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쇄신으로 번지나"…정책 정교함 약화 우려도
[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의 논의·입안·보고·결재 전 과정에서 다주택자와 비거주 고가주택 보유 공직자를 배제하겠다고 밝히면서, 정책 컨트롤타워인 국토교통부 내부 기류가 술렁이고 있다.
최근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가 약화된 상황에서 이해충돌 소지를 차단하고 정책 추진 동력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해석되지만, 적용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해석에 따라 대상 범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혼선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조치가 고위직을 넘어 실무진까지 전수 조사 형태로 확대될 경우, 단순 배제를 넘어 조직 전반의 인적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부동산 정책을 담당해온 숙련된 관료들이 배제되거나 대규모 인력 재배치가 이뤄질 경우, 향후 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 개편 등 핵심 정책의 완성도와 집행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실거주 vs 과다보유…국토부 주택라인 포함 여부 관건
23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의 수립 과정에서 다주택을 보유한 고위 공직자들을 배제하기로 하면서 국토교통부 내 인적 구성과 정책 추진 방식에 적잖은 변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전날 부동산 정책 신뢰 회복을 강조하며 정책 결정 과정에서 이해관계 충돌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주택자나 고가 주택 보유 공직자가 정책에 관여할 경우 시장과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다만 실제 부동산 정책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는 국토부 내부에서는 실제 적용 대상과 범위를 둘러싸고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수장인 김윤덕 장관을 비롯해 주요 간부들의 자산 보유 현황이 다시 주목받는 분위기다.
김 장관은 배우자 명의의 전북 전주시 소재 4억원 상당 아파트 1가구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북 전읍시에 2744만원 상당의 토지와 5297만원 상당의 건물 40.5㎡ 등을 신고했다.
김이탁 1차관은 세종시 종촌동 가재마을 아파트 1가구를 보유하고 있으며, 모친 간병을 목적으로 한 서울 강서구 염창동 현대1차아파트 전세(임차)권 5억2000만원도 신고했다.
김규철 주택토지실장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아파트 1가구를 배우자와 공동 소유하고 있다. 이를 포함해 경기 화성 오산동 상가 등 부동산 44억7800만원을 신고해 부동산 과다 보유자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
김영국 주택공급추진본부장은 서울 동작구에 아파트 1채를 보유하고 있으며, 세종시 어진동의 아파트를 임차 중이다.
단순 형식상으로 보면 다주택 여부나 '비거주' 기준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어 해석에 따라 업무 배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상가 등 주택 외 자산까지 '과다 보유' 범주에 포함될 경우 적용 대상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관련 현황을 파악 중이다"며 "세부적인 기준이나 적용 범위는 현황을 파악하면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인적 쇄신으로 번지나"…정책 정교함 약화 우려도
이 같은 조치는 최근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진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6·27 가계부채 관리 방안' '9·7 주택공급 확대 방안'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1·29 도심 주택공급 신속화 방안' 등 네 차례 정책이 발표됐지만 시장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이어져 왔다.
이에 따라 정부가 이해충돌 가능성을 차단해 정책 추진 동력을 확보하고 신뢰 회복에 나서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메시지가 실제 인적 쇄신을 염두에 둔 조치라기보다 정책 신뢰를 끌어올리기 위한 상징적 성격이 강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더 나아가 조사 범위가 확대될 경우 고위직뿐 아니라 국·과장급 실무진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일각에선 이번 조치가 단순한 업무 배제를 넘어 사실상 인적 쇄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다. 국토부 내 핵심 실무를 담당하는 국·과장급까지 전수 조사 대상이 될 경우 정책 라인 전반에 공백이 발생하거나 인력 재배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제는 정책 완성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정책은 세제·금융·공급 등 복합적인 요소가 얽혀 있어 경험과 전문성이 중요하지만, 자산 보유 여부를 기준으로 연속적인 업무를 해온 숙련된 관료들이 배제될 경우 정책의 정교함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향후 예정된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개편 등 민감한 정책을 다루는 과정에서 이러한 영향이 커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책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부동산 대책은 세제와 금융 등 워낙 정교한 설계가 필요한 분야"라며 "자산 보유 현황 등 외적 요인으로 숙련된 실무진이 대거 교체될 경우, 당장 추진 중인 주요 과제들의 연속성이 떨어지거나 디테일이 부족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min72@newspim.com












