되지는 않는다.
이러한 아쉬움은 가족 전체의 관계 변화에서도 이어진다. 영화는 초반부터 이들이 서로 단절돼 있다는 사실을 꾸준히 보여주고, 공룡의 등장 이후 감춰뒀던 감정까지 끄집어낸다. 그러나 갈등을 드러내는 데 들인 시간에 비해 이를 풀어내는 과정은 충분하지 않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관계를 회복해가는 과정이 충분히 쌓이기 전에 가족은 어느새 함께 움직인다. 공룡이라는 극단적인 위기가 이들을 다시 하나로 묶는 계기가 되는 것은 이해되지만, 갈등에서 화합으로 넘어가는 감정의 징검다리가 몇 개 빠진 듯한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반면 극한의 상황에서 인물들이 보여주는 선택은 꽤 현실적이다. 재난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영웅적인 모습보다는 당장 눈앞의 위험에서 살아남으려는 본능에 가깝다. 누군가 위험에 처한 순간에도 자신과 가족의 생존을 먼저 생각하는 모습은 다소 냉정하게 느껴지지만, 한편으로는 실제 이런 상황에 놓인다면 과연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결국 '오크 스트리트의 마지막 날'의 가장 큰 매력은 '평범한 우리 동네에 공룡이 나타난다면'이라는 상상을 현실처럼 펼쳐 보인다는 데 있다. 익숙한 공간을 생존의 현장으로 뒤집는 설정과 예측하기 어려운 공룡의 등장, 빠르게 이어지는 생존 액션은 충분히 시선을 붙잡는다.
반면 공룡과 함께 또 하나의 축으로 내세운 가족 이야기는 조금 더 촘촘했으면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공룡이 이 가족을 위험에 빠뜨리는 과정은 선명하지만, 그 위험이 어떻게 서로의 마음까지 다시 연결했는지는 상대적으로 흐릿하다. 눈앞의 공룡에게서는 좀처럼 시선을 떼기 어렵지만, 위기 속에서 가까워지는 가족에게까지 같은 정도로 마음을 빼앗기기는 어렵다.
영화 '오크 스트리트의 마지막 날'은 오는 26일 개봉한다.
taeyi427@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