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김민석 전 전교조 교권상담소장은 14일 악성 민원과 교권 침해가 공교육을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 아동학대 신고 교사의 98%가 무혐의인데도 허위신고·폭언·폭행 등이 '민원'으로 분류돼 교사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 김 소장은 교사의 단순 과실은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하고, 폭언·난동 등은 범죄로 엄정 대응해 교권과 학생 학습권을 함께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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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신고 98% 무혐의…학생·보호자·교사 상호 존중 자세 필요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스승의날(5월 15일)을 하루 앞둔 교실 풍경은 여전히 어둡다. 학생·학부모·교사가 함께 만드는 공동체여야 할 학교가 소수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교권 침해로 인해 공교육 전체가 흔들리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탄식이 나온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서 교권상담 업무를 맡다가 지난 2월말 정년 퇴직한 김민석 교권상담소장은 "우리가 악성 민원이라고 이름 붙이는 순간, 범죄·불법까지도 '민원'으로 인정해 버리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며 "민원이라고 하면 안 되고, 교육활동을 무너뜨리는 범죄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14일 서울 강서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사무실에서 뉴스핌과 만난 김 소장은 악성 민원에 대해 학생·보호자·교사 간 갈등은 일부에 불과하지만 전체 교육 현장을 흔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소장은 "공동체를 지향해야 할 학교의 관점에서 보면 최근 몇 년의 변화는 상당히 걱정스럽고 우려스럽다"며 "이 문제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건 국가의 책무인데 교육부나 정부가 근본적인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이같은 현상이 심화한 계기로 2022년 11월 강원 속초 체험학습 교통사고를 꼽는다. 당시 속초 한 테마파크에서 현장 체험학습 중이던 초등학생이 주차하던 버스에 치여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인솔 담임교사는 1심에서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2025년 11월 항소심에서 선고유예로 감형돼 교사직을 유지 중이다.
김 소장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보호자가 학교에서 발생한 일에 대해 교사에게 직접 민사·형사 책임을 묻는 분위기는 거의 없었다"며 "속초 사건 이후로는 단순 과실만으로도 교사직을 잃을 수 있는 형사 책임까지 묻는 구조가 자리잡았다"고 한탄했다. 이어 김 소장은 "보호자가 교사를 형사적으로 고소하는 순간 과실 치사·치상 사건이 되고 교사는 전과자가 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동료 교사가 이같은 일을 겪자 교사 위축으로 이어졌다. 김 소장은 "정상적인 교육활동 중에 발생한 사고에 대해 경미한 과실까지 형사 처벌 사유가 되면 교사들은 현장체험학습은 물론 쉬는 시간 활동까지 소극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학생들의 활동이 봉쇄되고 학습권·행복추구권이 침해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경고했다.
◆ 아동학대 신고 98% 무혐의…'악성 민원'이란 표현이 사태 심각성 가려
김 소장은 2014년 아동학대처벌법 제정 후 이 법이 오남용 되는 현실도 개탄했다. 지난 10여년 동안 아동학대처벌법에 근거해 신고된 교사는 1만3000명에 달한다. 하지만 기소돼 유죄를 받은 비율은 1.6%에 그친다. 나머지 98.4%는 무혐의나 불기소로 사건이 종결됐다.
김 소장은 "교사 50명당 1명꼴로 아동학대 신고를 당한 셈"이라며 "초창기에는 신고만 당해도 직위해제, 담임 해제, 강제 휴직 등 혹독한 조치를 겪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소장은 "교사들은 수개월에서 1년 이상 조사·수사를 겪으며 자존감이 완전히 무너지는 경험을 한다"고 덧붙였다.
김 소장은 '악성 민원'이라는 표현 자체에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민원'이라는 용어가 사태 심각성을 가린다는 취지다.
김 소장은 "악성 민원이라는 말은 그나마 '민원'으로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라며 "허위 신고나 무고, 폭언·폭행, 공무집행방해에 가까운 행위는 민원으로 다뤄서도 안 되고 범죄나 교육활동 침해로 다뤄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교육부가 최근 '특이 민원'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지만, 여전히 폭언·난동·폭행을 특이 민원으로 분류하는 건 문제"라며 "폭언·난동·폭행은 명백한 범죄이거나 교원지위법상 교육활동 침해로서 불법인데, 이를 민원 범주 안에 두는 것 자체가 근본적인 해결을 가로막는다"고 지적했다.
