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삼성전자 DX부문 노조 동행이 13일 1인당 자사주 1000주를 요구했다
- 성과급 갈등에 조합원 3만명 넘자 초기업노조 과반 지위도 흔들렸다
- DX 첫 적자 속 11조원대 요구가 노노 경쟁과 비용 전가 우려를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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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업노조 7만6000명→5만명대…과반 지위 잃으며 주도권 경쟁 격화
DX 직원 1인당 자사주 1000주 요구…전체 지급 땐 11조4000억원
전문가 "자기 이해 앞세운 조직 이기주의"…복수노조 보상 경쟁 우려
[서울=뉴스핌] 서영욱 조민교 기자 = 삼성전자 노조 간 세력 경쟁이 경영 현실과 동떨어진 '보상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올해 임금협상을 계기로 조합원들이 더 많은 보상을 주장하는 노조로 대거 이동하면서 노조 간 주도권 다툼이 격화됐고, 급기야 디바이스경험(DX)부문 직원 1인당 자사주 1000주를 지급하라는 11조원대 요구까지 나왔다.
DX부문은 올해 2분기 사상 첫 분기 적자를 기록해 실적 회복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노조들이 조합원 확보를 위해 더 높은 보상을 앞세우면서 복수노조 체제가 '누가 더 많이 받아내느냐'를 겨루는 경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 직원들이 주축인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동행노조)은 오는 21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고 DX 직원 1인당 자사주 1000주 지급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 동행노조의 1000주 요구와 집회 움직임은 최근에도 이어지고 있다.

◆ 2600명→3만명…성과급 갈등에 뒤집힌 노조 세력판도
동행노조는 불과 석 달 전까지만 해도 조합원 2600명 안팎의 소규모 노조였다. 하지만 지난 5월 임금협상을 기점으로 조합원 수가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
성과급 격차에 반발한 DX 직원들이 동행노조로 몰리면서 지난 5월22일 조합원 수는 1만2000명을 넘어섰고 6월 초에는 2만1000명 안팎까지 불어났다. 이달 들어서는 3만명을 돌파했다. 불과 수개월 만에 조합원 수가 10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당시 잠정합의안 투표를 둘러싸고 DX 직원들이 대거 동행노조에 가입하면서 노조 간 투표권 갈등까지 불거졌다.
동행노조가 몸집을 불리는 사이 기존 최대 노조였던 초기업노조에서는 조합원 이탈이 이어졌다. 한때 조합원 7만6000명을 넘어서며 삼성전자 최초의 과반노조 지위를 확보했던 초기업노조는 임금협상 이후 조합원이 5만명대로 줄면서 과반 지위를 잃었다.
조합원 이동에 불을 붙인 것은 DS와 DX 간 보상 격차였다. 지난 5월 노사는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을 유지하면서 DS부문에는 별도의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노사가 정한 사업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하고 기존 연봉 50%였던 지급률 상한도 없앴다. 반면 DX부문과 CSS사업팀 직원에게는 상생협력 차원에서 600만원 상당의 자사주를 지급하기로 했다.

DS와 DX 간 보상 격차가 크게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DX 직원들의 반발이 확산됐고, 이들을 중심으로 동행노조 가입자가 급증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조합원 이동이 노조 간 보상 경쟁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직원들이 더 유리한 보상을 요구하는 노조로 이동하고, 노조 역시 조직을 유지·확대하기 위해 요구 수준을 높일 유인이 커지는 구조다. 실제 동행노조는 조합원이 2만명대로 급증한 직후인 지난 6월부터 DX 직원 1인당 자사주 1000주 지급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종선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복수노조 상황에서는 노동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노조를 선택하고 기존 노조를 탈퇴해 다른 노조로 옮길 수도 있기 때문에 노조 간 경쟁이 벌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그 경쟁이 선의의 경쟁이 될 수도 있고 각자의 이익을 둘러싼 경쟁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첫 적자에도 자사주 1000주…보상 요구액만 11조원
특히 자사주 지급 요구가 나온 DX부문은 올해 2분기 사상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기록하는 등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상황이다. 스마트폰과 TV·가전 등 완제품 사업에서 메모리를 비롯한 부품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이 커진 영향이다.
그럼에도 동행노조가 요구하는 보상 규모는 10조원을 훌쩍 넘는다. 노조 주장대로 DX부문 임직원 약 4만9345명에게 자사주 1000주씩을 지급하려면 총 4934만5000주가 필요하다. 이를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소요 금액만 약 11조4000억원에 달한다. 실적 회복이 시급한 상황에서 사업 성과와 동떨어진 대규모 보상을 요구하면서 비용 부담이 결국 회사와 주주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교수는 "각 노조가 자기 이익만을 지나치게 추구하면 개별적으로는 합리적인 선택처럼 보일 수 있지만 조직 전체나 사회 전체의 관점에서는 반드시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자신들의 이익을 너무 고집하고 집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 조합원 늘려야 교섭력 커진다…'노노 경쟁' 악순환 우려
더 큰 우려는 이 같은 보상 경쟁이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복수노조 체제에서는 어느 노조가 더 많은 조합원을 확보하느냐가 교섭대표성과 영향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노조 입장에서는 조직을 유지하고 세를 확장하기 위해 다른 노조보다 더 강한 요구를 내놓을 유인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삼성전자 노사관계는 올해 임금협상을 거치며 기존 '회사 대 노조' 구도에서 '노조 대 노조 대 회사'의 다층적인 갈등 구조로 바뀌었다. 동행노조는 지난 5월 초기업노조·전국삼성전자노조와 함께 구성했던 공동교섭단에서 이탈했고 이후 잠정합의안 투표권과 합의 효력을 둘러싸고 다른 노조와 갈등을 빚었다. 성과급 합의를 둘러싼 DX와 DS 간 이해 충돌이 노조 세력 재편으로까지 이어진 셈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복수노조 체제에서는 결국 누가 다수 노조가 되느냐에 따라 누가 교섭을 주도하느냐의 문제가 생긴다"며 "같은 사업부 안에서도 연구개발직과 생산직, 사무직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내부적인 경쟁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특히 노조 간 경쟁이 조합원의 몫을 키우는 경쟁에 매몰되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성과급 협상 과정에서 통합적인 리더십보다는 각 조직이 자기 이해관계를 앞세우는 조직 이기주의가 드러날 수 있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하나의 통합적인 노동운동이 가능한지에 대한 회의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syu@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