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외교장관회의가 최근 한반도 비핵화 표현을 둘러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 비핵화에는 핵 제거뿐 아니라 재발 방지 위한 검증·안보조치까지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 CVID냐 완전한 비핵화냐 구분에 집착하면 혼란만 키우며, 표현이 달라도 비핵화 의미는 동일하다고 주장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핵무기·프로그램 제거, 검증, 재발방지 모두 포함
CVID는 비핵화 개념 강조하기 위한 수식어 나열
비핵화 관련 표현에 과도한 의미 부여 지양해야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북한 핵문제와 관련된 국내외 논의가 있을 때 언론이 가장 먼저 주목하는 것은 비핵화를 나타내는 표현이다. 한반도 비핵화라고 썼는지 북한 비핵화라고 했는지 우선 살펴보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라고 표현했는지, 몇 가지 수식어를 생략하고 '완전한 비핵화' 또는 그냥 '비핵화'라고 했는지 가려낸다. 그리고 비핵화에 대한 정책과 의지에 변화가 있는지를 가늠하려 한다.
최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렸던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의장성명에 CVID가 아닌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이 나오자 어김없이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하지만 비핵화 앞에 어떤 수식어가 붙어 있는지 집착하고 특정 수식어가 생략되면 어떤 차이가 있는지 구별하려는 시도는 큰 의미가 없다. 비핵화는 그 자체로 필수불가결한 요소들이 충족되어야 성립할 수 있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비핵화는 핵무기와 핵물질 제거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핵과 관련된 계획까지 포함한 모든 프로그램을 없애는 작업이다. 또 핵을 폐기한 이후 다시 핵을 가지려는 욕구가 생기지 않도록 방지하는 작업도 비핵화에 포함된다.
비핵화를 위해서는 일단 핵물질·핵무기 생산 중단, 미래의 핵 계획 중단, 현재 보유 중인 핵물질·핵무기 반출이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이 작업이 제대로 실행되었는지 검증하는 절차가 수반되어야 한다. 그 이후에는 핵무장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정치·외교적 조치가 있어야 한다. 관계 정상화, 평화체제 구축, 안보환경 변화를 통한 안전보장 조치 등이 여기에 속한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말 안에는 이 모든 개념이 들어 있다.
비핵화와 관련된 표현은 수없이 많다. 협상 진전을 위해, 그리고 전임 정부와 차별성을 위해 다른 표현을 쓰기도 한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1994년 빌 클린턴 행정부가 북·미 제네바 합의에서 사용한 '동결'을 피하기 위해 '불능화'라는 기상천외한 용어를 썼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CVID 대신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CVID 대신 자발적 핵 포기를 의미하는 CVIA라는 표현을 쓴 적도 있다. 하지만 어떤 표현이든 모두 부분적이 아닌 완전한 비핵화, 검증이 수반된 비핵화라는 개념이 포함된다는 점은 동일하다.
CVID라는 용어는 2차 북핵위기 발발 이후인 2003년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 협상을 시작하면서 처음 사용했다. 그냥 비핵화라고 해도 될 것을 굳이 CVID라고 한 것은 비핵화의 개념을 명확히 하기 위한 것이었다. 북한은 이 표현에 '패전국에나 적용할 수 있는 용어'라며 거부감을 보였다. 이 때문에 2005년 6자회담 9·19 공동성명에는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프로그램 포기"라는 문구가 들어갔다.
그렇다고 비핵화의 개념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9·19 공동성명에 CVID가 들어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합의가 불완전하고 검증도 할 수 없는 방식의 비핵화를 북한에 허용한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2018년 남북 평양공동선언과 함께 북한이 "미국이 상응 조치를 제공하면 영변 핵시설을 영구적으로 폐기할 수 있다"고 제안했을때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트위터에 '북한이 핵사찰을 허용한 것을 환영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를 두고 북·미가 비공개 합의를 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트럼프의 언급은 북한 핵시설 폐기에는 반드시 이를 검증하는 절차가 수반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었다. 같은 사안을 두고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에, 미국은 국제사찰단의 검증에 각각 방점을 찍었을 뿐이다.
CVID를 쓰지 않았다고 해서 '불완전하고 검증할 수도 없으며 언제든 되돌릴 수 있는 비핵화'를 추구하는 쪽으로 정책이 변했다고 의심하는 것은 억지다. 또한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의식해 CVID 대신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썼다는 해석도 타당성이 없다. 이것은 북한이 CVID라고 하면 반발하고 '완전한 비핵화'라고 하면 환영할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국제적 논의나 회담, 각종 문서에 CVID라고 했는지, 그냥 비핵화라고 했는지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게 되면 불필요한 오해와 혼란이 생길 수 있다. 비핵화라는 표현 안에는 비핵화에 필요한 일련의 절차와 과정이 다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그런 절차들이 빠진 것은 비핵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단팥빵을 '팥앙금이 들어 있는 단팥빵'이라고 길게 말하는 사람은 없다. 단팥빵에는 당연히 팥앙금이 들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비핵화도 마찬가지다.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이라는 수식어가 꼬박꼬박 들어가지 않아도 비핵화의 의미가 변하지는 않는다.
opent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