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최태원·정의선·구광모 회장 등 경제사절단 추진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와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다음달에 각각 베트남과 인도로 경제사절단을 파견하기로 했다. 이번 파견을 계기로 국내 주요 기업들의 베트남과 인도를 축으로 한 '아시아 생산 벨트' 재편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베트남행 사절단에는 4대그룹 총수 대부분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인도행은 기업별 사업 전략에 따라 선택적 동행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상의·한경협, 내달 순차 파견…최태원·이재용·정의선·구광모 베트남 총집결
23일 재계에 따르면 대한상의는 내달 19~21일 베트남 사절단을, 한경협은 22~24일 인도 사절단을 이끌고 현지를 방문한다. 이번 방문은 한국의 제3위 교역국인 베트남과 거대 내수 시장인 인도를 신성장 동력으로 확정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대한상의 회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는 내달 베트남 사절단에 합류해 현지 방문을 추진 중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회장 등도 베트남행 명단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점쳐진다.
한경협이 주관하는 인도 사절단의 경우 류진 한경협 회장은 참석이 확실시되나, 주요 그룹 총수들의 동행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재계에서는 기업별 이해관계에 따라 참석 여부가 갈릴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특히 최태원 회장의 경우 SK가 인도에서 주력하고 있는 사업이 없고, 대한상의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만큼 인도 일정에는 동행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LG전자는 인도 현지 사업을 가파르게 확장하고 있어 이재용·정의선·구광모 회장의 참석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실무진 중심의 파견이나 전략적 판단에 따른 선택적 참석이 이뤄질 것이라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단순 제조 넘어 '전략 허브'로"…관세 장벽 넘는 현지화 승부수
재계가 이 시점에 베트남과 인도에 동시 집중하는 것은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미·중 갈등 장기화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등으로 통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관세 장벽 대응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기업들은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고 '글로벌 사우스'로 공급망을 전환하며 베트남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베트남을 생산 거점에서 연구개발(R&D) 허브로 격상시켜 공급망 다변화를 꾀하고 있으며, LG전자는 현지 생산 라인 강화를 통해 사업 인프라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사우스 지역의 매출을 2030년까지 현재의 두 배로 끌어올리겠다는 중장기 전략의 일환이다.
거대 내수 시장을 보유한 인도는 높은 관세 장벽을 넘기 위한 전략적 요충지로 분류된다. 인도는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정책을 앞세워 현지 생산을 강조하고 있다. 사실상 인도 시장 내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지 공급망 구축이 필수적인 상황이 된 셈이다. 게다가 인도는 정부 차원에서 현지 투자 기업에 인센티브 정책을 제공하며 14억명 수준의 인구, 주변국 대비 우수한 인재풀, 비교적 낮은 상호 관세율 등의 조건이 맞물려 국내 기업들이 인도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재계 또 다른 관계자는 "관세와 자국 우선주의가 글로벌 통상의 트렌드가 된 상황에서 베트남과 인도는 단순한 생산 기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며 "고관세 장벽을 현지 생산으로 정면 돌파하고, 신흥 시장의 잠재력을 선점해 수출 둔화 리스크를 상쇄하려는 생존 전략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베트남, 삼성·LG 압도적 입지…'완결형 제조 기지'로 격상
재계가 특히 베트남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삼성과 LG의 압도적 입지와 핵심 공정의 내재화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북부에서 전 세계 스마트폰 물량의 절반가량을 생산한다.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 베트남 법인(SDV)은 지난해 베트남에서 매출 20조2752억 원, 당기순이익 8779억 원을 기록했다. LG 역시 LG전자를 비롯해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등이 베트남에 7개 생산법인을 포함해 12개 법인을 중심으로 글로벌 생산 거점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LG전자 베트남법인(LGEVH)은 매출 5조9679억 원, 순이익은 2049억 원을 기록하며 각각 전년 대비 5.9%, 17.9% 증가했다.
주요 기업들의 투자도 단순 조립을 넘어 핵심 공정으로 확대되고 있다. SK그룹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이 지난달 베트남 가스복합화력발전소와 LNG 터미널 건설 등 총 23억 달러(약 3조3000억 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에너지 인프라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베트남 엔진 생산법인(HTEMV)을 신규 연결회사로 편입하며 자동차 엔진까지 현지에서 직접 생산하는 구조를 갖췄다. 한화그룹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항공엔진 부품 등 고부가가치 제조 거점을 베트남에 구축하며 생산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에는 K9 자주포 20문 도입 계약을 체결하는 등 방산 분야 협력도 확대 중이다.
◆인도, '넥스트 차이나' 선점 경쟁…미래 투자 집중
인도는 성장 잠재력 측면에서 주력 기업들의 차세대 투자가 집중돼 '넥스트 차이나'로 불리는 지역이다. 삼성전자는 노이다와 스리페룸부두르에서 스마트폰·태블릿·냉장고 공장을, LG전자는 노이다와 푸네 공장을 거점으로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 등 전자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또한 LG전자는 지난해 10월 인도법인을 인도 증권시장에 상장하기도 했다.
특히 현대차는 2024년 인도 법인 상장과 전동화 생산 체계 확대를 통해 아시아 생산 축을 강화 중이며, HD현대는 인도 투투쿠디에 약 40억 달러를 투입해 연간 400만DWT 규모의 신규 조선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4대 그룹 총수들이 베트남에는 사실상 모두 참석해 현지 생태계를 점검할 것으로 보이지만, 인도는 시장의 중요성과 별개로 총수들이 직접 방문해 메시지를 낼 단계인지는 그룹별로 시각차가 뚜렷하다"며 "이번 사절단 파견은 이미 수익 모델 기반이 어느 정도 확립된 베트남과 신시장으로서의 인도를 대하는 우리 기업들의 서로 다른 전략적 우선순위를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ayki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