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럿 시장 넘어 핵심 거점으로 격상"
[서울=뉴스핌] 이찬우 기자 = 르노그룹이 새로운 중장기 전략 '퓨처레디(futuREady)'를 앞세워 한국 시장의 위상을 재정의하고 있다. 유럽 중심의 회복 전략이었던 '르놀루션'을 넘어, 한국을 고부가가치 D·E 세그먼트 차량 개발·생산과 전동화 전환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프랑수아 프로보 르노그룹 회장은 3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미디어 라운드테이블에서 한국 시장에 대한 깊은 애정과 함께 구체적인 글로벌 사업 방향을 직접 밝혔다.

- 한국 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나?
▲ 한국 시장은 과거보다 기술 요구 수준이 훨씬 고도화됐다. 특히 상위 차급인 D·E 세그먼트 시장이 확대되고 전동화 트렌드도 세계 어느 곳보다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르노그룹 입장에서 한국은 단순한 판매 시장이 아니라 매우 중요한 '파일럿 시장'이다. 지능형 차량과 커넥티비티 측면에서도 선도적이며, 서구 시장으로 뻗어 나가는 전략적 요충지로서 의미가 크다.
- 퓨처레디 전략은 기존 '르놀루션'과 어떻게 다른가?
▲ 르놀루션 전략이 유럽 시장의 회복과 수익성 개선에 집중해 성공을 거뒀다면, 퓨처레디 전략은 이제 유럽 외 시장에서의 성장에 방점을 둔다. 과거처럼 전 세계에 무차별적으로 확장하는 방식이 아니라, 탄탄한 생태계를 갖춘 핵심 시장에 집중한다. 인도, 남미, 그리고 한국이 그 중심이다. 특히 한국은 D·E 세그먼트 차량의 생산과 수출 역량 측면에서 독보적인 가치를 지닌다.
- 퓨처레디 전략 하에서 개발 방식은 어떻게 혁신되나?
▲ 신차 개발 기간을 2년으로 단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업계에서 매우 도전적인 목표다. 이를 위해 제조 공정보다 엔지니어링 단계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으며, 기술 개발 속도 자체를 그룹의 핵심 경쟁력으로 보고 있다. 르노코리아 역시 이 속도전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 2030년 연간 200만 대 판매 목표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 ▲ 200만 대 목표는 그룹 전체가 아닌 '르노 브랜드' 단독 기준이다. 이 중 절반인 100만 대를 유럽 외 시장에서 달성할 계획이다. 우리가 전체 물량 수치를 강조하지 않는 이유는 과거처럼 물량 경쟁에 함몰될 경우 브랜드의 잔존 가치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르노는 철저히 수익성과 가치 중심의 성장을 지향한다.
- 르노코리아의 구체적인 역할과 강점은 무엇인가?
▲ 르노코리아는 그룹 내에서 D·E 세그먼트 차량을 생산할 수 있는 유일하고 탁월한 기지다. 최근 선보인 '그랑 콜레오스'와 '필랑트'가 그 실력을 입증했다. 지리(Geely)나 닛산 등 그룹의 다양한 자원을 활용해 이를 한국 시장과 고객 입맛에 완벽히 최적화하는 '마스터링 역량'이 르노코리아의 핵심 자산이다.

- 한국 시장에서의 라인업 확대 계획은?
▲ 그동안 유럽 시장 회복에 집중하느라 한국 투자가 다소 제한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다시 재시동을 걸 때다. 한국에서는 단계적으로 라인업을 확장하고 전동화 전환을 가속화할 것이다. 단순히 물량을 밀어내기보다 르노만의 브랜드 스토리를 강화해 시장 점유율을 내실 있게 끌어올리겠다.
- 전동화 전략에서 한국의 역할은?
▲ 전기차 전환은 멈추지 않고 계속 밀어붙일 것이다. 전기차를 한 번 경험한 고객은 다시 내연기관으로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가격과 인프라 과제가 남아있기에 하이브리드(HEV)를 또 다른 핵심 축으로 유지한다. 르노코리아는 이제 완전한 전기차 생산을 본격적으로 고려할 시점이며, 부산공장을 중심으로 전동화 제조 역량을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 배터리 전략과 한국 기업과의 협업은 어떻게 진행되나?
▲ 르노가 직접 배터리 제조사가 될 계획은 없다. 대신 배터리 밸류체인과 화학 기술 연구에 집중해 최고의 솔루션을 선택할 것이다. 한 모델에 2~3종의 배터리를 적용해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건강한 경쟁을 유도할 방침이다. 특히 2013년부터 함께한 LG에너지솔루션은 르노의 가장 강력하고 핵심적인 파트너로 앞으로도 동행을 이어갈 것이다.
- 지리자동차와의 파트너십에 대한 견해는?
▲ 매우 만족스럽고 성공적이다. 특히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분야에서 양사의 시너지가 크다. 세간의 우려와 달리 중요한 것은 기술의 출처가 아니라, 그 기술을 어떻게 르노의 DNA로 녹여내 고객에게 전달하느냐다. 르노코리아는 지리의 플랫폼을 활용하면서도 르노만의 주행 감성과 가치를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
- 미국 시장 진출 계획이 있나?
▲ 현재로서는 없다. 퓨처레디 전략의 기본은 선택과 집중이다. 만약 향후 진출하게 된다면 대중 브랜드보다는 '알핀(Alpine)'처럼 독보적인 개성을 가진 브랜드로 접근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 글로벌 전기차 가격 경쟁에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 중국 업체의 공세와 규제 대응으로 가격 인하 압박이 거세지만, 르노는 무리한 치킨게임에 참여하지 않는다. 우리는 제품 자체의 경쟁력과 합리적인 가치를 유지하며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지켜낼 것이다.
- 자율주행 및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전략은?
▲ 자율주행은 빅테크와의 스마트한 협업이 필수적이다. 르노코리아 중앙연구소는 기술을 실제 고객 경험으로 전환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향후 AI 기반의 SDV 개발에서 르노코리아가 그룹 내 '자율주행 개발 센터'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 부산공장이 직면한 과제와 해결책은 무엇인가?
▲ 부산공장의 품질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한국의 경제 성장과 함께 생산 원가가 상승하며 가격 경쟁력이 약화된 면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생산 유연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노사 간의 협력과 스마트 팩토리 전환을 통해 부산공장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것이다.
- 자동차 산업에서 '낭만'이 사라지고 기술만 남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자동차는 여전히 '꿈'이어야 한다. 젊은 세대에게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르노는 기술과 숫자 뒤에 숨겨진 감성과 선망성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R5, 트윙고처럼 디자인만 봐도 가슴이 뛰는 차를 계속 만들겠다. 수익성이 뒷받침된다면 아이코닉한 모델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이며, '필랑트'가 그 낭만적인 도전의 시작이 될 것이다.
chanw@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