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매수 늘어도 가격 지지력 약화
성금요일 연휴, 유동성 공백 최대 변수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비트코인이 중동 지정학적 긴장 재고조와 연휴를 앞둔 유동성 공백 속에 6만6000달러선에서 위태로운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전쟁 뉴스에 흔들리는 모습이지만, 시장 내부에서는 옵션 구조와 기관 수급 약화가 겹치며 하방 압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비트코인(BTC) 가격은 한국 시간 오후 8시 20분 기준 24시간 전에 비해 0.99% 오른 6만6870달러에 거래됐다. 같은 기간 이더리움(ETH)은 1.29% 오른 205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XRP, 솔라나(SOL), BNB 등 주요 알트코인도 1~3% 오르고 있다.

시장 충격의 출발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이란 강경 발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1일 향후 수주 동안 이란을 "극도로 강하게" 타격하겠다고 밝히자 위험자산 전반에 매도세가 확산됐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2일 장 초반 2% 가까이 급락했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한때 배럴당 115달러선에 근접했다.
다만 장중 이란이 오만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 통행을 관리하기 위한 공동 프로토콜을 마련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위험자산은 낙폭을 상당 부분 줄였다. WTI는 이 소식 직후 약 5달러 급락했고, 나스닥도 낙폭 대부분을 회복했다.
이란은 이번 조치가 통행 제한이 아니라 안전한 항행을 위한 조율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차관은 "안전한 통과를 촉진하고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비트코인 시장 내부 구조는 여전히 취약하다는 진단이 우세하다.
◆ 6만8000달러 아래 '네거티브 감마'…매도가 매도 부르는 구조
시장 최대 변수는 암호화폐 옵션 거래소 데리빗(Deribit)에 형성된 '네거티브 감마' 매도 구간이다.
쉽게 말해 최근 몇 주 동안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하락에 대비해 6만8000달러부터 5만5000달러대까지 풋옵션(하락 베팅·보험 성격의 상품) 을 대거 사들이면서, 반대편에서 거래를 받아준 시장조성자(딜러)들이 상당한 하방 위험을 떠안게 됐다.
문제는 비트코인 가격이 6만8000달러 아래로 내려갈수록 딜러들이 손실을 줄이기 위해 현물이나 선물시장에서 비트코인을 추가로 매도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가격이 떨어지면 딜러들의 헤지 매도가 나오고, 이 매도가 다시 가격을 더 끌어내리는 구조다. 다시 가격이 밀리면 추가 매도가 발생하는 식으로 '매도가 매도를 부르는 연쇄 반응' 이 만들어질 수 있다.
시장 분석업체 글라스노드에 따르면 현재 6만8000달러부터 5만달러 후반대까지 대부분 구간에서 딜러 감마 익스포저가 마이너스 상태다.
이는 해당 가격대 아래로 내려갈 경우 하락 속도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커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글라스노드는 "현재 가격 바로 아래에 네거티브 감마 구간이 형성돼 있다"며 "이 구간에 진입하면 헤지성 매도가 가속화되면서 비트코인이 6만달러선을 다시 시험하고, 경우에 따라 그 아래로 급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 기관 매수 늘어도 가격 지지력 약화
표면적으로 기관 수요는 강하다. 암호화폐 전문매체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지난 30일 동안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매입 규모는 약 5만 BTC로 2025년 10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스트래티지도 같은 기간 4만4000 BTC를 추가 매입했다.
또한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최근 미국 통화감독청(OCC)으로부터 전국 신탁회사 인가에 대한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이는 향후 연방 규제를 받는 공식 암호화폐 수탁기관으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의미다.
쉽게 말해 기관투자가들이 비트코인 같은 디지털 자산을 보다 안전하게 맡길 수 있는 미국 정부 감독 아래의 보관·수탁 서비스를 운영할 길이 열린 것이다.
다만 아직 최종 인가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코인베이스는 내부 통제 시스템 구축과 자금세탁방지(AML) 체계 강화, 핵심 인력 확보 등 추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시장에서는 이번 승인이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대형 기관 자금의 유입 기반을 넓힐 수 있는 중요한 단계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호재에도 가격은 오히려 약세다.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최근 30일 기준 명목 수요는 마이너스 6만3000 BTC다. 이는 ETF와 기업들의 매입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전체적으로는 매수보다 매도가 더 많다는 의미다.
쉽게 말해 기관과 기업이 사들이는 물량보다 다른 대형 투자자들이 시장에 내놓는 매도 물량이 더 크다는 뜻이다.
특히 이른바 '고래'로 불리는 대형 보유자들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특히 1000~1만 BTC를 보유한 고래 지갑들은 순매도로 전환했다. 이들의 1년 기준 잔고 변화는 2024년 고점 당시 플러스 20만 BTC에서 현재 마이너스 18만8000 BTC로 급격히 악화됐다.
이는 대형 투자자들이 고점 부근에서 차익 실현에 나서거나 위험 노출을 줄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여기에 미국 현물 수요를 가늠하는 대표 지표인 코인베이스 프리미엄도 계속 마이너스 구간에 머물고 있다.
코인베이스 프리미엄은 미국 거래소 가격이 해외 거래소보다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주는 지표인데, 이 수치가 음수라는 것은 미국 투자자들의 현물 매수세가 여전히 약하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 성금요일 연휴, 유동성 공백 최대 변수
시장 참가자들이 가장 경계하는 변수는 연휴다.
3일 성금요일을 맞아 CME 그룹 선물시장이 휴장하고 ETF 설정·환매도 중단된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을 떠받쳐온 기관 매수세가 사실상 사라지는 셈이다.
유동성이 얇아진 상태에서 옵션 헤지 매도가 겹칠 경우 가격 충격은 더 커질 수 있다.
크립토퀀트는 단기 반등이 나오더라도 7만1500달러~8만1200달러 구간에서 강한 저항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다음 핵심 변수는 4월 10일 발표될 미국 인플레이션 지표다. 3월 근원 PCE가 2월의 3.1%를 웃돌 경우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는 더 후퇴할 수 있다.
이 경우 비트코인의 6만5000달러 지지선은 물론, 6만달러선 아래로도 하락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koinwo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