◆ 짝궁·자리 배치·생활기록부까지 민원 대상
김 소장은 "현장체험학습을 갈 때 '우리 아이를 누구 옆에 앉혀 달라', '숙소 배정을 누구와 함께, 누구와는 하지 말라'는 식의 요구가 실제로 존재한다"며 "소수의 요구가 전체 교사의 교육활동을 흔들 만큼 파급력이 있다"고 했다.
한 고등학교에서는 수업 중 휴대전화를 계속 사용하는 학생에게 생활지도를 했더니, 보호자가 아동학대로 신고한 사건이 있었다. 김 소장은 "이 사건은 200여 일 가까이 수사가 이어졌고, 초등에 국한됐던 아동학대 신고가 고등학교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활기록부 관련 민원도 등장했다. 김 소장은 "중학교에서 행동발달상황란에 '예민한 태도를 개선하면 더욱 발전이 기대된다'고 기재했는데, 1년 뒤 특목고 진학을 앞두고 학부모가 '예민하다는 표현을 빼달라'고 요구했다"며 "생활기록부는 교사의 고유한 평가 권한인데, 교장이 '악성 민원으로 보이니 그냥 고쳐주자'며 교사에게 압박을 가하는 식의 사례가 반복된다"고 했다.
김 소장은 "지금 온갖 소소한 민원이 공교육 전체를 흔드는 현실은 우리 사회가 학교 교육·공교육의 진정한 의미와 목표를 상실했기 때문"이라며 "학교를 '좋은 대학 진학을 위한 학원' 정도로 생각하면, 학부모에게 학교는 언제든 불만을 쏟아부어 요구를 관철시켜야 하는 서비스 기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소장은 "반대로 학교를 다양한 학생이 모여 서로 존중과 공존을 배우는 공적 공동체로 본다면, 어느 정도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교사의 전문성과 권한을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며 "지금은 그런 공교육의 본래 목적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교육이 크게 부족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지난 2023년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 이후 도입된 제도 변화의 한계도 짚었다. "교육감이 1주일 안에 '정당한 생활지도'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가 생겼다"며 "하지만 실제로는 교육청이 정당한 생활지도라고 판단해 경찰·지자체에 통보한 1023건 가운데 상당수가 여전히 정식 사건번호를 부여받아 수사·검찰 송치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학교에서 벌어지는 교육활동은 국가가 헌법과 법률로 보장한 학생의 학습권·행복추구권을 실현하기 위한 공적 활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공교육 활동에서의 경미한 과실까지 형사 처벌하고 교직 박탈 사유로 삼는다면, 교사는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활동을 줄이게 되고 결국 학생들이 피해를 본다"며 "고의나 중과실이 아닌 단순 과실로는 교사가 형사 처벌되지 않도록 하는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 소장은 "교사의 전문적 교육활동인 수업, 생활지도를 방해하거나 간섭하는 행위는 민원이 아니라며 학교·교육청이 기관 차원에서 교사를 보호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폭언·난동·폭행은 즉시 수사기관에 고발하고, 교원지위법상 교육활동 침해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교권보호위원회에 제소하는 방식으로 선을 분명히 그어야 한다"며 "그래야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도 '이건 민원이 아니라 범죄·불법'이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받게 된다"고 말했다.
◆ "행복한 교사 없이는 행복한 교육도 없다"
김 소장은 국가를 향해 "교사의 전문적인 교육활동을 법적인 권한으로 온전하게 보장하는 것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 학생의 인권·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말했다. 학부모에게는 "우리 아이가 진정으로 행복하려면, 먼저 교사가 행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동료 교사들을 향해서는 "지금 교사로 행복하기 참 어려운 시대지만, 우리가 하는 일의 공적 의미를 잃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학생·보호자·교사가 서로 존중하는 학교 자치와 공동체를 만들어 가야 한다"며 "그 출발점이 바로 교사의 교권, 곧 학생의 학습권을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calebca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