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정부가 4일 나무호 피격 사태에서 이란을 언급하지 않았다.
- 이란 관계와 미국 비판 기류로 초기 대응이 안이하게 꼬였다.
- 야당이 미온적 대응을 비판하며 외교 압박과 사과를 요구한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文 정부 때 북한 미사일 대응과 판박이
강력 항의해 26척 귀환 지렛대 삼아야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청와대와 정부가 한국 선박의 피격 사태와 관련해 궁지에 몰렸다. '국민 안전을 최우선 한다'고 외쳐왔지만 정작 화물선이 공격받고, 선원이 부상당하는 위기 상황에서도 공격 주체로 사실상 특정된 이란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은 때문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이대로 국면이 악화되다가는 문재인 정부 당시의 '불상 발사체' 시즌 2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019년 5월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에도 도발 주체를 언급 않으면서 청와대와 국방부가 '불상(不詳) 발사체'라고 지칭함으로써 비판을 자초한 사태가 재연될 것이란 얘기다.
◆왜 '이란'이라고 언급 않나
한·이란 관계를 지나치게 의식하다 일을 망쳤다는 지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수뇌부 제거와 이란 전쟁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원유수급이나 외교관계를 위해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건 분명하다. 정부가 이란 난민을 위해 50만 달러(7억 3700만원)을 보낸 것도 이런 맥락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이란에 정병하 외교부 극지협력대표를 파견하고 조현 외교장관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과 통화하는 등의 소통을 상황 관리의 '좋은 사례'로 청와대 측이 내세워 왔다는 점에서 선뜻 이란을 지목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정부 외교안보 라인이나 여권 내부에서 '미국의 뜻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정서나 기류가 강한 점도 상황을 악화시킨 요인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이번 전쟁을 트럼프의 '전횡'으로 보는 시각이 강한 이들 그룹에게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주도하는 전쟁에 연루돼서는 안된다는 뜻이 강하고, 일각에서는 이란 측이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다는 인식까지 감지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 선박이 이란에 의해 공격받았다는 사실을 청와대와 정부가 인정하고 공론화 할 경우 이란 전쟁을 바라보는 그동안의 패러다임이 통째로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을 공산이 크다.
이란의 피격 사실이 굳어진 11일에서야 위성락 안보실장은 "정부는 민간 선박 공격은 정당화되거나 용납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는 입장을 냈지만 역시 '이란'이란 말을 입에 올리지 못했다.
◆초기 대응 왜 꼬였나
한국 선사인 HMM 소속 나무호가 피격당한 건 지난 4일 밤 8시40분(한국 시간)이다. 선박 후미 기관실 쪽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고 한국 선원 8명을 포함해 24명의 타고 있었다는 점에서 자칫 큰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위기상황이었다.
하지만 이튿날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나 안보실이 주관하는 회의를 열지 않았다. 대신 강훈식 비서실장이 몇몇 비서관을 데리고 점검회의를 하는 수준에 그쳤다.
안이한 대응이라는 비판이 일자 이튿날 위성락 실장은 "정보를 추가 검토해보니까 피격이 확실치 않은 것 같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미 사고 현장에서는 화물선 선원들의 증언이 이어졌고,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까지 나서 '이란에 피격당한 것'이란 정보 판단과 함께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항행 자유화 작전인 '프로젝트 프리덤'에 한국이 참여할 것을 권유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현지에 파견된 조사단에 의해 '피격'이란 판단이 나오자 청와대와 정부는 사고 엿새만인 10일 이를 어쩔 수 없이 인정하는 공식 발표를 했다. NSC 회의 등도 개최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진 상황이 돼버렸다.

