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홍명보 감독이 25일 남아공전 0-1 패배 후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있다고 말했다.
- 2014년 브라질 월드컵과 2026년 북중미 월드컵에서 전술 변화와 경기 중 대응 부족으로 비슷한 실패를 반복했다.
- 박지성 해설위원은 준비 과정과 감독 선임을 포함한 한국 축구 시스템 전체가 같은 문제를 12년간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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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모든 책임은 감독인 나에게 있다."
홍명보 감독은 25일(한국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A조 남아공과의 최종전 0-1 패배 직후 다시 한번 이 말을 꺼냈다. 선수들을 감싸며 모든 비난을 자신이 받겠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축구팬들에게는 낯설지 않은 장면이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홍 감독은 같은 말을 남겼다.

당시에도 결과는 실패였고, 이번에도 실패였다. 문제는 기자회견에서의 책임 인정이 아니다. 두 대회 모두 경기 안에서 준비와 전술적 대응이 부족했고, 경기 흐름을 바꾸지 못했다는 점이다. 1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홍명보 감독의 월드컵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모습으로 끝나가고 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 홍명보 감독은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한 점유 축구를 내세웠다. 기성용(포항)을 중심으로 후방부터 짧은 패스를 이어가며 경기를 풀어가려 했고, 측면에서는 손흥민(LAFC)과 이청용(인천)의 개인 능력에 기대는 공격이 많았다. 최전방 박주영(은퇴)은 버티고 연계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현실은 이상과 달랐다. 조별리그 첫 경기 러시아전에서는 수비 불안과 골키퍼 실수 끝에 1-1로 비겼다. 당시 한국은 경기 내내 공격에서 이렇다 할 해법을 보여주지 못했고, 후반 이근호의 중거리 슈팅으로 겨우 승점 1을 챙겼다.
2차전 알제리와의 경기는 지금도 한국 축구 역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경기 중 하나로 남아 있다. 홍명보호는 전반에만 3골을 내주며 사실상 승부를 내줬다. 알제리의 빠른 역습과 측면 침투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고, 조직력은 완전히 붕괴됐다. 후반 손흥민과 구자철의 만회골이 나왔지만 이미 늦었다. 결과는 2-4 패배였다.

벨기에와 최종전에서는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다. 상대가 전반 막판 퇴장으로 수적 열세에 놓였지만, 한국은 끝내 득점하지 못했다. 오히려 후반 얀 베르통언(은퇴)에게 결승골을 허용하며 0-1로 패했다.
결국 한국은 1무 2패, 승점 1점으로 조 최하위 탈락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당시에도 가장 많이 나왔던 비판은 '전술 변화가 없다'는 것이었다. 경기가 풀리지 않아도 포메이션은 크게 바뀌지 않았고, 교체 역시 흐름을 바꾸기보다 선수만 바꾸는 수준에 그쳤다. 상대가 변화를 가져와도 한국은 준비한 축구만 반복했다.
그리고 12년이 지난 이번 월드컵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반복됐다. 체코전에서는 승리했지만 세트피스 수비와 높이 문제를 노출했다. 멕시코전에서는 윙백들의 공격력 부족과 전방 압박 실패가 문제로 지적됐다. 하지만 남아공전에서도 같은 문제가 그대로 이어졌다.
상대 역습에 계속 흔들렸고, 중앙은 지워졌으며 윙백은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경기 흐름이 완전히 넘어간 뒤에도 홍 감독은 같은 포지션에 있는 선수 교체 외에는 눈에 띄는 전술적 변화를 보여주지 못했다.

가장 의아했던 장면은 후반 0-1로 뒤지는 상황이었다. 비기기만 해도 되는 경기가 패배로 기울고 있었고, 최소한 동점골이 절실했다. 하지만 홍 감독은 끝까지 스리백을 유지했다. 손흥민과 조규성(미트윌란)을 동시에 투입했지만 공격 구조는 그대로였다. 센터백 숫자를 줄여 공격 숫자를 늘리거나 포백으로 전환하는 과감한 승부수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공격수는 늘었지만 공격은 늘어나지 않았다. 조규성이 들어왔지만 페널티박스 안에는 여전히 한두 명만 자리했고, 크로스는 반복됐지만 받아줄 선수는 부족했다. 이는 2014년과 닮아 있다.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홍 감독은 경기 흐름을 바꾸기보다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는 선택을 자주 했다. 상대가 강하게 압박해도 빌드업을 고집했고, 공격이 막혀도 패턴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번 대회 역시 비슷했다. 상대가 중앙을 틀어막으면 측면 크로스를 반복했고, 윙백이 부진해도 시스템 자체는 유지됐다. 선수는 바뀌었지만 포메이션은 바뀌지 않았다.
여기에 박지성 JTBC 해설위원의 발언은 이번 사태의 본질을 더 선명하게 짚었다. 박 해설위원은 경기 후 진행된 '월드컵 후토크'에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준비 과정부터 좋지 않아 결과가 안 좋았던 것을 이번 대회에서 반복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2014년을 학습할 수 있었음에도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있었던 사건과 그 결과를 보면 2014년 역사를 그대로 반복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단순히 한 경기의 패배, 한 감독의 전술 실패를 넘어 대표팀을 둘러싼 준비 과정 전체에 문제가 있었다는 의미였다.
박 해설위원은 더 나아가 "결국 모든 잘못은 한국 축구를 이끌어가고 있는 곳에 있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대한축구협회(KFA)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2014년 홍명보호가 졸속 선임 논란과 준비 부족 속에 무너졌고, 12년 뒤 다시 홍명보 감독 체제로 월드컵을 맞이한 과정 역시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결국 이번 남아공전은 경기장 안의 전술 실패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경기 전부터 쌓였던 불신, 준비 과정의 혼란, 그리고 감독 선임을 둘러싼 논란까지 모두가 경기력으로 드러난 90분이었다. 홍 감독은 또다시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말했지만, 박 해설위원의 지적처럼 한국 축구가 정말 되돌아봐야 할 대상은 감독 한 명을 넘어 대표팀을 운영하는 시스템 전체일 수 있다.

물론 두 대회를 단순 비교하기에는 차이도 있다. 2014년에는 경험이 부족한 젊은 선수들이 많았다. 반면 이번 대표팀은 손흥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인범(페예노르트),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 유럽 정상급 무대를 경험한 선수들이 중심이다. 선수 구성은 오히려 더 좋아졌다.
그런데 경기 내용은 크게 달라졌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이번 남아공전은 FIFA 랭킹 60위 팀을 상대로 경기 주도권을 내주고 역습에 시달렸다는 점에서 충격이 더 컸다. 브라질에서는 전력이 한 수 위였던 벨기에와 맞붙었지만, 이번에는 한국이 객관적 전력에서 앞선다는 평가를 받던 남아공이었다.
그럼에도 준비된 전술도, 경기 중 변화도, 흐름을 뒤집는 결단도 보이지 않았다. 축구는 기자회견이 아니라 경기장에서 평가받는다. 2014년에도 같은 말을 했고, 2026년에도 같은 말을 했다. 1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전술적 유연성 부족, 경기 중 대응력, 변화를 두려워하는 운영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번 남아공전은 단순한 조별리그 한 경기의 패배가 아니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남긴 숙제를 12년이 지나서도 해결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경기였다. 그리고 한국 축구는 또다시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는 감독의 한마디보다, 왜 같은 문제가 반복됐는지에 대한 냉정한 분석을 요구받는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wcn050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