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광화문광장 감사의 정원이 15일 공개됐다.
- 한국전쟁 참전 23개국 기둥 23개가 세워졌다.
- 시민들은 참전국 희생과 감사의 뜻을 되새겼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젊은 세대 "교과서 속 전쟁이 달리 보였다"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15일 아침, 광화문광장 '감사의 정원'에는 초여름 햇빛이 내려앉은 가운데 묵직한 회색 화강암 돌기둥 23개가 줄지어 서 있었다. 빛을 받은 표면은 은은하게 반짝였고, 기둥 사이로는 도심의 소음이 잦아든 듯 고요한 공기가 감돌았다. 세로로 길게 뻗은 L자형 조형물들은 마치 땅속에서 막 치켜올라온 총구처럼 하늘을 향해 일제히 솟아 있었고, 그 위로는 맑게 갠 하늘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기둥들은 남쪽 미국에서 북쪽 경복궁 방향 대한민국까지, 한국전쟁 참전 23개국(미국, 영국, 호주, 네덜란드, 캐나다, 프랑스, 뉴질랜드, 필리핀, 스웨덴, 튀르키예, 태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그리스, 벨기에, 룩셈부르크, 덴마크, 에티오피아, 콜롬비아, 노르웨이, 이탈리아, 독일, 대한민국)이 배치돼 있다.

각 기둥 앞에는 각 나라의 국기가 새겨진 작은 명판이 붙어 있어, '누가 이 전쟁에 끌려왔고 누구의 피 위에 이 도시의 일상이 서 있는지'를 환기해주고 있었다.
서울시는 이 지상 조형물을 '감사의 빛 23'이라 부르며, 6·25전쟁에 참전한 22개국과 한국을 상징하는 기둥이라고 설명했다. 모습은 총을 손에 쥔 상태에서 하는 경례 동작(집총경례)인 '받들어 총'을 형상화했다. 높이 6.25m, 약 1.2m 간격으로 50m가량 이어진 돌기둥에는 네덜란드·독일 등 일부 국가가 기증한 석재와 베를린 장벽 조각까지 일부 사용됐다고 한다.
돌기둥 사이를 지나면 "Freedom is not Free(자유는 공짜가 아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계단이 지하 전시공간 '프리덤 홀'로 이어진다.
"도움받은 나라에서 도움주는 나라로"라고 벽에 쓰여진 글귀에서는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지켜내고 끝내 결과를 꽃피운 자부심이 느껴진다.

안으로 들어서자 어두운 공간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운 디지털 패널들이 꽃잎과 빛의 파도를 쏟아냈다. 각 패널 상단에는 참전국 국기가, 아래에는 국화를 비롯한 다양한 꽃과 별빛이 흘러내리듯 구현돼 있어, 전쟁의 상흔 대신 '빛과 생명'의 이미지로 희생을 기념하려는 의도가 읽혔다.
무심히 광장을 가로지르던 사람들도 이 낯선 풍경 앞에서는 걸음을 늦췄다. 특히 머리가 하얗게 센 할아버지들이 삼삼오오 모여 기둥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한동안 말없이 돌기둥 꼭대기를 올려다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몇 걸음 뒤에는 지팡이를 짚은 할머니들이 "저게 나라별로 세운 거래"라며 서로에게 설명을 건네며, 기둥에 붙은 작은 명판을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하나하나 읽어 내려갔다.
어디서 왔는지 짐작하기 어려운 백인 관광객들도 배낭을 멘 채 조형물 사이를 천천히 거닐며 사진을 찍고,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해 전시 설명을 꼼꼼히 확인했다.

조형물 앞으로 다가온 80대 할아버지 김모 씨는 "격세지감이지. 전쟁 통에 미군 트럭 뒤꽁무니만 따라다녔는데 지금 이렇게 멋있는 도시에서 살고 있지 않냐"고 말했다. 이어 "그때 우리를 도와준 나라들에게 고마워해야지. 북한도 이제는 무너져야 돼"라고 했다.
광장을 지나던 백팩을 멘 30대 초반의 백인 남성은 자신을 스웨덴에서 온 IT 엔지니어라고 소개했다. 그에게 이 장소가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지 묻자, 잠시 생각한 뒤 천천히 말을 이었다.
"서울은 아주 현대적인 도시인데, 여기에서는 도시가 자기 역사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한국에 오기 전에 한국전쟁을 공부했고, 이 조형물들의 의미를 알게 됐습니다." 참전국 중에 스웨덴이 있다고 말해주자 자신은 딱히 한 게 없다며 웃었다.
광장을 가로질러 출근하던 20대 남성 직장인 이모 씨는 "솔직히 저희 세대는 6·25전쟁을 교과서에서 배운 사건으로만 느끼곤 하는데, 이렇게 도심 한가운데 실물 조형물로 마주하니까 이야기의 무게가 다르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광장을 친구와 함께 둘러보던 20대 대학원생 박모 씨는 "처음에는 그냥 새로운 포토스폿이 생긴 줄 알았는데, 설명을 읽다 보니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돌기둥 사이를 걸으면서 각 나라 이름을 하나씩 읽어보니, 생각보다 훨씬 많은 나라들이 우리나라를 도우러 왔다는 걸 알게 됐다. 감사하다"고 했다.
전쟁의 기억과 교훈을 일상 속에 전달하려는 '감사의 정원'이 앞으로 서울 도심에서 어떤 의미로 자리 잡을지는, 이곳을 지나치는 시민들이 정해갈 일이다.
calebca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