청와대 안보라인에게 일한 한 관계자는 "국민 안전이 걸린 문제라는 점에서 최악의 상황을 상정한 기민한 대처가 필요했지만 너무 안이하게 판단했던 듯 하다"고 지적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이란의 화물선 보복 위협이 잇따랐고, 전쟁 상황을 누구보다 잘 들여다보고 있는 미 대통령과 국방장관의 공격 주체와 관련한 명백한 언급이 있었는데도 이를 무시한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말도 나온다. 위성락 실장을 비롯한 당국자들은 마치 이런 상황판단을 뒤집을 다른 정보가 있는 것처럼 설명해 왔지만 그게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밝히지 않고 있다.
◆"청와대, 불리하면 부처에 떠넘겨" 볼멘소리
'피격' 관련 브리핑을 맡은 외교부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피격 주체가 사실상 이란으로 굳어지자 청와대와 안보실이 관련 발표를 부처에 떠넘겼다는 측면에서다.
나무호 피격과 관련해 외교부는 초기부터 개입의 여지가 많지 않았다.
사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대사가 5일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모험주의적 정책의 결과에 따른 것"이라며 마치 이란의 소행임을 인정하는 듯한 말을 했다. 또 "어떤 선박이든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가려면 무조건 이란과 사전 합의가 있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은 선박이 입는 피해는 모두 그 선박의 책임"이라고 책임을 한국에 떠넘기는 발언도 꺼냈다.

여기에 이란 관영 선전매체인 프레스TV도 같은 입장을 냈다. 물론 이란 외교부가 나서 자신들의 공격행위를 부인하며 수습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미심쩍은 점이 드러났다.
이런 국면이라면 외교부가 쿠제치 대사를 초치해 해명을 요구하고, 조현 장관도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에게 사실관계에 대한 설명과 사과, 재발방지 조치 등을 요구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청와대의 미온적 대응에 맞춰 외교부도 선제적 대응을 하는 데 실패했고, 결국 피격을 알리면서도 공격 주체는 '미상'으로 남기는 어정쩡한 발표를 떠맡아야 했다.
언론의 '피격' 관련 취재가 이어지고 보도가 임박하자 청와대와 정부가 브리핑에 나선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휴일인 10일 저녁 한 방송사의 뉴스에 관련 '단독' 보도가 나올 것이란 소문이 돌고, 몇몇 언론사가 '이란 소행의 피격'으로 가닥을 잡자 급히 관련 사실을 공개했다는 얘기다.
국민에게는 '이란 소행'을 말하지 않으면서, 주한 이란대사를 외교부로 불렀다는 점도 비판받을 대목이다. 정부가 이란의 공격이란 정황을 비교적 확실하게 파악하지 않은 상태라면 자칫 쿠제치 대사의 반발이나 외교적 갈등을 빚을 수 있는 사실상의 대사 초치를 하지 않았을 것이란 측면에서다.

◆어떤 대응 필요할까
청와대와 정부가 전쟁 수역에서 장기간 불안에 떨고 있을 선원과 선박의 안전 문제를 미온적으로 대처한데 대해 즉각 사과하고 진상을 밝혀야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에 의한 피격' 언급이 나오고 이란 관영 매체와 외교관이 이를 시사하는 발언까지 내놓았는데도 어떤 판단에서 '다른 가능성'을 언급했는지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관련자 문책 등이 필요해 보인다.
이번 사태는 '국민 안전을 최우선시 한다'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기조까지 흔들 수 있는 중대 사안이다. 초(超) 국가 스캠 범죄 등과 관련해 이 대통령이 지난 1월 "한국인 건들면 패가망신...빈말 같습니까"라고 할 정도로 날을 세워왔는데, 이란에만 꼬리를 내리는 모습을 보인다면 논란이 일 수 있다.
특히 후르무즈 해협은 물론 아덴만 지역에서 우리 선원과 화물선을 노리는 소말리아 해적이나 예멘 후티 반군에게도 잘못된 사인을 줄 수 있다.
이란 정부에 대해서도 공격의 주체가 누구인지를 밝히고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외교적 압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번 사태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나무호를 비롯해 현지에 사실상 억류 중인 26척의 우리 선박과 선원의 우선 귀환을 이란 측에 요구해 관철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태의 재발을 막는다는 점에서 미국 주도의 '해양자유연합 구상(MFC·Maritime Freedom Construct)'이나 영국·프랑스 등이 추진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 항행 자유 확보 대열에 동참하는 방안도 우리 국민과 자산에 대한 한국의 수호 의지를 과시하는 조치가 될 수 있다.
yjle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