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미·이란 전쟁으로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중동을 비롯한 글로벌 자금이 홍콩으로 몰리고 있다.
중국 제2통신사인 중국신문은 26일, 중동의 자산가들과 국부펀드가 기존 서구권 금융 중심지 대신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고 중국 본토와의 연결성이 강한 홍콩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신문은 차이관선 홍콩 중국 상공회의소 회장의 말을 인용해, 최근 홍콩 기업공개(IPO) 시장을 뒷받침하는 핵심 투자자 상당수가 중동 국가의 국부펀드이며 현지 거대 자산가들의 홍콩 진출 또한 눈에 띄게 늘었다고 전했다.
홍콩 금융서비스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초에만 20개 이상의 중동계 글로벌 패밀리 오피스가 정부 지원을 받아 홍콩 내 사업을 확장하거나 신규 진출했다. 홍콩 시장의 높은 예측 가능성과 안정적인 금융 인프라가 지정학적 리스크를 피하려는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은 실제 통계 수치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홍콩 증권선물위원회에 따르면 2025년 홍콩 등록 펀드로의 순유입액은 약 3,567억 홍콩달러를 기록, 전년 대비 118.5% 급증했다. 전체 운용자산(AUM) 규모 역시 전년보다 38.3% 성장한 2조 2,800억 홍콩달러에 달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홍콩이 중동 자본의 핵심 투자처로 부상한 원인을 안전성, 연결성, 혁신 등 세 가지 요인으로 분석한다. 미·중 갈등과 미·이란 분쟁 속에서 서방 주도의 금융 제재 리스크가 커지자, 중국 본토의 경제적 뒷받침을 받는 홍콩이 자산 안전성을 보장하는 '지정학적 안전지대'로 급부상했다는 관측이다.
또한 홍콩은 '후강퉁(상하이-홍콩 증시 연결)', '선강퉁(선전-홍콩 증시 연결)' 등 상호 연결 메커니즘을 통해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 본토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최적의 교두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여기에 산업적 측면도 작용했다. 석유 의존도를 낮추려는 중동의 '탈석유' 전략과 인공지능(AI), 신에너지, 첨단 제조업 등 중국의 혁신 역량이 결합하면서 홍콩이 단순 투자를 넘어선 전략적 협력의 무대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홍콩 당국은 국제 정세 불안 속에서 안보상의 이유로 홍콩을 선택하는 글로벌 자본을 위해 안전성과 편의성 등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지난 24일 보아오 포럼 세션에서 "세계 정세가 혼란스러울수록 홍콩은 고립 대신 개방적인 태도로 불확실성에 대처할 것"이라며, '일국양제'의 이점을 활용해 중국과 세계 시장 간 가교 역할을 완수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홍콩이 중국이라는 강력한 배후지를 바탕으로 중동 등 외부 자본을 빠르게 흡수하며, 새로운 글로벌 금융 허브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 최헌규 중국전문기자(전 베이징 특파원) ch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