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안규백 장관은 12일 사관학교 총동창회장단과 면담했다
- 총동창회는 통합 반대와 현 체제 유지를 요구했다
- 국방부는 통합 논의가 징벌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쿠데타 원죄, 사과할 테니 통합만은 물러달라"… 사과는 '조건부'
"계엄버스 탄 것뿐"… 전두환 전 대통령까지 소환한 항변
국방부 "8차례 반복된 논의"… 8월 26일 공청회가 분수령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합동참모본부 청사에서 육·해·공군사관학교 총동창회장단과 1시간가량 면담했다. 박판준 육사 총동창회장(육사 36기, 예비역 대령), 이범림 해사 총동창회장(해사 36기, 예비역 중장), 황성진 공사 총동창회장(공사 33기, 예비역 중장) 등 6명이 배석했고, 국방부에서는 김홍철 국방정책실장 등이 함께했다.
면담 직후 총동창회장단은 기자들과 만나 "장관이 국군사관학교 통합뿐 아니라 현 3군 사관학교 체제를 유지하면서 개선하는 방안도 하나의 대안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면담에 동석한 국방부 관계자는 즉시 "장관은 그렇게 답하지 않았다. '열린 자세로 다양한 의견을 듣겠다'고 말했을 뿐"이라며 총동창회 측 설명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국방부는 이날 저녁 공식 입장을 통해 "현 체제 유지도 검토하겠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국군사관학교 창설을 기본으로 하는 가운데 여러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재차 못 박았다. 총동창회장단의 면담 결과 해석과 국방부의 공식 설명이 같은 날 정반대로 엇갈린 셈이다.
이날 면담에서 가장 눈에 띈 대목은 12·3 비상계엄과 사관학교 통합을 연결지은 박판준 회장의 발언이었다. 그는 "육사가 쿠데타 세력이기 때문에 통합이 일종의 징계로 비쳐지는 것이 없잖아 있다"며 "육사가 원죄를 지고 있으니 총동창회장이 대통령께 사과라도 할 테니 만남의 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사관학교 통합이 기정사실화되는 국면에서 뒤늦게 '조건부 사과'를 내세우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처신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박 회장은 이어 "쿠데타 처벌을 안 받았다고 하는데, 처벌은 이미 다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두환 전 대통령을 구체적 사례로 들었다. "전두환 대통령 같은 경우는 돌아가신 뒤에도 국립묘지에 못 가고, 화장한 유골을 집에 그냥 단지에 보관하고 있다"며 "훈장도 다 뺏기고, 모든 사람이 처벌을 받고 있다"고 했다. 12·12 군사반란의 주역이 국립묘지 안장을 거부당하고 유골함 신세로 남은 것을 '이미 충분한 처벌'의 근거로 제시한 셈이다.
박 회장의 논리는 이렇다. "전두환도 국립묘지 못 가고 훈장 다 뺏겼다 → 이 정도면 쿠데타 세력은 이미 충분히 벌 받은 거다 → 그러니 육사한테 통합이라는 추가 불이익까지 주지 마라."
그런데 이 논리는 "처벌을 충분히 받았다"는 것과 "그 처벌이 부당하다"는 것을 슬쩍 섞고 있다. 죄가 아무리 무거워도 처벌은 충분했을 수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죽어서도 국립묘지에 못 간 것은 그 죄가 그만큼 무겁다는 뜻일 뿐이다. 이를 "이만큼 처벌받았으니 그만하자"는 근거로 쓰는 것은, 마치 "나 벌금 1억 원 냈으니 그만 좀 봐달라"고 하는 것과 같다. 벌금이 클수록 잘못도 컸다는 사실이 함께 드러나듯, 처벌의 무게를 스스로 강조할수록 정작 덜어내고 싶어하는 '쿠데타의 무게'만 스스로 확인시켜주는 셈이 된다.

박 회장은 이른바 '내란 청산' 작업과 관련해서도 "계엄에 참여했던 후배들이 아무 생각 없이 버스에 탔는데, 그게 계엄버스였다"며 처벌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별을 단 장성들이 상황 파악도 없이 지시에 따랐다는 취지의 항변인데, 지휘관의 판단 책임을 스스로 부정하는 궤변에 가깝다.
그는 또 "정권이 바뀌면 계엄 관련자들이 다시 원위치에서 또 다른 피해를 입지 않겠느냐"며 선처를 요청했는데, 이는 향후 정치 지형 변화에 따른 '보복 가능성'을 은근히 내비친 것으로 들릴 소지가 있다.
이범림 해사 총동창회장은 "해방과 함께 창설된 해군을 이어 80년 역사를 가진 해사가 아무 이유 없이 문을 닫는 징벌적 처벌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사관학교 통합은 계엄 사태와 무관하게 오래전부터 제기돼 온 교육체계 개편 논의다. 국방부도 이승만 정부 이래 여덟 차례에 걸쳐 통합 논의가 있었다고 설명한 만큼, 이를 '징벌'로 규정하는 프레임 자체가 논점을 흐린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황성진 공사 총동창회장은 아예 '물리적 통합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대안을 내놓았다. 그는 "물리적으로 통합하는 것보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가상 캠퍼스'를 만들어 생도들이 그 안에서 토의하고 교육받고 훈련하면 된다"며 "예산도 10분의 1밖에 안 들고 유대도 강화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관학교 교육의 핵심은 실기·체력·집체훈련과 공동생활을 통한 전우애 형성에 있다. 그러한 점에서, 화상 회의로 대체하듯 '가상 캠퍼스'로 사관생도 교육을 갈음할 수 있다는 발상은 군사교육의 본질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요구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총동창회장단은 이날 △독립적 대안 비교·검증 전까지 입법·예산·부대이전 절차 중단 △현 체제 유지 속 교육개혁 대안 검토 △대통령 업무보고 시 사실과 다른 부분에 대한 정정 보고 △8월 26일 공청회의 성격 규명 등을 요구하는 공동 입장문을 냈다.
반면, 국방부 관계자는 면담 자리에서 "이승만 정부 때부터 여덟 차례나 통합 논의가 나왔고, 이재명 정부 들어 처음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총동창회 측의 '정치적 표적' 프레임에 선을 그었다.

박판준 육사총동창회장은 이날 검은색 정장·넥타이 등 '상복 차림'으로 국방부를 찾았다. 상복 차림으로 면담장에 나선 이유에 대해 "육사가 폐교된다는데, 우리는 초상집"이라며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상복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안 장관은 "논의된 내용은 확실히 대통령께 전달하겠지만, 대통령과의 면담 성사는 내 권한 밖"이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날 면담은 사관학교 교육체계에 대한 실질적 대안 논의보다 계엄 책임론과 뒤섞인 '피해자 서사(敍事)'가 전면에 등장한 자리였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오는 26일 공청회가 원점 재검토의 장이 될지, 이미 정해진 방침을 추인하는 절차에 그칠지, 그 답은 총동창회의 항변이 아니라 국방부의 후속 행보에서 갈릴 전망이다.
gomsi@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