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트럼프 대통령이 23일 휴전 연장하며 이란 정부를 분열 상태로 규정했다.
- 전문가들은 미국·이스라엘 지도부 제거 후 이란 권력이 전시 체제로 재편돼 결속 강화됐다고 반박했다.
- 협상 교착은 이란 분열이 아닌 트럼프의 혼선된 메시지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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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강경파·갈리바프 전면에…협상 교착, 분열보다 트럼프 변수에 무게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휴전을 연장하며 이란 정부를 "심각하게 분열돼 있다"고 규정했지만, 정작 이란을 오랫동안 관찰해 온 전문가들은 "현실과 맞지 않는 진단"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최고지도부 제거 이후 이란 권력 구조는 오히려 전시 체제 속에서 더 좁고 단단한 의사결정 구조로 재편됐다는 분석이다.
◆ 트럼프 "분열" 진단에 전문가들 "결속력 오히려 강화"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휴전 연장을 발표하며 이란 정부를 "심각하게 분열된" 상태라고 표현하고, 휴전 연장이 "통합된(unified) 제안을 마련할 시간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파키스탄에서 예정됐던 JD 밴스 부통령과의 2차 회담에 이란 대표단이 나타나지 않은 것 역시 "지도부의 혼란과 결속력 약화"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이란 문제 전문가들은 정반대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카타르 조지타운대 메흐라트 캄라바 교수는 CNN 인터뷰에서 "이란 지도부가 심각하게 분열돼 있다는 평가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며 "전쟁 수행과 협상 과정에서 지도부의 상당한 결속이 반복적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퀸시연구소(Quincy Institute)의 트리타 파르시 부소장도 "지도부 내 파벌들이 전쟁 이전보다 지금 더 정렬돼 있다"며, 협상 교착의 원인을 이란 내부 분열 탓으로 돌리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분석"이라고 지적했다.
◆ '지도부 참수' 뒤 전시 체제 재편
미국과 이스라엘이 고(故)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포함해 핵심 군·정 지도부를 집중 타격한 이후, 이란의 통치 구조는 전시 체제에 맞게 빠르게 재편됐다.
현지시각 지난 3월 8일 이란 전문가회의(Assembly of Experts)는 하메네이의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새 최고지도자로 공식 선임했다. 선임 과정에서 혁명수비대(IRGC)가 전문가회의 구성원들에게 조직적인 압력을 가했다는 이란 인터내셔널의 보도도 있었다.
현재 모즈타바는 공식 석상에 거의 등장하지 않으면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독일 국제안보문제연구소(GIWIS)의 하미드레자 아지지는 "과거에는 전략 사안을 논의해 최고지도자에게 자문 문건을 올리는 제도적 기구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최고지도자에 대한 접근이 훨씬 제한적"이라며 "그만큼 군·정보·외교 라인 실무자의 재량과 역할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아지지는 최근 분석에서 이란이 이미 전면전 이전부터 '모자이크 교리(mosaic doctrine)'에 따라 지휘·통제 구조를 분산하고, 현장 단위에 권한을 사전 위임하는 방식의 전시 체제를 준비해 왔다고 평가했다.
지도부 상층이 타격을 입더라도, 더 작은 핵심 그룹과 현장 지휘부가 전쟁·협상 전략을 이어갈 수 있도록 설계된 구조라는 것이다.
◆ 거리의 강경파와 '결속' 연출
이란 거리에서는 강경파를 대표하는 대규모 집회가 연일 이어지며, 정권 지지와 "어떤 합의도 이란을 패배자로 만들 수 없다"는 구호가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강경 여론은 의회와 국영 언론을 장악하고 있으며,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관료들이 양보 신호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할 경우 즉각적인 역풍이 뒤따르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이란 대통령실 부대변인 메흐디 타바타바이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고위 인사들 사이의 분열을 강조하는 것은 이란의 적들이 늘 사용해 온 낡은 선전 수법"이라며 "전장·국민·외교 라인 사이의 단결과 합의는 예외적으로 두드러진다"고 적었다.
정권은 IRGC 출신의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의장을 전면에 내세워 이 같은 '결속' 이미지를 상징화하고 있으며, 갈리바프는 이슬라마바드 1차 협상에 다양한 스펙트럼의 관료단을 대동해 참가하며 내부 단합을 과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 협상 교착, "분열 탓보다 트럼프 변수"
이란은 이번 주 추가 협상 참석 여부를 둘러싼 관측이 잇따르는 가운데서도, "미국이 이란 항만 봉쇄를 해제하지 않는 한 협상 대표단을 보내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우라늄 농축 권리, 미사일 개발, 역내 대리세력(프록시) 지원 등 알리 하메네이 체제 시절부터 내려온 핵심 '레드라인'도 현 협상 국면에서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내부 일부 인사들은 CNN 등과의 익명 대화를 통해, 대통령의 잦은 공개 발언이 협상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토로했다.
휴전 연장과 합의 가능성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실시간 언급이, 깊은 대미 불신을 가진 이란 내부 논의를 자극하고 강경파에 명분을 쥐여 주고 있다는 것이다.
파르시는 "이란 내부에 의견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협상이 진전되지 않는 주된 이유를 이란 지도부 '분열' 탓으로 돌리는 것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며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의 혼선된 메시지와 제재·봉쇄 완화에 대한 모호성이 막판 고비를 가로막고 있다"고 말했다.

kwonji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