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장르의 경계를 허물고 예술의 영역을 확장하는 'MMCA 다원예술'이 올해는 인공지능(AI) 시대 예술이 제안하는 인간의 고유 태도를 '탐정의 시간'으로 조명한다.
31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MMCA 다원예술 2026: 탐정의 시간' 개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자리에는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을 비롯해 성용희 학예연구사와 참여작가 료지 이케다, 박민희, 후니다 킴 등이 참석했다.

이날 김성희 관장은 "'MMCA 다원예술'은 동시대의 미술의 역동성과 사회 의제를 담아내는 서울관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매년 미술전시를 넘어서 음악고 영상, 퍼포먼스, 낭송 등과의 협업을 끌어내고 있다. 또한 우리 시대정신을 통해 문화적 담론으로 끌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시간의 차원으로 전환했다. 탐정의 시간이라는 주제 아래 다양한 프로글매을 월별 순차 공개한다"라면서 "'탐정의 시간'은 아주 재미있는 타이틀을 갖고 있지만 내용은 인공지능(AI) 시대 속 우리의 삶을 성찰하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관장은 "우리 모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관찰자의 시선, 스스로 탐구하는 시간이 아닌가 하는 화두를 던지고 있다. 다원예술이 계속 선보이고 있는 이러한 혁신적인 프로그램을 국내외 관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기회가 되도록 열심히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탐정의 시간'은 2년에 걸쳐 전개되는 장기 프로젝트이다. 올해 열리는 1부는 탐정의 끈질긴 '신체적 관찰과 추적'에 집중한다. '탐정'은 AI시대에 예술이 제안하는 인간 고유의 태도이다. AI가 방대한 데이터로 즉각적인 답변과 최적화를 추구한다면, 탐정은 정반대의 길을 걷는다.

'탐정의 시간'의 탐정은 고전적 탐정과는 다르게 고정된 진리를 찾기보다는 집요한 관찰 과정에서 스스로 변화하고 때로는 실패하는 존재다. 탐정의 관찰은 시각과 논리의 행위인 동시에 철저히 신체와 시간의 행위로서 감정 소비, 피로, 육체적 노화 등을 거치며 누군가를 오랫동안 지켜보는 일이다. 이는 탈신체적인 AI의 즉각 연산과 근본적으로 다른 '인간의 시간'으로 표현된다.
성용희 학예연구사는 "올해 '다원예술'은 2년짜리 프로그램으로 준비할 예정이다. 올해는 1부를 선보일 계획이다. 올해 키워드는 AI, 인간, 그리고 시간이다. 주제는 길을 잃은 탐정의 느린 시간이 될 것 같다"고 소개했다.
이어 "작년과 재작년에는 수직적 상상력과 지구 밖 감각과 수평적 생태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올해는 지난 2년간 다뤄온 '공간'에 대한 탐구를 시간의 차원으로 전환하고자 한다. 요즘에는 AI를 통해 빠른 답변을 얻는다. '다원예술 2026'에서는 동시대 예술가와 아이들, 혹은 관객들. 답을 복기하고 새롭게 사유하는 존재들을 탐정이라고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다원예술 2026'는 4월부터 11월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월별로 순차 공개한다. 가장 먼저 관객을 맞이하는 것은 동시대를 대표하는 전자음악 작곡가 료지 이케다와 현대음악 공연단체인 앙상블 모데른이 협업한 '현악기를 위한 음악'이다.

5월에는 캐나다의 참여형 퍼포먼스 단체 마말리안 다이빙 리플렉스가 '아이들의 헤어컷'을 선보인다. 8~12세 어린이들이 마말리안 다이빙 리플렉스와 브랜드 차홍의 헤어 아티스트로부터 워크숍과 전문교육을 받은 뒤 미술관 마당에서 대중에게 무료로 이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젝트다. 아이가 성인을 관찰하고 미용을 제공하면서 전통적 권력 관계를 뒤집는 유쾌한 실험을 시도한다.
7월에는 바르셀로나 기반 연극 듀오 엘 콘데 데 토레필의 '호수의 빛'이 무대에 오른다. 2036년을 배경으로 인공지능이 만든 오페라의 초연 등 4편의 서로 다른 시공간이 중첩되고 시각적으로 겹치는 작업을 통해 현대사회의 삶과 예술을 다룬다.
네덜란드 작가 3명(리타 후프와이크·살로메 무이·샘 쇼이어만)과 한국 작가 2명(신서·위성희)이 참여하는 'MMCA 다원예술 쇼케이스 서울'은 9월에 찾아온다.
10월 박민희의 신작 '내청의 무대(가제)'는 소리와 신체로 쓴 탐정의 보고서라고 말할 수 있다. 단어와 음절에 깃든 공간을 다 표현하려는 가곡의 시간 감각은 짧은 구절을 반복하는 시대와 어긋나 있다. 이번 작업은 외부를 위한 빠른 노래가 아닌, 부르는 자와 듣는 자의 내부의 미세한 소리와 마음의 흔적을 듣고자 하는 탐정의 경청이다.

마지막 12월에는 주로 영상매체를 활용해 '장소'에 얽힌 기억과 권력의 구조를 탐구하는 정여름의 첫 공연을 선보인다.
신작 '목교(가제)'는 일본의 연쇄 살인범이자 작가였던 나가야마 노리오가 쓴 텍스트와 주체성 변화를 관찰하며 그가 사용한 '인칭'의 변화를 집요하게 추적하며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을 해부한다.
집요한 관찰과 추적의 미학을 독특한 시간감각으로 보여주는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미행(Following)'은 2027년에 예정된 2부 '지연된 이탈과 느린 탈주'로 나아가는 가교가 된다. 이 영화는 어떤 예술가가 행하는 무목적적인 관찰과 추적이 어떻게 대상의 세계에 개입하고 관찰자 자신을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준다.
성용희 학예연구사는 "탐정의 시간 중, 특히 아이들의 시간은 아직 완전히 굳지 않은 지층처럼 외부 영향을 받으면서도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새로운 모습으로 솟아오르는 '가소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의 집요한 관찰은 고정된 지층과 질서를 흔들고, 미술관을 떠난 이후에도 관객의 사유 속에서 재구성되며 시간을 재생산한다. 다원예술 2026은 예술가와 아이들을 탐정으로 호명하며, 관객들에게 이들의 집요한 탐색을 통해 심원한 시간을 경험하는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MMCA 다원예술은 완성작 초청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와 함께 작업을 구상·제작 의뢰하는 '프로덕션 하우스' 역할을 수행하며 한국 다원예술 생태계 확장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MMCA 다원예술 쇼케이스'는 해외 유수의 축제·전시와 협업하여 한국 작업을 진출시키고 있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탐정의 시간'은 AI시대에 인간 고유의 시간성과 신체적 관찰 행위에 대한 미학적 논의와 경험을 관객과 공유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세계적 예술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한국 동시대 예술의 국제적 위상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MMCA 다원예술 2026: 탐정의 시간'은 오는 1일부터 12월 6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진행된다.
alice0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