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정성훈은 중동전쟁 이후 17일 세계가 효율보다 생존을 중시하는 새 경제질서가 열렸다고 진단했다.
- 한국은 원유·가스 수입 의존과 취약한 핵심 광물 비축, 복합위기 속 공급망 불안에 대비해 위기 설계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 조선·원전·반도체·배터리·AI 제조 강점을 살려 공급망·에너지 중심국가로 도약할 전략을 지금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韓 경제, '빠른 회복' 넘어 '충격 견디는 국가'로 전환해야
[세종=뉴스핌] 정성훈 경제부장 = 이스라엘과 이란을 둘러싼 중동의 군사적 충돌이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국제유가도 안정을 되찾고 금융시장도 빠르게 평온을 회복하고 있다.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하지만 경제는 다르다. 전쟁은 총성이 멈추면서 끝나지만, 경제전쟁은 그때부터 시작된다.
역사를 돌아보면 전쟁은 늘 새로운 경제질서를 만들었다. 1970년대 오일쇼크는 에너지 안보를 탄생시켰고, 코로나19는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식량과 원자재가 국가안보라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이번 중동전쟁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유가가 얼마까지 올랐느냐가 아니다. 세계 경제가 다시 한번 '효율보다 생존'을 선택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세계 경제는 가장 싼 곳에서 생산하고 가장 빠르게 운송하는 것이 경쟁력이었다. 공급망은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촘촘하게 연결됐고 기업들은 재고를 최소화했다. 하지만 이제는 정반대의 시대가 오고 있다. 조금 비싸더라도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이 경쟁력이 되고, 다소 비효율적이더라도 핵심 원자재를 비축하는 것이 국가 전략이 되고 있다.
복원력이 효율을 이기는 시대다. 한국은 누구보다 이 변화에 민감한 나라다. 원유와 가스를 대부분 수입하고,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경제구조에서 지정학적 충격은 곧바로 환율과 물가, 수출, 기업 실적으로 이어진다.
호르무즈 해협이 흔들리면 단순히 기름값만 오르는 것이 아니다. 운임이 뛰고 보험료가 오르고 석유화학 원료 가격이 상승하며 제조원가가 높아진다. 환율은 불안해지고 소비는 위축된다. 전쟁은 국경에서 벌어졌지만 충격은 한국의 공장과 시장, 가계에 동시에 도착한다.
그렇다면 이제 한국 경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하는 것은 위기를 바라보는 방식이다. 우리는 위기가 닥칠 때마다 추경을 편성하고 세금을 깎고 금융지원을 확대하며 사후 대응에 익숙했다. 그때마다 위기를 잘 넘겼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전략비축유는 현재 약 97일분으로 국제에너지기구(IEA) 권고 기준(90일)을 웃돈다. 그러나 리튬·코발트·희토류 등 핵심 광물 비축은 여전히 취약하다. 배터리와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의 상당 부분을 중국 단일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다. 에너지는 어느 정도 대비가 됐지만, 소재·부품 공급망은 다음 충격에 노출된 채로 있다.
앞으로의 위기는 다르다. 기후위기와 공급망 재편, 미·중 기술패권 경쟁, 에너지 안보, 인공지능(AI) 경쟁은 따로 오지 않는다. 여러 충격이 동시에 겹쳐지는 '복합위기'가 새로운 일상이 되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위기관리 능력이 아니라 위기 설계 능력이다. 에너지 수입선을 얼마나 다변화했는지, 핵심 광물 공급망을 얼마나 분산했는지, 전략 비축은 충분한지, AI와 데이터 인프라는 안전한지, 식량 공급망은 얼마나 견고한지가 앞으로 국가 경쟁력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가장 낮은 원가가 최고의 경쟁력이었다면, 앞으로는 가장 안정적인 공급망을 가진 기업이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이번 중동전쟁을 위기로만 볼 필요는 없다. 세계가 공급망을 다시 짜는 과정에서 한국에는 새로운 기회도 열리고 있다. 주목할 분야는 조선과 원전이다. 글로벌 에너지 안보 수요가 높아지면서 한국의 원전 수출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발주는 동시에 급증하고 있다. 탈탄소와 에너지 안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나라로 한국이 부상할 수 있는 드문 기회다. 반도체와 방산, 배터리, AI 제조 분야의 강점 역시 새로운 국제질서 속에서 더욱 중요한 전략 자산이 될 것이다.
위기를 방어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세계가 바뀔 때마다 기회를 만들었던 대한민국이라면, 이번에도 공급망과 기술, 에너지 분야에서 새로운 중심국가로 도약할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중동전쟁은 언젠가 역사책 속 사건으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전쟁이 남긴 질문은 오래 남는다.
우리는 다음 전쟁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다음 경제전쟁에서 살아남을 준비는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준비는 총성이 멈춘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jsh@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