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농식품부가 2013년부터 찾아가는 양조장 사업으로 전통 양조장을 관광·체험 공간으로 육성하고 있다.
- 부산 금정산성막걸리는 전통 누룩과 양조 과정을 전시해 외국인을 포함한 관광객이 역사·문화를 함께 체험하게 했다.
- 국내 주류 소비 감소 속에서 찾아가는 양조장 예약·방문과 방문객 수가 크게 늘며 K-술 대표 관광 콘텐츠로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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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고량 감소에 체험형 양조장 확대…정부 "K-술 관광 육성"
MZ·외국인 사로잡다…작년 찾아가는 양조장 방문객 66만명
K-푸드와 K-콘텐츠가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혀가는 동안 한국의 주류 산업은 제도적 한계 속에 머물러 있다. 막걸리는 국가무형문화재지만 법적 전통주가 아니고, 한국 전통주를 나타내는 표기 조차 부처마다 다르다. 성장하는 위스키 산업은 규제와 세금의 벽에 막혀 있고,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도 미미한 수준이다. <뉴스핌>은 'K-술 리포트'를 통해 한국 전통주의 현주소와 과제를 짚어본다.

[부산=뉴스핌] 이정아 기자 = 지난 19일 부산 금정산성마을의 골목을 따라 올라가자 은은한 막걸리 향이 코끝을 스쳤다. 금정산성막걸리 양조장 안으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선반 위에 가지런히 놓인 둥근 누룩이었다. 밀을 반죽해 손으로 빚은 누룩은 하얗게 발효돼 피자 도우를 연상시켰다. 금정산성막걸리는 지금도 수백 년 전 전통 방식 그대로 술을 빚고 있었다.
부산 금정산성막걸리는 조선 숙종 때인 1703년 금정산성 축성에 동원된 석축 장인들의 새참술에서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산성마을 주민들이 대대로 술을 빚으며 명맥을 이어왔고, 1979년 대한민국 민속주 1호로 지정됐다. 현재 양조장을 운영하는 유청길 대표는 대한민국 최초 막걸리 분야 식품명인이다.
금정산성막걸리의 가장 큰 특징은 누룩이다. 대부분 양조장이 시판 누룩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이곳은 지금도 밀을 반죽해 전통 방식으로 누룩을 직접 만든다. 누룩방에서 발효된 누룩은 지하 암반수와 함께 막걸리 제조에 사용된다. 술맛도 일반 막걸리와 다르다. 유산균이 풍부하고 산미가 강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막걸리 식초가 될 정도로 발효력이 살아 있다. 단맛을 인위적으로 맞추기보다 자연 발효를 그대로 살린 것이 특징이다.

유청길 금정산성토산주 대표는 "금정산성 누룩은 가장자리를 두껍고 가운데를 얇게 만드는 것이 특징"이라며 "국내 양조장의 90% 이상은 개량누룩을 쓰지만 우리는 지금도 전통 누룩을 직접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꺼운 부분이 수분을 오래 머금어 곰팡이균이 가장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며 "수백 년 동안 축적된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제조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금정산성막걸리 양조장은 누룩방과 발효실, 숙성 공간뿐 아니라 민속주 지정 과정과 금정산성마을의 역사를 소개하는 전시 공간도 마련돼 있다. 술 한 병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관광 콘텐츠가 된 셈이다. 금정산성과 국청사, 산성마을 탐방관, 전통 누룩방 등이 하나의 동선으로 연결돼 방문객들은 술뿐 아니라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함께 체험한다.
유 대표는 "술만 만드는 공간으로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기 어렵다"며 "오래된 공장을 홍보관으로 바꿔 금정산성막걸리의 역사와 누룩 제조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년에만 외국인 관광객 1000명이 양조장을 찾았다"며 "양조장도 이제는 술을 파는 곳이 아니라 이야기를 전하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 같은 변화는 정부가 추진하는 '찾아가는 양조장' 사업과도 맞닿아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제조 과정과 역사, 문화, 관광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체험형 양조장을 육성하기 위해 2013년부터 찾아가는 양조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전국 69곳이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지정돼 있으며, 우수 양조장은 3년마다 재선정 심사를 받는다.
정부가 양조장을 관광 콘텐츠로 육성하는 배경에는 국내 주류 소비 감소가 있다.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술을 적게 마시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주류시장 성장세도 둔화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2025 주류산업정보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전체 주류 출고량은 2022년 326만8623㎘에서 2023년 323만7036㎘, 지난해 315만1371㎘로 2년 연속 감소했다.
농식품부는 내수시장만으로는 전통주 산업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양조장을 관광·체험 공간으로 전환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술을 마시는 데 그치지 않고 제조 과정을 직접 보고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함께 경험하도록 해 새로운 소비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해 K-술을 알리는 대표 관광 콘텐츠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사업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찾아가는 양조장 예약 건수는 4820건으로 전년보다 31.7% 증가했고, 실제 체험까지 이어진 방문은 3225건으로 35.7% 늘었다. 방문객도 66만명으로 전년(57만명)보다 15.8% 증가했다. 농식품부는 올해 우수 양조장 5곳을 새로 선정하고 현장 컨설팅 27회를 지원했으며, 내년에는 외국인 유학생과 인플루언서를 대상으로 한 팸투어도 확대할 계획이다.
금정산성막걸리 역시 이러한 변화의 대표 사례다. 유청길 대표에 따르면 최근에는 이탈리아 출신 셰프를 비롯한 해외 방문객들이 양조장을 찾아 누룩 제조 과정과 발효시설을 둘러봤다. 단순히 술을 시음하는 것을 넘어 전통 누룩과 양조 문화를 직접 체험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농식품부는 올해도 우수 양조장 5곳을 새롭게 선정하고 체험 프로그램 개발과 관광코스 발굴을 위한 현장 컨설팅 27회를 지원했다. 또 여행박람회와 기업 연계 홍보부스 운영, 외국인과 인플루언서 팸투어 등을 통해 우리 술 체험을 관광 콘텐츠로 확장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해는 외국인 유학생과 인플루언서를 대상으로 한 팸투어를 확대하고 기존 찾아가는 양조장의 관광 프로그램도 추가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plu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