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자산 확대에 헤지비용·건전성 부담 동시 확대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달러/원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530원을 돌파하면서 보험업계가 자본건전성과 수익성 전반에 걸친 부담 확대에 직면했다.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고환율 기조가 이어질 경우 보험사 재무 전반에 구조적 압박이 가중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장중 1536.5원까지 오르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530원선을 넘어섰다. 주간 거래 기준 환율이 1530원을 상회한 것도 2009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최근 환율 상승은 미국과 이란 간 긴장 고조 등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에 따른 원유 공급 차질 우려와 안전자산 선호가 맞물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고환율 장기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중동 지역 원유 운송 정상화 시점의 불확실성과 유전 설비 재가동 지연 가능성을 감안할 때 고유가와 고환율 기조가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위지원·전지훈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원유 공급 차질과 안전자산 선호가 맞물리면서 고환율 기조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중소형사 '직격탄'…차환 리스크 확대
환율 급등에 따라 보험업계는 환헤지와 자본 관리 전반에 걸쳐 부담이 커지는 모습이다. 고환율 국면이 이어질 경우 외화자산 비중이 높은 보험사일수록 재무 부담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
보험사들은 외화자산 대부분에 대해 통화스와프와 선도계약 등을 활용해 환헤지를 하고 있지만, 환율 상승 시 헤지 비용이 빠르게 증가하는 점이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외화자산은 장기, 헤지 계약은 단기인 구조가 많아 만기 도래 시 롤오버(차환) 과정에서 비용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
특히 보험사별 영향 차별화가 뚜렷하게 나타날 전망이다. 대형 보험사는 장기 통화스왑 비중이 80% 안팎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구조를 갖춘 반면, 중소형 보험사는 50% 이하에 머무는 경우가 많아 단기 만기 집중에 따른 차환(롤오버) 리스크가 크다.
환율 급등 국면에서 만기 연장이 겹칠 경우 금리차와 스프레드 비용이 동시에 반영되며 손익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
◆ K-ICS 하방 압력…"영향 제한적" 분석도
환율 상승은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외화자산 확대에 따라 외환리스크액이 증가하면서 요구자본이 늘어나고, 이는 K-ICS 비율 하락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0원 상승할 경우 K-ICS 비율은 평균 약 1%포인트(p)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험업계의 외화자산 규모와 헤지 구조도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보험사 외화자산은 약 136조원 규모로, 생명보험사 약 100조원, 손해보험사 약 36조원 수준이다. 해외투자 확대 과정에서 외화자산 비중이 빠르게 늘어난 만큼 환율 변동에 따른 헤지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환율 상승은 장부상 평가이익을 늘리는 동시에 헤지비용 급등이라는 부담을 동반한다.
다만 환율 상승이 보험사 실적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 대비 제한적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보험사들이 해외 대체투자 손실 이후 외화유가증권 비중을 줄여 현재 운용자산 내 비중이 평균 약 10%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외화자산 규모 자체는 부담 요인이지만, 자산 내 비중이 낮아지면서 환율 변동이 전체 손익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수록 헤지 비용과 자본비율 변동성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며 "장기 통화스왑 비중이 높은 대형사는 영향이 제한적인 반면,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재무 부담이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yuny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